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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 테라피스트 깽이 Dec 09. 2023

고양이도 밟으면 꿈틀 한다.

무례한 것과 편한 것은 구분되어야 한다.

고양이와 생활을 하다가 보면 이 아이들의 길고 살랑거리는 꼬리가 너무나 귀엽고 탐스러워 보인다.

특히 이렇게 귀여운 등짝을 내 보이며 긴 꼬리를 내려뜨리고 있으며 으레 장난을 치고 싶어 진다. 바로, 꼬리밟기!

 물론 너무나 세게 밟는 것이 아니라 꼬리 위로 다리를 얹히는 정도이기에 아이들도 봐주기도 하고 다리를 껴 안기도 한다.


고양이도 강아지처럼 꼬리로 말하는 동물이라고 한다. 처음 고양이를 키울 때 동영상을 보면서 꼬리를 바짝 세우면 무슨 뜻, 꼬리를 세게 내리치면 짜증 나거나 화난 다는 뜻 뭐 이런 식으로 외우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대입시켜 보기도 했지만, 우리 아이들은 세게 나를 문다거나 입질을 하지 않는 순한 개냥이들에 속하기에 그때 배웠던 것들은 그냥 감으로 내 머리 한 구석에 남아있다.


 흑미의 경우에는 장난을 매우 좋아하는 아이이다. 그러다 보니 내가 이렇게 꼬리 밟기를 하면 벌써 눈이 동그래져서 '뭐 하고 놀까'하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처음에는 나의 이런 행동에 놀라기도 하고 생소하기도 해서 거리를 두더니만, 이제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왜 꼬리 안 밟지?' 하는 얼굴이다. ㅎㅎ


 그러다가 조금 꼭 밟아서 움직이지 못하게 하면 입을 가져다 대고 무는 시늉을 한다. 물론, 흑미가 문다고 해도 힘을 전혀 넣지 않기 때문에 절대로 아프지는 않다. 하지만, 본인은 싫다고 의사표현을 확실하게 하는 것이다. 당연히 싫겠지~ 그 모습이 귀여워서 또 하는 거지만 ^^


 이런 고양이들을 대할 때에도 내가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저를 싫어하는지는 어쩐 일인지 금세 알아채는 것 같다. 집에 오는 손님들 중에서 고양이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사람에게는 쉽게 옆자리를 주지 않는다. 하지만, 나나 고양이들에게 애정 어린 눈빛을 보내오는 사람에게는 쉽게 다가가고 장난도 잘 받아들이는 듯 보인다.


 사람으로 살아오면서 싫든 좋은 꽤 많은 사람들과 인연이 이어졌다, 끊겼다 해 왔다. 그 사람들 중에는 말투는 조금 거칠지만 애정이 듬뿍 담긴 눈으로 나를 바라봐 주는 사람도 있었고, 말투는 다정하지만 냉정하고 무례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좀 더 어렸을 때는 타인에게 "쉽지 않은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싶어서 나 스스로를 중무장시키고 몸에 온갖 가시들을 세워 놓았다.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사람, 쉽지 않은 사람. 그러다 보니, 무례하게 하는 사람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도 없었다. 어릴 때는 그것이 나를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도, 그 누구도 나에게 "어떤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지 가르쳐 주지 않았다.


 마음을 주다 보면 점점 무례해지는 사람도 있고, 나 역시 그런 사람이 되어가는 듯 한 느낌이 들어 스스로가 너무 싫어질 때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사람과도 한 발자국 멀리 사귀는 버릇이 생겨버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그것대로 장점도 있겠지만, 너무나 외로워지고 삶의 의미도 흐려졌다.


 고양이들과 함께 하면서, 고양이의 다양한 부분을 본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혼자서 해야 할 일과, 함께 해야 할 일을 구분한다거나,

다가가도 되는지 먼저 톡톡 두드려 본다거나,

좋아하는 것이라고 해서 달려들지 않고 신중하게 생각해 본다거나,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며 배려한다거나...


 무례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런 고양이들도 알고 있는 간단하고 기분 좋은 매너를 지킨 다는 것이다.

장난이나 유머를 즐기는 것은 함께하는 시간을 부드러운 공기로 바꾸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 그 사람을 쉽게 보고 낮춰보라는 뜻은 아니니까. 누가 되었든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되, 버릇이 없거나 무례하게 행동하지 않도록 조심하자. 그리고, 누군가가 무례하다면 아기고양이 흑미처럼 살짝 물어주어 "당신, 주의하세요!"정도의 조언은 해야겠다. 뭐, 말을 듣지 않는다면 그 사람과의 시간은 거기서 끝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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