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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 테라피스트 깽이 Jan 04. 2024

눈을 좋아하는 고양이

부정적이기보다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연습

 우리 집에 첫 번째 고양이로 온 '온이'는 6월 생으로 다소 더운 여름에 태어난 아이다. 공부방을 하고 있던 시기에 입양해 온 온이는 1층에 다소 썰렁한 우리 집에서 매우 잘 적응을 했다.

 습하고 더운 기온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겨울에도 보일러를 잘 틀지 않는데도 온이는 별 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고양이는 따뜻한 것을 좋아한다는 정보에 온이를 걱정하며 보일러도 틀고 따뜻한 담요를 준비해 주었는데 온이는 담요는 좋아했지만 따뜻한 바닥에 그리 큰 반응은 하지 않았다. 창밖으로 놀러 오는 다른 고양이나, 새들에게는 눈길을 주고 채터링도 했지만 말이다(당연한 반응입니다~^^;;).

 겨울이 되자 온이가 반응하는 것이 생겼다. 

 바로 <<눈>>이다. 

 따뜻한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우리 집에서도 어쩔 수 없는 추위에 보일러를 틀어야 하는 한 겨울. 

 온이는 바깥쪽 베란다의 문을 열어달라고 아우성이다. 평소 소리도 잘 내지 않는 녀석이 아침나절과 저녁 무렵 베란다 쪽 문으로 다가가 나를 보며 "냐~~~ 냐~~~"하고 말을 건다. 이건 열어달라는 뜻이다. 


 펑펑 눈이 오는 날에는 창 밖의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향해 채터링을 하기도 하고, 높은 캣타워 위로 올라가 눈을 잡으려고도 한다. 그리고 창문 쪽 자신의 자리에 앉아 하염없이 밖을 바라보기도 한다. 처음에는 '나가고 싶은 건가?' 하는 생각에 고양이용 하네스를 구입하여 바깥 산책도 해 보았지만 그리 멀리 가거나 오래 있지 않았기에 바깥산책은 포기. 구경이 좋은 것인가 보다. 동생 흑미가 노는 것을 보는 걸 좋아하는 것처럼... 


 



 눈이 쌓인 바깥은 바라보고 있는 온이의 뒤통수는 너무나 귀엽다. 무엇이 그렇게 좋은지 한시도 눈을 감지도 않고 지켜본다. 평소에는 추위에 잠깐 나갔다 들어오지만, 눈이 오는 날에는 밥을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베란다자리에 앉아있다. 그렇게 좋은가...


 눈이 오면 길도 더러워지고, 자동차를 끌고나서부터는 차와 길이 얼까 봐 걱정했다. 차가 엄청 더러워도 세차도 못하는 겨울이 그리 좋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하지만 눈이 오는 겨울의 온이의 반응을 보면서 눈이 오는 날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때는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우리 온이가 좋아하겠네~ "하며 그 뒤통수를 상상하기도 한다. 알 수 없는 온이의 머릿속 상상을 내 마음대로 하면서 말이다. 


 인터넷 동영상에서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잡으려는 고양이를 본 적이 있다. 우리 온이의 머릿속에서도 그런 상상을 하고 있는 걸까... 


 어떤 시기에는 모든 것이 부정적으로 밖에 생각이 되지 않을 때가 있다. 특히 안 좋은 일이 겹쳐지거나 마음상하는 일이 생겼을 때 말이다. 마치 물꼬를 튼 것처럼 모든 것들이 부정적으로 생각되기 시작한다. 평소 좋았던 것들 마저도... 그럴 때는 이렇게 눈을 바라보는 온이의 뒤통수와 옆모습을 떠올려본다. 


 눈은 지저분하고, 춥고, 척척하며, 나의 붕붕이를 얼릴 수도 있지만, 사랑해 마지않는 온이의 소소한 즐거움이다. 어쩌면 온이는 기온이 낮아지면 은근히 눈을 기다리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설레는 마음으로... 


 부정적인 마음이 드는 것들도 그럴지도 모른다. 검은 마음으로 보았을 때 그런 것들이 부정적으로만 다가올 수도 있지만, 그런 것들도 실은 설레는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는 다른 측면이 있는 것은 아닐까. 


 최근에 읽었던 소설의 한 부분에 이런 문구가 있었다. 

 - 지난날을 과거의 실수 그대로 내버려 둘지, 아니면 반성하고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을지는 현재의 당신에게 달려있습니다. 그러니 현재를 바꾸면 과거도 자신이 좋았다고 여길 수 있는 것으로 바뀝니다."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실패한 과거나 실수들..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현실... 이것을 계속해서 부정적으로 생각을 한다면 악순환이다. 그런 것들을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아 조금씩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마음부터 긍정적으로 바꾸려고 노력한다면 언젠가 평온하고 소소한 행복이 있는 현실이 되어있지 않을까.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는 눈을 바라보고 있는 온이의 뒤통수를 생각하며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자 노력해 보아야겠다.


이불 속을 좋아하는 온이 


눈을 좋아하는 온이


반면 따뜻한 바닥을 좋아하는 흑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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