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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 테라피스트 깽이 Jan 07. 2024

호기심이 많아 사랑받는 고양이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 

글을 쓴다고 책상에 앉아서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부스럭부스럭... 어느새 내 옆에 있는 책꽂이 위에 올라와 앉는 흑미.

 크고 작은 장식물을 좋아하는 나는 책꽂이 위에 액자나 달력부터 시작해서 캐릭터 별인형들을 책꽂이 위에 올려두곤 했었다. 어릴 적에 손에 넣지 못했던 것을 크면서 하나 둘 모으기 시작하면서 이런 예쁜 쓰레기들을 집안 곳곳에 올려두게 된 것이다. 이제는 다 부질없는 짓이라며 새로이 구입하지는 않지만, 살다 보면 이러저러한 귀여운 것들이 쌓이게 된다. 차마 버리지 못한 나름의 기념품들이다. 


 하지만 고양이를 키우고부터는 무엇인가를 올려두지 못한다. 고양이들은 위에 있는 것을 다 떨어뜨리고 자신의 자리를 확보하는 특징이 있는 것 같다. 무거운 것들이 있는 것, 즉 고양이들의 능력으로 떨어뜨릴 수 없는 것들이 있으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으면 죄다 떨어뜨리고 보니... 지금은 접착테이프로 고정을 시켜 주지 않은 것들은 다들 상자에 넣어서 보관을 하고 있다. 




 내 옆에 있는 책꽂이 위에도 나름 열심히 꾸며 놓았지만 무용지물이 되어 결국은 흑미의 자리가 되어버렸다. 저 자리에 앉아서 내 얼굴을 보거나, 내가 하고 있는 무엇을 관찰하는 것이 취미가 되어버린 흑미.. 가만히 앉아서 나의 움직임을 쫓는 온이에 비해 흑미는 나의 꼬리마냥 쫓아다니기 바쁘다. 누가 이 아이에게 그런 프로그램을 깔아 두기라도 했는지, 낮잠을 자는 시간 이외에는 나의 모든 것을 가까이에서 감시한다. 사랑스러운 녀석... 


 내가 컴퓨터에 무엇이라고 적는지 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얼굴... 이 아이는 인간의 언어만 못하지 아마도 글을 읽고 생각할 줄 아는 것은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수시 때때로 바뀌는 흑미의 표정이 딱 그렇다. 

글이 막힐 때면 점점 나에게 가까이 와서 얼굴을 비비곤 한다. 대단한 녀석.. 


흔히들 고양이는 "호기심이 많다"라고 한다. 사실이 그런데 아이들은 눈을 크게 뜨며 사람을 관찰하고, 작은 움직임에도 민감하게 움직인다. 모든 것이 신기한 듯이 바라보는 이 고양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는 평상시에는 안 하는 행동을 할 때도 있다. 이 아이들의 반응이 궁금해서 이기도 하고, 이 아이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사실 내가 무슨 행동을 해도 관심 없어한다면, 나도 이 아이들에게 정말 최소한의 것만 하지 않을까.

당연히 해야 할 먹을 것이나, 집과 같은 것 말이다. 그러면 나는 말도 안 통하는 이 아이들에게 사랑을 느끼거나 소중함을 느끼거나 하지는 않겠지.. 하지만 이 아이들은 눈빛으로 이야기한다. 


뭐 하고 있어요? 밥은 먹었나요? 즐거운가요? 슬픈가요? 나도 좀 봐주세요! 

당신이 뭐 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어디 나가시나요?


이렇게 말해주면 누가 싫어할까. 

지나친 관심은 싫을 수 있지만, 사랑해 마지않는 사람이 이런 눈길과 이런 말을 해 주면 점점 더 사랑이 깊어지지 않을까. 


 집에 돌아오면 나를 맞아주는 아이들을 보면 자연스럽게 부드러운 말이 나온다. 


"온아~ 집 잘 보고 있었니? 엄마 보고 싶었어? "

"흑미야~ 형아 말 잘 듣고 있었니? 간식 줄까?" 





 나를 향한 호기심과 관심이, 아이들을 향한 사랑이 되어 돌아간다. 이런 상호작용이 계속될수록 이런 생각이 든다. 


 나도, 다른 사람과 대할 때 그들에게 보상 없는 호기심과 관심을 나타내다 보면 서로 행복한 마음이 되어 편안한 마음이 되지 않을까. 물론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낼 수는 없지만, 적어도 지금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오래도록 잘 지내고 싶다면 말이다. 


 호기심이란 어른이 되면서 많이 옅어지는 것 같다. 지나친 관심이 독이 되기 때문에 그러지 않도록 노력을 해 오다 보니, 아예 관심이 옅어진 것처럼 생각이 들기도 한다. 관심을 나타내고, 배려를 나타내고 싶은데 그전에 스스로 일단 브레이크를 걸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사랑을 할 사람도, 사랑을 받을 사람도 줄어드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나만 그런 걸까. 


 사람 사이의 사랑도 어느 정도는 상대적이어서 내가 나의 마음을 허락 한 만큼, 다른 사람도 자신의 마음을 허락해 주는 것 같다. 그러니 오늘은 조금 더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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