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기 10분 꼭 해야 하는

아이들에게도 멍 때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 잠자기 전 10분

오늘은 무엇을 했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무엇이 재미있었고, 어떤 일이 슬펐는지,

친구와는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나의 말에 친구의 반응이 어땠는지, 기뻐했다면 내가 어떤 말을 했는지, 슬퍼했다면 내가 어떤 말을 했는지

되돌아보는 그런 시간들이 아이를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이죠.


20220713_074321.jpg 무엇을 하며 놀까 고민 중인 온이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재미있게 놀았다고 해서 무조건 알찬 하루는 아닌 것 같습니다. 오늘이 지나면 무슨 일을 했는지 기억도 안 나는 게 요즘 우리 생활이니까요.


그러다 보니 예전에 우리의 삶이 좀 더 단순하고 행복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렇지만도 않죠.


분명 그때에도 그때 나름의 고민과 걱정이 있었을 것인데도, 잘 해결해 나갔던 것 같습니다.

다시는 얼굴도 안 볼 것 같은 그런 친구와도 어느샌가 화해하고 사이좋게 지냈었던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면

어떻게 그 아이와 화해를 할 수 있었을지 참 대단해 보입니다.


잠들기 전까지 무엇인가를 계속해 나가면 우리의 뇌는 끊임없는 입력을 당하기 때문에 마치 여러 개의 창을 열어 놓은 컴퓨터 같이 복잡해집니다. 그리고 결국은 그 안에서 고민을 쌓아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조금은 우리의 뇌를 쉬게 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20220713_074157.jpg 낮잠을 자려는 온이

잠을 자기 전에 한 10분 정도 이부자리에 누워 천장을 보고 오늘 있었던 일을 생각해 봅니다.

아침에 무엇을 먹었는지, 급식에 무엇이 있어서 기뻤는지, 학교에서는 누구를 만났는지, 무엇을 공부했는지... 순서가 뒤죽박죽이어도 괜찮습니다. 그저 즐거웠던 일 , 슬펐던 일, 화가 났던 일을 떠올리며 그때 내 행동과 타인의 행동들에 대해 생각하면서 멍 때리는 것입니다.

논리적이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그랬었나.. 하고 생각해도 돼요.


그런 시간들을 요즘 말로는 멍 때린다고 하잖아요..

그런 멍 때리는 시간이 아이들한테도 필요한 것 같아요.

제가 아이들을 가르칠 때에도 어머님들께 말씀드렸던 것이 바로 이 "잠자기 전 10분 멍 때리는 시간을 주세요"였습니다.


그런 시간 동안 아이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하루를 정리하게 되는 거니까요. 자신이 무엇을 잘했나,

혹은 무엇을 못했나. 내일은 무엇을 하면서 놀면 좋으나..


만약에 그런 생각을 할 시간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요?


위에서 컴퓨터의 예를 들었었는데, 컴퓨터에 여러 개의 창을 계속 열어 놓기만 하고 정리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바로 컴퓨터는 멈추어 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다 해결을 할 때까지 움직이지 않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그렇게 되지는 않지만, 하루를 정리하지 않으면, 오늘 있었던 일에서 배울 수 있었던 것을 배우지 못한 채로 내일을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좋은 일이 있었든, 그렇지 않은 일이 있었든, 어떤 일이건 간에 우리는 그 일에 대해 배울 것이 있습니다. 그것에 대해 아이가 생각을 하는 시간이 있다면 배우고 갈 수 있겠죠. 하지만 그러지 않으면 배울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요점은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입니다.

그 시간은 생활의 중간중간이어도 좋지만, 모든 일과를 끝내고 잠자리에 누워 10분 정도가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하루를 마무리해야 하는 시간이니까요.


여러분의 잠자기 10분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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