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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안 꾸며도 예쁘지만, 꾸며도 예쁘다.

꾸미는 것은 가식이 아니라고 생각해.

고양이들도 강아지들처럼 옷이 있지만, 고양이를 처음 키울 때 본 동영상에서 고양이들은 그루밍을 하는 동물들이라서 옷을 따로 입혀주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것을 들었다.


동영상을 보면서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이 되었다. 본능적으로 까끌까끌한 혀로 그루밍을 하여 털을 잘 정돈하는 고양이에게 옷은 그야말로 방해가 될 수밖에 없어 보였다. 물론 옷을 입은 고양이들은 예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인간인 나의 눈으로 보았을 때 그런 거지.


처음 온이에게 친근의 표시인? 그루밍을 당했을 때 어찌나 혀가 까끌까끌한지.. 강아지만 키워보았던 나로서는 정말 깜짝 놀랐다. 그런데 고양이의 혀는 690개의 돌기가 있고, 그 혀의 홈에 고이는 침들은 효소가 들어있어서 털을 골라주고, 털 사이의 먼지 같은 것을 분해한다고 한다. 그러니 그루밍은 고양이들에겐 꼭 해야 할 몸단장인 것이다.


고양이는 정말 있는 그대로 너무나 예쁘다. 살짝 올라간 눈꼬리에 아이라인까지. 그리고 저녁에 보면 그 아이라인 위아래로 하얀 라인까지(온이의 경우) 그야말로 요염하고 매력적이기까지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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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행동도 너무나 엉뚱하고 귀여워서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힐링이 된다. 그러다가 꼭 끌어안아서 뽀뽀를 하게 되는데 처음에는 질색팔색을 하며 벗어나려 버둥거리던 온이도 이제는 으레 나에게 몸을 맡겨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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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얌전한 온이에 비해, 1개월도 채 되지 않아서부터 천방지축이었던 흑미는 손바닥만 한 아이가 어디로 순간적으로 없어져 버리니 목에 딸랑딸랑 목줄을 채워두지 않으면 깔고 누워버리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 덕분에 목걸이를 잘 차고 있는 귀염둥이 흑미. 이제는 딸랑이는 없지만, 귀여운 보라색 목걸이를 하고 있다. (나중에 또 바꿔줘야지^^)

스트릿출신의 흑미는 길에서도 자주 보이는 귀여운 무늬를 하고 있는데, 우유를 찍어먹은 듯한 두 손과 입이 그야말로 옆집에서 몰래 우유를 훔쳐먹은 것 같은 모양이다.


이 두 아이들 모두 있는 그대로도 너무나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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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때때로 예쁜 리본이 선물로 들어올 때면 아이들을 놀아주기도 하지만, 꾸며주고 싶은 엄마의 욕심에 온이에게 예쁜 리본을 목에 걸어준다. 목이 조이면 힘들 수 있으니까 느슨하게 느슨하게..

그러면 자신이 예쁜 줄 알고 있는 것인지, 그저 귀찮은 것인지 예쁜 포즈를 취해주는 온이. 예전에 귀여운 토끼모자를 씌웠을 때는 있는 대로 째려보며 화를 내고 집어던졌던 것에 비하면 아주 양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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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쁜 리본을 하고 늠름한 척 앉아있어도 하나도 무섭지 않다고 하며 카메라를 들이대니 흑미도 무슨 일인가.. 하고 놀러 왔다. 관심을 주면 더 좋아하는 고양이들.. 온이의 무늬와도 너무나 잘 어울리는 핑크리본이었다. 한 시간도 안되어 리본은 사라져 버렸지만... 아무리 풀리지 않게 묶어줘 봐야 하루도 안 가고 리본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두 아이가 합세해서 풀어서 어딘가에 감춰버리는 건가..?


그래도 가끔은 리본을 묶어주거나 단장을 해 주면 평소에 못 보는 예쁨이 보여서 좋다.







사람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름답기도 하다. 근래에 들어서는 화장도 화려하지 않고 한 듯, 안 한 듯 한 그런 화장이 더욱 자연미가 있어서 끌린다. 옷도 베이식한 것이 자연스러워서 좋게 느껴진다. 그러려면 고양이처럼 본래 잘 관리를 해야 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정말 때때로 예쁘게 쉐도우를 하고 조금은 색이 나는 립을 바르고 평소에는 잘 안 입는 색의 옷을 꺼내 입으면 나름 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고, 기분도 달라진다. 무미건조했던 그런 시간들에 색이 입혀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꾸민다는 것은 때로는 자신이 아닌 것처럼 가식적으로 보일 때도 있다. 솔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 역시 솔직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저 이런 모습도 있고, 저런 모습도 있는 것이다.


고양이가 리본을 하기 전에도 예쁘지만, 리본을 한 후에도 예쁜 것처럼 그저 나의, 혹은 상대의 이런 모습이기도 하고 저런 모습이기도 한 것이다.


물론 이런 모습도 저런 모습도 본래의 모습이 예뻐야 하겠지만, 그것은 내공에 대한 문제이니 차치하고,

가식적이라고 생각할 것 없이 이런 모습의 나도, 저런 모습의 나도 인정하며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제일 솔직하고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그날그날 상황에 따라, 기분에 따라 깔끔하게 예쁘게 꾸며야지. 고양이처럼. 날름날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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