리추얼스토리-81
서은국 교수의 저서 <행복의 기원>에 따르면, 행복이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일상적 순간에서 가장 잘 드러나는 감정입니다. 진화적 관점에서 행복은 생존과 번식의 도구로서 다른 이들과 함께 식사하게 하고,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여 사회적 유대감을 느끼게 하는 행동을 강화하는 뇌의 보상 시스템입니다. 관계와 일상 측면에서도 가족, 친구, 연인과의 식사는 행복의 가장 중요한 원천으로, 혼자 먹는 것보다 함께할 때 행복감이 극대화된다고 합니다. 행복은 대단한 성취나 소유가 아니라, 평범한 일상에서 사랑하는 이들과 보내는 시간에서 발견됩니다.
이렇듯 식사는 인간 관계에 있어 가장 오래된 리추얼이며 ‘어떤 사람과 빨리 친해지려면 함께 식사하라’, ‘밥을 함께 먹은 사람만이 내 삶의 안으로 들어온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옥스퍼드 대학의 연구에서도 정기적인 공동 식사는 신뢰감, 유대감, 행복감을 향상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사회적 활동이라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또한 코넬 대학의 음식·사회학 연구팀에서는 가족과 함께 먹는 식사는 스트레스 지표를 줄이고 아이·성인 모두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주며 신뢰 호르몬(옥시토신)을 증가하게 한다고 보고하였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다시 가족 식탁 리추얼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정서 안정과 관계 회복에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저녁은 무조건 가족과 함께 먹는 것을 가장 중요한 일상 의식으로 지켰다고 공식 인터뷰에서 밝혔고, 전 축구 선수 데이비드 베컴은 SNS와 인터뷰에서 “가족이 한 식탁에 모이는 순간을 가장 소중한 일상”이라고 말하며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 어릴 적 저에게는 아빠와 둘만의 소중한 식사 리추얼이 있었습니다. 주말에 한 번씩 아빠는 저를 경양식 돈가스를 파는 식당에 데려가셨는데 식전에 나오는 크림수프가 별미였습니다. 어린 입맛에 너무나 맛이 있었고, 당시 엄청 바쁘셨던 아빠와 둘만 먹는 것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 재미에 종종 아빠를 졸랐고 꽤 오래 정기적으로 갔던 기억이 납니다. 크림수프는 지금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인데요, 먹을 때마다 항상 그때의 추억이 떠올라 미소 짓게 됩니다. 이렇게 우리는 음식을 나누며 관계를 만들게 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식사는 그 무엇보다 우리를 연결되게 하고 행복하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