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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 테라피스트 깽이 Jan 09. 2024

어서 오세요. 사랑이 가득한 고양이 온이네 집입니다.

집이 조용하고 포근한 것은 고양이들 덕분입니다.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고양이 두 마리가 현관까지 마중을 나온다

"꾸루루루룩~"

"냐~~~~~"


고양이들의 내는 소리가 다르다는 것을 고양이를 키우고 나서야 알았다. 고양이는 그저 "냐~옹"이라고 소리를 내는 줄 알았더니 내가 지금까지 들은 소리만도 정말 여러 가지다.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 주면 다양한 소리를 낼 텐데.. 그런 점에서 그리 재미있는 성격이 아닌 내가 한심스럽기까지 하다. 


큰 아들 온이는 한참이고 내 주변을 맴돈다. 내가 살짝 앉으면 나의 손을 향해 얼굴을 비벼 온다. 마치 얼굴부터 쓰다듬고 엉덩이를 두드려 달라는 명령이신가 보다. 한 5분 정도를 왔다 갔다 하면서 나의 스포츠 마사지를 받은 온이는 엉덩이를 보이고 다른 곳으로 간다. 이제 끝났나 보다. 


 온이가 마사지를 받고 있는 사이에도 끊임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녀석이 있다. 



 생후 7개월을 벗어나고 있는 흑미다. 온이의 마사지가 끝나길 기다려서 자신의 차례라며 얼굴을 디민다. 돈이 에 비해 더 짧은 털을 가지고 있는 흑미.. 정전기가 많이 나서 따끔거리는 데도 와서 얼굴과 몸을 부딪친다. 

이런 행동은 온이에게 배운 것인지 이제는 제법 고양이 다운 행동을 한다. 


 태어나서 1개월 밖에 되지 않았을 때 집에 왔는데, 처음에는 꾹꾹이고 쩝쩝이고 아무것도 할 줄 몰랐다. 엄마한테 배우지 못한 걸까. 그저 온몸이 흔들릴 정도로 "갸릉갸릉" 소리를 내며 얼굴을 향해 다가올 뿐이다. 그랬던 것이 이제는 내가 앉아서 책이라도 읽고 있으면 침대 위에 나를 향해 앉아서  이불에 대고 꾹꾹 꾹꾹 몇 분을 그렇게 대기한다. 이제 어느 정도 나와의 라이프 스타일도 맞춰지는 것 같다. 


 내가 혼자가 된 지 벌써 5개월 차다. 

 처음에는 내가 혼자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고 익숙하지 않아서 울기도 많이 울고, 음악도 틀어두기도 하고, 적적한 마음에 집에 있는 시간도 많이 줄였다. 그럼에도 외박을 하지 않았던 것은 오직 이 고양이들 때문이다. 

힘든 마음을 달래기에는 술과 외박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고양이들의 아침저녁, 그리고 화장실을 관리해 줘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포기했다. 하지만, 내가 귀가하면 어김없이 다가와서 '왜 이제 온 거야? 보고 싶었는데!' 하는 얼굴을 하는 아이들을 보니, 내가 혼자가 아니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꼭 사람만이 함께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온 얼굴로 몸으로 표현하는 고양이들이 함께 있고, 또 그들이 나에게 아무런 보답을 찾지 않고 사랑해 주니 (어쩌면 간식을 원하는 걸지도...?) 나에게는 충분히 살아있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가정이 있고, 남편에게 사랑을 받고, 자녀에게 존중을 받는 그런 한 지붕에 사는 한 가족만이 사랑이 가득한 집을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서로를 필요로 하고 온몸으로 사랑을 표현해 주고 감싸준다면 그것이 사람이 아니라 해도 "가족"이라고 묶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힘든 하루 힘든 매일이지만 이렇게 사랑이 가득한 고양이들과 함께 있어 행복할 수 있는 오늘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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