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 때부터 온이의 장난감을 물려받은 굴러 들어온 둘째 흑미. 선천적으로 활발함에 막내만이 갖고 있는 애교까지 겸비한 우리 집 제일의 장난꾸러기다. 지금의 흑미는 어떤 장난감을 갖다 줘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아주 잘 가지고 놀다가 결국은 망가뜨리기까지 하는?? 천재 고양이다.
이 반응 좋고 활발하기 짝이 없는 우리 집 '그 고양이'인 흑미를 위해 작년부터 캣휠을 하나 구매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캣휠하나만 있으면 흑미의 에너지를 다 발산할 텐데... 나를 너무 힘들게 하지 않을 텐데... ㅎㅎ
흑미랑 노는 것은 너무나 재미있다. 낚싯대를 이리로 흔들, 저리로 흔들, 팡팡 튕겨줄 때마다 초롱초롱한 흑미의 눈빛을 보면 참을 수가 없다. 너 어쩜 이리 귀엽게 생겼니?
하지만 아주 얌전한 새초롬 온이에 비하면 그 활동량이 너무나 많기에 나의 체력과 시간으로는 흑미를 만족시켜 주기가 어려웠다. 온이에 너무나 익숙해졌기 때문인 것 같다.
나의 이런 간절함에 지인이 선물해 준 캣 휠!!
캣휠을 받았다는 기쁨은 장작 2시간의 빡센 조립으로 점점 줄어들었지만, 흑미가 채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잘 타는 것을 보고 2배 이상이 되어버렸다.
빨리 익숙해지는 흑미는 제법 잘 타면서 뽐냈다. 역시 장난감 천재. 너무나 재미있는지 새벽에 거의 잠을 자지 않고 타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무소음"이라고 선전한 캣휠이었는데... 바닥이 평평하지 않은 탓인지 제법 소음이 난다. 뭐 굴러가는 거니까 그 정도는 나야지 싶긴 하지만 혹시 옆집도 시끄러우면 어떡하나 하는 우려도 생겼다. (나중에 민원 들어오면 새벽에는 굴러가지 않게 조정해 두어야겠다.
반면 낯가림이 심한 우리 온이는 캣휠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는 과정에 있다. 흑미가 타는 모습을 보여주면 멀리 앉아서 흑미의 모습을 꼼꼼하게 보고 있다.
예전에 흑미가 냉장고 위를 거침없이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여줬을 때도 그랬다. 흑미의 모습을 마치 학습이라도 하듯 지긋이 쳐다보다가 어느샌가 온이도 냉장고 위에 올라가 앉아있었다. 어찌나 어이없던지..
겨우 찾은 옛날 냉장고 위 두 아이..
언젠간 저 빙굴빙굴 캣휠에 올라서 뛰고 있을 귀염둥이 온이의 모습을 상상하며 웃었다. 아직까지는 흑미만의 장난감이지만 말이다. 각자의 속도가 있으니까. 왠지 그 속도마저 너무나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고양이들도 저마다의 성격이 다르다. 특히 우리 집에 두 녀석도 너무나 다르다. 어떻게 달라도 이렇게 너무나 다른 두 녀석과 함께 살게 되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신기할 따름이다. 그러면서도 사람을 좋아해서 따르는 것은 비슷하다.
사람도 성격이 다 다르다. 아무리 비슷해 보이는 사람일지라도 저마다의 속도도 다르고 사물을 대하는 방식도 다르다. 그러다 보니 내가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도 상대에 따라 다르다. 활발한 사람한테는 활발함에 맞춰 나도 조금은 흥분된 모습으로, 얌전한 사람한테는 평소보다 조금 차분한 모습으로 대하려고 노력한다. 나만의 성격과 속도도 있지만 상대가 맞춰주길 강요하는 것은 늘 쉽지 않았고 트러블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어디까지나 바꿀 수 있는 것은 나 자신뿐이다.
그렇지만 남들에게만 맞추는 것은 결국 나 자신에게는 스트레스로 다가올 때도 있었다. 그래서 나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이 필요함을 느끼게 되었다. 그것이 나라는 사람을 배려하는 '나'의 방법이 되었다.
스스로를 몰아치기만 해서는 안된다. 결국 원하는 대로의 결과가 오지 않았을 때는 자신에 대한 실망감만 한 트럭이 되어 자신에 대한 사랑보다는 미움과 원망만이 남았다. '나'를 나와는 다른 인격체로 대하듯 객관적으로 보고 성격을 파악하고 안쓰러워하고 배려해 줘야 함을 느꼈다.
한동한 유행했던 동영상에 이런 말을 하는 연예인을 보았다.
"네가 너의 엄마가 되어주어야 해"
실제 친엄마가 아무리 사랑을 준다고 해도, 내가 원하는 방식이 아닌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의 사랑을 주기 때문에 결국 나는 애정 결핍이 되는 경우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내가 될 수 없기 때문에 나의 결핍을 채워 줄 수 있는 것은 '나' 뿐이기에 '내'가 나의 엄마가 되어, 좋은 것을 먹이고, 좋은 것을 입혀야 한다.
마찬가지로 나의 속도를 이해해 주고, 마음을 이해해 주고, 나를 위해, 나만을 위해 아껴주는 마음을 길러보아야겠다. 나 역시 다른 사람처럼 성격이 다르니까 나를 잘 연구해 보고 내가 원하는 속도와 사랑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