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를 입힌 반복은 삶을 다르게 만든다

리추얼스토리-33

by 미키현 The essa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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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혹시 잠자다가 꾸었던 꿈의 내용이 너무나 생생해서 잠에서 깨어 났는데도 머릿 속 기억과 마음의 잔상에 남아 괜히 기분이 나빠지거나, 혹시 갑자기 누군가가 좋아졌다거나 하는 경험 있으신가요? 꿈과 상상은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만 뇌는 현실과 상상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고, 상상과 실제 경험을 유사한 뇌 영역에서 처리한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발표되었습니다.


하버드대 스테판 코슬린 교수 등은 실제 시각 자극과 상상할 때 모두 시각피질이 활성화됨을 밝혔습니다. 이는 뇌가 상상할 때도 실제 시각 정보를 처리할 때와 같은 반응을 보인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상상만으로 감정 변화, 신체 반응(예: 심박수 증가, 침 분비 등)이 실제로 나타나는 사례도 보고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노란색 레몬을 상상하면 침이 고이고, 공포영화를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 현상이 대표적입니다. 아이가 부모님에게 혼나는 것을 상상하면 심장이 두근대고 손에 땀이 납니다. 반대의 경우로 시험 결과가 매우 좋아서 칭찬을 받는다거나, 어려운 계약에 성공하는 것과 같은 긍정적인 상상은 자신감과 동기 부여로 이어집니다.


이렇게 뇌는 현실과 상상을 구분하지 않고 오감 자극을 통해 상상을 실제처럼 경험하게 만들기 때문에 운동선수의 이미지 트레이닝과 재활 등 스포츠와 치료 분야에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한동안 ‘우울은 수용성이다’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던 적이 있습니다. 수용성이란 물에 녹는 성질을 뜻합니다. 그래서 따뜻한 물로 샤워하는 동안 우리 몸과 마음에 쌓였던 우울도 씻겨 내려간다는 의미로, 하루하루 힘든 상황이 있을지라도 우리는 그날 우리에게 배어있던 우울을 깨끗하게 털어내고 물에 녹여서 흘려 보낼 수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일단 따뜻하게 샤워를 하고 나면 긴장되었던 몸이 사르르 풀리면서 마음도 노곤노곤, 말랑말랑해집니다.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그 문장이 제 인상에 깊게 기억에 남아서 리추얼로 적용해 보았습니다. 샤워하면서 ‘우울은 수용성이다, 지금 나의 우울한 감정은 물에 녹아서 비누 거품과 함께 씻겨 내려가고 있다’는 상상을 합니다. 과학적 사실과 거리가 있을지는 몰라도 제 정신건강에는 효과가 있더군요. 그 의식적인 샤워 후에는 깨끗해진 제 몸처럼 마음도 뽀송해져서 훨씬 기분이 나아져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우울 녹이기’ 샤워 리추얼을 가져 보면 어떨까요. 좋아하는 향기의 바디워시를 준비하면 효과가 배가 됩니다. 뽀글뽀글 거품을 내어 샤워 타올로 온 몸을 닦아준 뒤 따뜻한 물로 우울, 불안, 긴장, 슬픔, 스트레스를 녹여 씻겨 내린다고 상상하는 거죠. 나를 깨끗하게 씻어주고 내려가는 물과 비누거품을 보면서 ‘오늘의 부정적인 감정들아~잘 가라~안 와도 돼~’하며 보내주는 거지요. 뇌는 현실과 상상을 구분하기 힘들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만으로도 기분 전환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푹 잔 뒤 내일 평온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거죠. 이렇게 의미를 입힌 반복이 조금씩 스며들면 우리를 그리고 우리의 삶을 다르게 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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