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미와 낚시놀이, 그리고 구경하는 온이

낚싯대를 꺼내는 순간
흑미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거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눈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깃털이 살짝 흔들리자
흑미는 몸을 낮췄다.
아주 낮게, 아주 진지하게.
그리고 속으로 말하는 얼굴이었다.
‘이번엔 안 놓친다.’



나는 소파 옆에 앉아
조심스럽게 낚싯대를 움직였다.
그러자 흑미가 한 발짝 다가오며
분명히 말하는 것 같았다.
“거기. 지금 거기 멈춰.”
깃털이 바닥을 스치자
흑미의 꼬리가 살짝 흔들렸다.
이건 신호였다.
곧 온다는 뜻이었다.



“지금이다.”
짧은 점프.
그리고 정확한 착지.
흑미는 깃털을 잡고는
잠깐 나를 바라봤다.
“봤지?”
“이 정도는 기본이지.”
그 사이,
온이는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있었다.



낚싯대에는 관심이 없고
흑미만 보고 있었다.
온이의 얼굴은 늘 그렇다.
조용하고, 얌전하고,
약간은 평론가 같다.
‘저렇게 뛰면 발이 미끄러울 텐데.’
‘이번 각도는 괜찮았네.’
온이는 직접 뛰지는 않았다.
대신 고개를 약간 기울여
흑미의 동작을 끝까지 지켜봤다.
마치 관중석 맨 앞줄에 앉아
혼자 박수를 치는 것처럼.
흑미는 몇 번 더 뛰고 나더니
갑자기 흥미를 잃은 얼굴이 되었다.



“이만하면 됐어.”
“오늘 컨디션 체크는 끝.”
그리고는 낚싯대를 그대로 두고
천천히 자리를 떠났다.
마치 ‘다음에 다시 하자’는 말이라도 남긴 것처럼.
그제야 온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낚싯대 쪽으로 다가왔다.
잡지는 않고,
냄새만 맡고,
다시 나를 본다.
‘재밌었어.’
‘근데 나는 보는 쪽이 좋아.’


흑미는 이미 다시 잠들 준비를 하고 있었고,
온이는 그 옆에 앉아 조용히 시간을 보냈다.
오늘도 이 집의 놀이 시간은
짧았고,
귀여웠고,
아무 일도 없었지만
괜히 하루가 잘 채워진 느낌이었다.
낚싯대는 다시 벽에 기대어 있고,
흑미는 꿈을 꾸고,
온이는 그 꿈이 너무 요란하지 않은지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이 집에서는
노는 고양이도 있고,
구경하는 고양이도 있다.
그리고 나는
그 둘을 보는 역할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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