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추얼스토리-55
작가들의 리추얼을 들여다보면, 반복되는 행동이 단순한 습관을 넘어 ‘자기 자신을 회복하는 과정’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들은 매일의 의식을 통해 산만해진 마음을 가라앉히고, 잃어버린 자신을 다시 불러내곤 했습니다. 그 리추얼이야말로 혼란 속에서도 자신을 붙잡아주는 가장 강력한 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서 소외되어 버림받은 인간을 탐구하는 걸작 <변신>으로 유명한 프란츠 카프카는 치열한 삶을 살았던 그의 인생 자체로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낮엔 회사원, 밤엔 작가였습니다. 하루를 포개듯 살아가면서도 하루의 마지막 에너지를 글에 쏟았다고 합니다. 모두가 잠든 밤 11시부터 새벽까지 이어지는 그의 집필 리추얼은 고독했고 가혹했지만, 그 시간만큼은 온전히 ‘나’로 존재할 수 있었습니다. 카프카에게 글쓰기는 무너진 일상 속에서 정체성을 확인하고 지키는 작은 불씨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BBC 투표에서 지난 천 년 동안 가장 위대한 작가 3위로 뽑힌 조지 오웰은 <동물농장>, <1984> 등 위대한 작품을 남겼는데요, 그는 자연 속에서 자신을 정돈하는 타입이었다고 합니다. 도시와 사람들로부터 멀리 떨어진 작은 시골집에서 새벽 글쓰기를 하고, 글이 막힐 때면 정원에서 흙을 만지며 생각을 풀었습니다. 파이프 담배를 피우며 조용히 걷는 것도 그의 일상 리추얼이었습니다. 오웰은 “몸이 고요해지면 머리도 고요해진다”는 원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그것을 자신의 창작 리추얼에 녹여내었습니다.
<오리엔트 특급살인>,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등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추리소설 작가 아가사 크리스티의 리추얼은 조금 특별했습니다. 정해진 장소보다 정해진 도구가 중요했고, 휴대하던 작은 노트에 떠오르는 단서를 바로 적었습니다. 또 욕조에서 사과를 먹으며 사건의 구조를 떠올리곤 했습니다. 일상의 아주 사소한 순간조차도 기록하는 행위가 크리스티에게는 최고의 창작 리추얼이었습니다.
이들의 삶은 서로 다르지만, 때때로 작품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품어 우리에게 많은 영감과 본보기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반복은 우리를 단단하게 만들고, 작은 리추얼은 무너진 마음을 다시 원래 자리로 데려옵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가장 솔직한 ‘나’를 다시 발견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