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마음이의 사춘기 시절과 나의 사춘기 시절은 맞물려있다. 강아지에게도 사춘기 시절이 있다는 것은 마음이와 함께한 이후 알게 되었다. 금방 커버리는 강아지들은 사춘기도 그만큼 빠르게 찾아온다.
포메라니안의 경우 사춘기가 찾아오면 우스꽝스러운 얼굴로 변한다. 숱 많고 복슬복슬하던 털은 한순간 듬성듬성 빠진다. 처음 우리 가족은 그 모습을 보고 어디 아픈 것은 아닌지 걱정되어 곧바로 병원으로 달려갔다.
병원에 계신 언제나 친절하신 의사 선생님은 포메라니안의 털이 빠지는 시기가 바로 사춘기라고 하셨다. 아픈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건강하다는 증거라며, 원숭이 시기라고 표현하시기도 하셨다. 그 말을 듣고 보니 마음이도 마치 원숭이 같아 우스꽝스러웠다.
크고 까만 눈에 하얀 털이 대비되어 유독 더 복실 거려 보였는데, 막상 털이 빠지니 괜히 불쌍해 보였다. "요 녀석 털빨로 예쁜 거였구나?"하고 놀리기도 하였으나 여전히 예쁜 얼굴에 사실은 그저 예쁘고 귀엽기만 했다.
털이 빠진 거 외에 성격이 더 모나 지거나 거칠어지지 않는 마음이와 다르게 나의 사춘기는 점점 더 짜증으로 가득 찼다. 괜스레 부모님께 더 퉁명스러운 말투로 이야기하기도 하고, 가족보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만 갔다.
그런 모습을 보고 퍽 속이 상하셨을 부모님을 마음이가 나를 대신해 위로해 준 것 같아 고마우면서도 죄송스럽다.
문득 어느 주말 온 가족이 둘러앉아 점심 식사를 하던 때였다. 식사 중 대화가 많지 않던 이 전과는 다르게 고구마를 먹는 마음이를 보며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하게 웃는 부모님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식사가 끝나면 각자 방으로 들어가기 바쁘던 이 전 과는 달랐다. 가족이 모여 식사하는 빈도도 늘어나고, 식사가 끝나고 한참이 지나도록 마음이를 보며 웃고 이야기하였다. 언제 변했는지 모르게 변화한 가족의 모습마음이가 나보다 훌륭한 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모습을 보며 마음이처럼 보는 것만으로 사랑스러운 딸은 될 수 없지만, 가족들에게 더 따뜻하게 다가가는 딸이 되리라고 다짐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사소한 일상 속에서도 많은 걸 배운 나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