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우주 May 12. 2024

감정(1)

두려움

마음이를 떠나보낸 지 한 달 하고도 조금의 시간이 더 흘렀다. 늘 바쁘게 움직이는 시간이지만 유독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른 채 빠르게 흘려보낸 한 달이다. 야속하게도 시간은 사람의 감정을 무뎌지게 한다. 물 한 모금 마시는 것이 힘들던 몇 주를 뒤로한 채 바쁜 일상에 적응한다.


 여느 때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을 하고 회사 사람들과 섞여 아무렇지 않게 일을 한다. 그러다 점심시간이 되면 식사를 하며 시시콜콜한 농담에 웃기도 하고, 저녁이면 집에 돌아와 하루를 정리한다. 바닥 끝으로 곤두박칠치던 감정이 다시 평정심을 찾아간다. 


 몇 주간 쳐다볼 엄두조차 내지 못한 강아지들의 산책하는 모습을 이제는 바라볼 용기가 생긴다. 그렇게 너의 모습을 상기한다. 유독 하얀 털을 가진 강아지를 볼 때면 마음이 가라앉기도, 한편으로는 반갑기도 하다. 참으로 복잡한 심정이다. 


 밥을 먹다가,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물을 맞으며 몸에 비누칠을 하다가, 너와의 기억은 시도 때도 없이 나를 찾아온다. 그 기억을 잠시 묻어두기라도 하려는 건지 자꾸만 새로운 일을 찾는다. 새로운 일에 집중하는 시간만큼은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는 덕인 듯하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오면 업무를 위한 공부를 한다. 집중이 되지 않는 날이면 한바탕 집을 뒤집어엎고 대청소를 시작한다. 줄어가는 수면 시간이지만 이상하게 저녁에는 잠이 잘 오지 않는다. 그러나 이 전처럼 눈물로 밤을 지새우는 일은 없다. 


 잠이 오지 않을 때면 책상에 앉아 사진 속 활짝 웃고 있는 너의 모습을 보며 펜을 든다. 하얀 털과 대비되어 더 까맣게 보이던 너의 눈, 코, 그리고 핑크빛 귀와 입, 풍성한 너의 털을 나의 모자란 그림 실력으로 표현해보려고 했으나 마음에 들지 않아 짜증이 난다. 


 몇 번을 지우고 다시 그리다 새벽바람 소리에 다음에 그려보자며 노트를 덮는다. 그렇게 그린 너의 그림으로 노트 몇 칸이 채워진다. 


 빠르게 흐르는 시간 속에 너의 모습이 흐려질까 두렵다. 떠올리고 싶어도 너의 모습이 잘 기억이 나지 않을까 무섭다. 나의 목소리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귀를 기울이던 네 아름다운 모습, 화가 날 때면 접힌 듯이 주름지던 너의 코, 크게 짖어도 작은 너의 목소리 모든 게 흐려진다면 또다시 괴로운 시간을 보내야 할 것만 같다. 


 그래서 나는 네 모습이 흐려지지 않기 위해 무던히도 너를 생각하려 한다. 시도 때도 없이 생각나주는 지금에 감사하려 한다. 네 모습이 생각날 때면 네가 선명하게 기억 날 수 있도록, 그 기억을 머릿속에 꾹꾹 눌러 담을 것이다. 

이전 05화 변화(2)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