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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우주 Apr 12. 2024

만남(1)

작지만 강한 너

어릴 적 반려동물을 기르고 싶어 줄곧 부모님께 칭얼거리곤 했다. 길거리에서 만난 작은 솜뭉치들이 움직이고 짖어대는 것이 신기하고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었다.


 동물을 사랑하지만 막중한 책임감에 함께할 엄두를 못 낸 어머니와 동물을 탐탁지 않아 하는 아버지를 당시에는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어렸다. 그저 반려동물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전부였다.


 중학시절 몇몇 또래 친구들은 반려동물을 길렀다. 학교에 가면 각자 반려동물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하기 바빴다. 그 모습이 부러워서 수업이 끝나면 학교 건너편에 사는 친구 집에 밥 먹듯이 들렀다.


 일을 하지 않으시던 친구 어머니가 늘 집에 계셨음에도 낯 가릴 틈도 없이 뻔뻔하게 방문했던 탓에 어머니와도 금세 가까워졌다.


 눈이 커다란 친구와 어머니를 닮아 유독 눈이 큰 시츄를 보며 가족이라 닮은 것 같다고 어머니께 말도 붙이며 부러워했다. 그렇게 한참을 놀다 집에 갈 때면 아쉬움 가득한 눈빛을 흘렸다.

 

 집으로 돌아오면 지겹지도 않은지 또다시 반려동물 사진을 찾아봤다. 그 탓에 지금도 길거리에서 다양한 종의 강아지를 보면 이름과 특징이 자연스럽게 생각난다.

 

이런 나의 열정에 2013년 2월, 부모님은 못 이기는 척 반려동물을 보러 가도록 허락하셨다. 나는 신나는 마음으로 옷을 마구잡이로 잡아 입은 채 춤을 추듯 차에 미끄러져 들어갔다.

 

그렇게 도착한 분양소에는 투명한 케이지를 긁는 작은 반려견들이 있었다. 마치 자신을 데려가달라고 애원하는 것 같았다. 그런 아이들이 안쓰러워 보여 모두 꺼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린 마음에 생명을 기르는 것에 대한 책임감보다 데려가서 잘 보살펴줘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한참을 다양한 아이들과 하나하나 눈을 마주쳤다. 그러다 홀로 쇠 철창에 갇혀있는 유난히 작은 포메라니안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한참을 눈을 떼지 못했다.

 

그 눈 맞춤의 순간이 이 아이를 반드시 데려와야겠다는 생각을 갖도록 했다. 처음 느껴보는 운명적 전율이었다. 아직도 그때의 느낌, 향수가 생생하게 기억난다.


 나는 다급하게 가족들을 불렀다. 부모님도 나와 같은 느낌을 받았는지 한참을 반대하시던 아버지도 그 아이를 바라봤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놀라운 순간이었다.


 이 작고 여린 아이가 혹시라도 세균에 감염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비닐장갑을 꼈다. 안아보라는 직원에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조심스럽게 아이를 안았다.


 작은 몸에서 나오는 온기가 어찌 그리 따뜻한지 손 끝에 느껴지는 체온이 따스했다. 부드러운 촉감은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서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가족 모두 한 번씩 아이와 교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참을 이야기한 끝에 우리는 이 아이를 집으로 데려가기로 결정했다.



 아이를 담은 작은 케이지를 안고 차에 탔다. 작은 공간에서 숨을 쉬는 것이 힘들지는 않을까 뚜껑을 몇 번을 여닫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이 아이와 함께한 첫 드라이브였다. 그 순간이 아이의 기억에도 진하게 남았는지 이후에도 차 타는 것을 좋아했다.


 집으로 가는 길 내내 이 솜뭉치에게 어떤 이름을 지어줄지 힘을 합쳐 고민했다. 반대하시던 아버지도 그 순간은 진지하게 고민하며 다양한 후보를 냈다.


 그때 마침 번뜩하며 몇 주전 텔레비전에서 방영한 '마음이'라는 영화가 머릿속을 스쳐갔다. 영화 속 반려동물과 주인과 사랑이 너무 따뜻하고 애달파서, 이 작은 솜뭉치도 우리와 깊은 유대를 맺고 착하게 자라기를 바라며 '마음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기로 했다.


 가족 모두 마음에 드는지 이구동성으로 "마음이!"를 외쳤다. 나는 케이지를 살짝 열어 조심스럽게 "마음아~" 하고 강아지를 불러보았다.


 내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는 건지 까맣고 동그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이름이 꽤나 마음에 드는구나 싶었다.


 이름을 불러줄 무렵 시간이 흐른 지도 모른 채 집에 도착했다. 현관문을 열고 케이지를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두고는 문을 열어주었다.


 낯선 공간에 처음 살금살금 발을 디디는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아이가 작고 여려 금세 아플 아이를 데려온 것 같다는 아빠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마음이는 그 작은 발로 집안 곳곳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거실 찬장 밑, 주방, 베란다, 화장실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냄새를 맡으며 탐색전을 벌였다.


 낯선 내색 하나 없이 당당하게 걸어 다니는 모습에 우리 가족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우리는 어이없어하며 한참을 웃었다. 아버지는 '마음이가 집에 오기 위해 얌전한 척을 했다'며 속았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고집이 가득 들어있는 얼굴과 집에 도착하자마자 마치 원래부터 그랬다는 듯 앙칼진 목소리로 짖는 모습으로 처음부터 마음이는 우리에게 행복한 웃음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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