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의 X오빠가 되어줄게"

옛 기억에 있는 사람들의 생각을 떠올려 봅니다.

<X오빠>라는 단어를 기억하시나요?



중고등학생 시절 때였습니다. 공부를 끝내고 어느 때처럼 집으로 가던 길이었는데요. 어느 가게를 지나는데 가게에서 갑자기 어떤 사람이 뛰어나오더니 제게 말을 거는 것이었습니다.


아는 사람도 아니었고, 모르는 사람, 그것도 성인이었던 것 같아서 두려웠는데, 그 사람이 제게 하는 말은 "내가 너의 X오빠가 되어줄게"였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저는 그리 활달한 성격도 아니고, 적당히 내향적이고, 적당히 도전적입니다. 거기에 당시에는 세상의 모든 어른이 싫었던 청소년기였기에 그 사람이 정상인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다니요. 그것도 자신보다 적어도 5살 이상은 차이가 나는 어린애한테 "X오빠"라니... 오빠도 아니고 얼굴만 보면 아저씨인데 말입니다.

"아니요, 괜찮아요."라고 단번에 거절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후 제 머릿속에는 그 "X"오빠"라는 단어가 맴돌았습니다. 도대체 "X오빠"가 무슨 뜻이라는 건지..


한때 유행하던 이 단어는 남자 친구이나 남편이 아닌 그러니까 생판 모르는 남자가 나를 위해 맛있는 것을 사주기도 하고 생일을 챙겨주거나 갖고 싶은 것을 사주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저는 지금도 인식하고 있습니다. 아니, 그냥 "남자 친구 없음 사귈래?"가 아니라 그 사람은 왜 저를 "X동생?"으로 삼고 싶었던 것일까요? 아내나 여자 친구가 있어서? 아니면 그러한 관계보다는 얕게 사귀고 싶어서?


그 사람은 무슨 생각으로 그런 제안을 갑자기 가게에 앉아있다가 지나가는 학생인 제게 한 것일까요?

지금 생각해도 제게는 정말 황당한 일화 중 하나입니다.


같이 앉아있던 친구와 내기라도 한 것일까요?


엄마의 주접을 그저 보고만 있는 온이

그저 그런 날도 있는 거겠지요. 삶이 고단하고 지루해서 누군가 아는 사람이라도 생겼으면 하는 그런 날..


저희 고양이 온이도 평소에는 얌전하고 낮잠을 즐겨하는 아이인데요. 그럼에도 우다다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뛰어다니거나, 갑자기 다가와서 혀로 핥아 주고 갈 때가 있어요. 그런 느낌의 기분 전환이었을까요..?


당시에는 좀 무서웠는데 어른이 되고 나이도 먹을 만큼 먹어보니, 그 사람도 어쩌면 외로움과 지루함을 그렇게 표현해 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좀 더 정상적인 사귐을 배울 수 있었으면 좋을 텐데 말입니다.


평소에는 사람이 많이 다니는 산책길

또 다른 신기한 경험도 있습니다.

일본에서 유학을 하면서 저는 집과 학교를 오가기 위해 전철을 이용해야 했습니다. 제가 내리는 곳은 일본에서도 매우 유명한 <시부야>에 있었는데요.

일본에서 유학을 하면서 저는 집과 학교를 오가기 위해 전철을 이용해야 했습니다. 제가 내리는 곳은 일본에서도 매우 유명한 <시부야>에 있었는데요.

시부야는 정말 많은 인종들이 있고, 많은 회사가 있으며, 많은 상점들이 있는 곳입니다. 백화점도 많이 있고요. 당시 저는 20대 초반의 싱싱하고 순수한? 젊은 이었습니다. 어느 날 전철에서 내려 역을 빠져나가고 있었는데 아빠보다도 나이가 살짝 많은 것처럼 보이는 남성이 제게 말을 건네 왔습니다. 낯가림은 심하지만, 그렇다고 남의 나라에서까지 예의 없는 사람은 아니었기에 그분의 말씀에 귀를 기울였지요. 그분은 정장을 입고 있었고, 회사에 가는 듯한 복장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느 회사에 나름의 직책을 달고 있던 사람이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사람이 제가 무슨 말을 거는 걸까? 기껏 해 봐야 뭔가 떨어뜨렸나?? 하고 주위를 둘러보며 그분의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냥 듣기에는 뭔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머릿속에서 한국어로 번역을 했습니다. (일본에 유학 후 저의 공부 목표는 일본어를 한국어로 해석하지 않고 들으며 바로 반응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소부?"


엥? 이게 이 상황에 맞는 것인가? 내가 아는 <아소부?>는 (놀자!)는 말로 친구끼리 할 수 있는 말로 함께 놀자는 의미이고, 시간 있냐는 말을 뜻하는 것인데... 나이 지긋하신 이 분은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가..

길을 물어온 분이라면 길을 가르쳐 드려야 한다고 순수하게 생각했던 저는 꾹꾹 눌러 놓았던 낯가림을 꺼내 고개를 기울이며 "하?"하고 드라마에서나 보던 황당할 때 사용하는 반응을 시연해 보였습니다. 에이, 그냥 일본어를 모르는 척하는 게 좋았으려나??


저는 조금 진지하게 생긴 얼굴인지, 남자들에게 인기가 없는 얼굴인 건지 헌팅을 당한 기억은 거의 없는데 이렇게 이상한 꼬임은 몇 번 있었습니다. 그들은 이상한 사람들(내 기준에)이었고, 뜬금없었으며 무례했습니다만 어른이 된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나이가 될 때까지 나름 노력을 했을 것이고, 잘 살아 보고자 발버둥을 쳐 보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살면서 문득 삶의 어느 순간 외로움을 느꼈고, 그 순간 제게 말을 걸었던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물론, 그 사람들의 삶을 이렇게 내 멋대로 해석하며 이해를 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행동들이 잘한 것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정말 단순히 대화가 나누고 싶었던 걸 수도 있고, 그러한 대화를 통해 서로 인간관계가 넓어졌을 수도 있지만, 누가 봐도 그러한 관계는 이상하고, 원조교제(당시 일본에서 유행하던)로도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만남이지만, 누구나 그렇게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할 때도 있다는 것을 감안해 보면 무미건조한 내 인생에 이렇게 문득 떠오르기도 한 기억, 그리고 글의 소재가 된 기억이 된 것은 꽤 인상 깊은 경험이었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렇다고 아무나 말 건다고 따라가시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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