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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우주 Apr 28. 2024

변화(1)

화목한 가족

마음이가 집에 온 이후 우리 가족에게는 다양한 변화가 생겼다. 그중 가장 큰 변화는 단연코 가족의 화목이었다. 본래부터 불화가 있는 가정은 아니었으나 학창 시절 친구들과 열심히 놀러 다니던 나의 철없는 모습에 어머니와 아버지는 종종 다투시곤 하셨다. 그런 다툼이 작은 생명의 존재 자체 만으로 현저하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나를 꾸짖으실 때면, 마음이는 우리에게 다가와 화내지 말라는 듯이 작은 발로 어머니의 다리를 긁었다. 그러면 어머니는 화를 내시다가도 곧잘 웃음을 터트리셨다. 그 웃음덕에 나 또한 어머니에게 잘못한 일에 대해 금방 사과할 수 있었고 금방 화해하게 되었다.

 

 가끔 큰 소리가 날 때면 마음이는 금세 방으로 들어가 '마음이'라고 적혀 있는 본인의 집에 숨었다. 그런 모습이 안쓰러워 보여 소리치는 일도 많이 줄어들었다. 대신에 조금 더 성숙한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마음이가 오기 전 나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아버지는 늘 성실하게 일만 하셨다. 그 모습이 존경스럽기도 하였지만, 가정적인 모습은 좀처럼 보기 힘들었다. 따뜻한 말을 전하거나 어머니에게 꽃 한 자루 사다주시는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그런 무뚝뚝한 아버지가 때로는 원망스럽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런 아버지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변화는 우리 가정 분위기에 가장 큰 변화를 주었다. 아버지가 퇴근할 무렵, 도어록 소리에 마음이는 늘 통통한 몸이 무겁지도 않은지 작고 짧은 발로 현관으로 달려 나갔다. 


 그런 마음이의 모습에 좀처럼 감정 표현을 하지 않던 아버지가 웃기 시작했다. 강아지가 짖고 시끄럽게 구는 것이 못마땅하다던 아버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아버지는 따뜻한 눈빛으로 강아지를 바라보는 사람으로 변했다. 때로는 같은 사람이 맞는 건지 신기했다. 


 여전히 무뚝뚝한 성격 탓에 마음이를 와락 안아주고 잔뜩 쓰다듬어 주시진 않으셨지만, 집에 돌아오면 늘 당신 방에 들어가 일만 하던 아버지가 거실에 나와 계시는 시간이 늘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족들과 텔레비전도 보고 대화하는 시간이 늘었다. 


 또 거실에 나와 계시는 동안 틈틈이 간식을 찾아 마음이에게 주시곤 하셨다. 그 모습을 보며 살찌면 안 된다고 간식을 그만 주라는 나의 으름장에 허허 웃으시며 금세 또 몰래 챙겨주시곤 하셨다


 이제는 어머니보다 훌쩍 커버린 나에게 각종 기념일이나, 어머니 생신이 다가올 때면 어떤 선물을 준비해야 하는지 물으시기도 한다. 여전히 서툴지만 크게 변화한 우리 아버지의 모습이 너무나도 자랑스럽다. 그래서 나는 평생을 마음이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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