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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우주 Apr 08. 2024

프롤로그

너에게 쓰는 편지

이별의 아픔은 그 크기를 그리던 나를 가당치도 않다는 듯 비웃는다. 내 전부, 내 세상이라도 되었던 듯 너를 잃은 상실감은 눈 깜박할 사이 세상을 회색빛으로 물들인다. 간신히 붙잡은 정신은 너무 짧은 생을 마치고 떠난 너의 기나긴 여행을 응원하고 또 응원한다.

 

네가 가는 길은 찬란한 무지갯빛으로 가득하길, 눈을 닮은 새하얀 네가 좋아하던 그 겨울 하얀 눈처럼 뽀얀 구름 사이를 건강한 네 다리로 성큼성큼 뛰어다닐 수 있기를 간절히 응원한다.

 

턱 끝이 찌릿할 정도로 달콤했던 첫 만남의 기억과 함께한 추억을 한 움큼 움켜쥔 채 너와의 이별을 유예한다. 그렇게 나는 눈이 부시도록 활짝 웃어 주던 네 모습을 다시 보는 그날을 기약한다.


 4월 1일 만우절 거짓말처럼 떠난 너에게 편지를 쓴다.원망스럽게도 역설적인 화창한 날씨가 시린 가슴을 부추긴다. 그러나 화창한 봄 날씨가 네가 가는 길은 더욱더 환하게 비춰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마음이에게.

 마음아 언니 왔어. 집에 도착해서 외치면 뛰는 것도 싫어하던 네가 항상 문 앞으로 달려와주는 것이 얼마나 큰 사랑의 표현이었는지. 네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시간 동안, 또 너를 볼 수 없게 된 이제야 그 사랑의 크기가 얼마나 한결같고 거대했는지 알게 되었어.


 누군가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것에 서툰 나보다 네가 더 대단하고 기특하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아낌없이 베푼 사랑에 받은 것은 가르침밖에 없어서, 내가 널 가르치던 것이 아니라 네가 날 성장시켰구나 싶은 마음에 공허한 웃음이 새어 나오곤 해.


 빠르게 성숙한 너이기에 먼저 떠나보내야 했던 것일까. 제법 따뜻해진 날씨에 네가 좋아하는 꽃들 한 아름 유모차에 담은 채, 분홍빛 공원 두 바퀴 함께 돌아보는 날을 기다렸는데. 그 답답하고 작은 병원 속 케이지에서 얼마나 외로웠을까. 밤낮으로 문안을 가도 불안감에 손 끝이 떨려왔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마지막 가는 그 순간까지 앓는 소리 한 번 없이 버텨주더라. 그 모습이 너무 의젓해서, 병원에 있는 다른 반려동물처럼 한 번쯤은 안기며 칭얼거려도 되는데 싶은 마음에 눈물이 핑 돌았어.

 

문안을 가는 시간마다 오열하시는 어머니의 모습과 묵묵하게 그 옆을 지키는 아버지의 모습에 나만은 너에게 힘이 되도록, 또 우리 가족에게 힘이 되도록 어금니 닳도록 이를 꽉 깨물었어. 그렇게 울음을 삼켰던 것 같아. 혹여나 네가 다시 건강해지진 않을까 밝은 모습으로 너를 만나고 싶었지만, 병원 화장실에 들러 한참을 울었어. 삼키고 또 삼켜보지만 자꾸만 새어 나오는 울음소리에 혹여나 귀가 밝은 네가 들을까 온 힘 다해 숨 죽여 그렇게 울었어.

 

 네가 떠나가기 전 날, 오늘을 버티기 힘들다는 의사 선생님의 이야기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 그 사실을 믿기 힘들 만큼 또렷하게 우리를 바라보는 너의 까만 눈동자와 따뜻했던 너의 솜털의 촉감에 금방이라도 네가 건강해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졌어.


 다음날 아침, 네가 스스로 일어나서 물도 마시고 짖기도 했다는 병원의 연락에 설레는 마음으로 너에게 달려갔어. 좋은 증상이긴 하나 희망을 갖긴 이르다는 못한다는 의사 선생님의 조심스러운 말들이 조금은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다가올 큰 아픔이 두려워 나 역시도 온전히 희망을 가질 수 없었어. 그래서 너를 더 희망찬 눈빛으로 바라봐 줄 걸 하는 후회가 들더라.


 조심스레 다가선 케이지 앞에서 네가 얼마나 힘이 들었을지 상상도 못 한채 얇아진 네 다리로 일어나서 다가와주는 네 모습이 너무 기쁘고 애틋했어. 그 순간이 마지막일 줄 알았다면 너를 더 꼭 안아줬을 텐데. 그러지 못한 내가 너무 원망스러워.

 

 다시 볼 수 없는 너를 무지개 길로 보내주던 날. 그 순간을 난 평생을 잊을 수 없을 거야. 조심스레 안아본 너의 털은 여전히 네가 좋아하던 담요처럼 부드러웠고, 네 작은 배는 마치 숨을 쉬는 듯 움직이는 것 같았어. 꽃과 함께 담긴 너의 모습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어. 금방이라도 일어나 평소처럼 신경질 부리며 나를 한 번이라도 물어줬으면, 손에 피가 흥건해지도록 물어도 좋으니 일어나기만 해줬으면 하고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났던 것 같아.


  마음아, 마음아. 나는 너를 그 어떤 표현으로도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사무치게 사랑해. 앞으로도 평생을 사랑할 거야.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되는 그날을 기약하며, 빈 공간에서 네가 우리 가족을 기다렸던 순간처럼 나도 너를 그렇게 기다릴게. 살아가는 동안 우리가 다시 만날 날을 끝없이 그릴게.


내가 세상을 떠나 긴 기다림을 끝내는 그날, 네가 좋아하는 고구마 한 상자와 너를 만나러 갈게. 그러면 너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눈부신 웃음으로 반겨줘. 우리 그 순간 끝없는 무지개 길을 함께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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