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이 함께 앉아 있는 시간


집 안이 유난히 조용한 오후였다.
말을 걸지 않아도 되는 시간,
무언가를 해내지 않아도 되는 순간.
고양이들은
그런 시간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처럼
나란히 창가에 앉아 있었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지만
서로를 바라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함께 있다는 느낌은 분명하다.



창밖에는 계절이 천천히 지나가고,
유리창 너머의 바람은
조금 차갑고, 조금 느리다.
고양이들은
그저 앉아 있는 것만으로
충분해 보였다.


어디로 가야 한다거나
무엇을 해야 한다는 생각 없이.
나는 그 뒤에서
그 모습을 오래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지금은
이렇게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결론도 내리지 않은 채
같은 시간을 바라보는 것.


고양이들은 늘
서두르지 않는 법을
몸으로 보여준다.
오늘은
그 가르침을
조금 더 오래 곁에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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