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는 외롭다?!

동화책 속에 나오는 도깨비들의 성격을 분석하다.

최근에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다가 느낀 점입니다.

책은 도깨비가 나오는 동화였는데, 영감님에게 돈 석냥을 꾼 도깨비가 계속해서 석냥을 갚으러 오는 그런 내용입니다.

<도깨비와 영감님> 책 中

처음에는 자신이 돈을 갚은 것을 잊고 계속해서 갚으러 오는 도깨비의 건망증이 귀엽기도 하고, 그 돈을 챙겨서 부자가 되는 영감님이 부럽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영감님이 죽었는데, 그것을 모르고 돈을 계속 갚으러 온 도깨비는 어느 날 자신이 돈을 갚으러 오는데도 영감님의 "알았다, 거기 놓고 가거라."라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자, 도깨비는 영감님이 괘씸하다고 생각하여 말썽을 부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영감님의 밭에 커다란 돌을 뿌려놓아 영감님 댁의 농사를 망하게 했죠. 그것을 곤란하게 생각한 영감님의 아들은 꾀를 내어 저녁에 도깨비도 들으라는 듯한 큰 목소리로 혼잣말을 합니다


"이렇게 크고 좋은 돌을 밭에 누가 뿌려주었나? 덕분에 올해도 풍년이 들겠군. 개똥을 뿌려주었다면 큰 일 날뻔했지 뭐야."


그 말을 들은 도깨비는 그날 저녁 자신이 놓아둔 큰 돌덩이들을 치우고 개똥을 뿌려주어 농사가 잘 되었다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어린아이들의 눈에도 도깨비는 건망증이 심하고, 말썽쟁이에, 지식이 없는 어리석음이 보였다 봅니다.


하지만 어른이 된 저의 눈에는 다르게 비춰지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이 도깨비는 자신이 돈을 갚은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매일 저녁 듣는 할아버지의 "알았다. 거기 두고 가거라."라는 말을 통해 외로움을 이겨 낸 것은 아닐까..




애초부터 도깨비에게 돈 석냥은 왜 필요했던 것일까.. 무엇이든 꺼내 주는 요술 도깨비방망이가 있었을 것인데 어째서 이 도깨비는 가난한 나무꾼 할아버지에게 돈을 빌려야만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이야기 속에서 도깨비는 할아버지의 아들의 억울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밭에서 기다립니다. 그리고 무거운 돌들을 다시 옮겨놓고 냄새나는 개똥을 뿌려놓는 일을 감행했지요. 이것은 그저 도깨비의 장난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손이 많이 가는 일이었습니다.


그만큼 도깨비는 자신의 삶이 무료했던 것은 아닐까요?


심심함을 못 이기고 글을 쓰는 나의 옆에서 늘어져있는 온이

다른 도깨비가 나오는 동화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혹부리 영감님에서 도깨비는 노래를 잘 부르게 한다는 혹이 왜 필요했던 것일까요? 그리고 사람에게나 필요할 법한 금과 은을 왜 도깨비방망이를 통해 꺼내 놓는 것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 봅니다.


도깨비들은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은데, 자신들의 혐오스러운 모습 때문에 도망가는 사람들이 얄미워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죠.


그러니까 가난하고 착한 사람들을 돕고, 욕심 많은 사람들이나 못된 사람들을 혼내주는 역할을 도맡아서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엄마의 손길을 느끼고 있는 온이


마치 아직 어린아이들이 좋아하는 친구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쭈뼛거리다가 되려 장난만 치는 것처럼 말이죠.


조금 더 생각을 뻗어나가서 우리 마음에도 이런 도깨비의 마음이 함께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옛날이야기에 도깨비가 이런 성격으로 나오는 것은 어쩌면 사람들 마음속에 내재되어있는 외로움과 고독들을 도깨비로서 표현한 것이 아닐까요?


혼자임을 즐기면서도 끊임없이 엄마가 어디 있나 살펴보는 온이


사람은 누구나 혼자입니다. 하지만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지요. 그 안에서 혼자임을 느끼며 그것을 온전히 즐기고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혼자도 좋지만 때때로 사람들 사이에서 고독을 누그러뜨릴 시간도 필요하지요.


도깨비와 같은 그런 마음이 옛날 사람들에게도 있었다면, 나나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도 있지 않을까요?


오늘은 주변의 사람들이 혼자라서 외롭지는 않은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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