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그리고 트라우마
소중한 누군가를 잃으면 종종 사람들은 꿈에서라도 보고 싶다는 말을 한다. 나 역시 그런 생각을 했다. 간절히 바라 이루어진 건지 요즘 너는 내 꿈에 자주 등장한다.
너무 보고 싶은 네가 꿈에 나와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지만 때로는 아프기도 하다. 급격하게 야위어 떠나간 네 모습이 트라우마로 남은 것 같다. 그저 건강한 모습으로 뛰어다니는 네 모습만이 꿈에 나온다면 매일이 행복한 하루로 이어질 텐데. 꿈속에 네 모습은 건강하다가도 눈 깜빡할 새에 야위어버린다.
일주일에 한 번씩 나를 찾아오는 너는 늘 보여줬던 행복한 미소로 집 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닌다. 그러다 저녁 요리를 시작한 어머니의 달그락 소리에 주방으로 전력질주 한다. 그리곤 원래 주방에 있었다는 듯 어머니 앞에 서서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그 모습에 마음이 사르르 녹은 어머니는 네게 사과, 당근, 고구마할 것 없이 식재료를 조금씩 떼어주신다. 그러면 텔레비전을 보던 나와 동생, 오빠는 자꾸 주면 살이 쪄서 안된다며 어머니에게 호통을 친다.
가족 모두 너의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를 시켜야 한다며 어머니에게 호통을 치면, 잔뜩 의기소침해지신 어머니는 마음이에게 우리를 물어버리라며 서운함을 내비친다.
사소한 일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순간으로 늘 너에 대한 내 꿈은 시작한다. 그 평범한 일상이 따뜻한 온도로 내 마음을 데워 아직 식지 않았나 보다.
간식을 너무 많이 주지 말라며 호통치는 우리들의 모습은 비록 사랑스러운 말투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 모든 모습은 네 건강을 위한 사랑이었다.
네가 갸우뚱거리며 서있으면 마지못해 음식을 떼어주던 어머니의 모습 역시, 네 건강을 걱정하지 않아서가 아닌 너를 위한 크나큰 사랑의 표현이었다.
한참을 행복한 시간에 웃다 못해 흐르는 눈물에 눈물을 훔치면, 그 찰나의 순간 내 눈앞에 네 모습은 야윈 모습으로 변한다.
어쩐지 생기를 잃어버린 눈동자, 윤기 나게 자라던 너의 털과 대비되게 삐뚤빼뚤 잘라진 너의 털, 예전과 달리 힘 없이 짖는 너의 목소리.
행복했던 시간을 부정이라도 하는 듯 금세 웃음으로 찔끔거리던 눈물이 슬픈 눈물이 되어 주체할 수 없이 흐른다. 그 눈물이 버거워 눈을 뜨면, 적막한 고요함과 현실 속 일상이 내 아침을 짓누른다.
그러면, 나는 씩씩한 너는 잘 지내고 있을 거라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그러곤 네가 보내고 있을 외로운 시간에 잘 지내고 있는 내 모습을 보여주기라도 하려는 듯 더 힘차게 하루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