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넘치면 사랑이 어긋날 수도 있다
한동안 너무나도 많은 비가 내렸다.
어른이 되어 비가 오는 날을 조금은 반기게 되었다. 비가 오는 날 마시는 천장이 높은 카페에 앉아 마시는 커피는 평상시에 먹는 커피보다 약 3배 이상 맛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가 너무나 많이 오게 되면 안 좋은 점이 많다. 뭐든 과한 것은 좋지 않지만 홍수가 아니어도, 비가 많이 오면 늘 다니는 산책로가 막히게 된다.
냇물 주위를 산책로로 만든 멋들어진 이 길의 풍경은 매일 아침 나를 5시 30분에는 깨우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는데, 이 길이 냇가의 높이와 같은 부분도 있어서 비가 많이 와서 넘치게 되면 위험하기 때문에 시에서 막아 놓는 것이리라. 막아두지 않더라도 발목까지 물이 넘어오는 것은 두렵기까지 하다.
여름만 아니면 그리 많은 비가 내리는 것은 아니기에 길이 막히거나 하지 않아서 나름 운치 있고, 아름다운 길이다. 아침 산책을 시작하기 전에는 그리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이제는 비나 눈이 오는 이 길도 너무나 아름답다. 여름만 아니면..
며칠 전에 정말이지 하늘이 뚫렸나 할 정도로 많은 비가 내렸다. 다행히 오래도록 내리지는 않아서 뉴스에 날 정도의 홍수가 되지는 않았지만, 나는 이 비로 인해 피해를 입었는데, 갑작스럽게 내린 많은 양의 비로 인해
시에서 길을 막아두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나 물이 많은 길을 운동화가 잠기면서 걸어가야 했다.
물론 돌아가는 방법도 있지만, 한번 오전에 나가면 약 9천보의 걸음을 걸을 수 있게 되는데 여기서 돌아가면 3천보정도 밖에 걷지 못하니 아깝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마음먹고 나온 아침 산책이니 물이 발목까지 차오르던 무릎까지 차오르던 걸어가야 했다. 그야말로 피해가 아닐 수 없다.
이곳의 냇물은 너무나 아름답다. 매일 달라지는 풍경에 매일 카메라를 들고 사진으로 담고 있다.
사랑도 아름답다. 부모 자식 간의 사랑, 남녀 간의 사랑, 반려묘에 대한 사랑 그것이 어떤 사랑이라고 하더라도 사람이기에 사랑을 하고, 사랑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아름답고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그 사랑으로 인해 매우 힘든 여러 가지 경험을 했다. 엄마의 지나친 관심과 무관심에 울고 웃었고, 사랑하는 사람이 생길 때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고 싶었다. 지금은 아이의 모든 것이 알고 싶고, 고양이 온이가 너무 사랑스러워 뼈가 으스러지도록 꽉 껴안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물론 그전에 도망간다. 눈치가 빨라.. ㅡㅡ)
엄마의 관심과 무관심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를 하자면, 내가 어릴 때만 해도 괜찮은 육아서도 없던 시기라서
육아에 대한 지식이라곤 아이가 어디가 아픈지, 아파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면 다 아는 것이었던 것 같다. 나의 정서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이지 깜깜했던 엄마의 무관심과, 오직 나의 성적이나, 예의 바른 행동에 대해서만 집중된 지나친 집중. 이러한 것들은 가뜩이나 부족했던 엄마의 애정이 더욱더 가식으로 보이게 하는 요소였던 것 같다.
지금에 와 생각해 보면, 엄마도 어렸던 것이다. 엄마도 가슴속의 사랑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몰랐던 것이다. 지금의 나처럼..
많은 사람이 가슴속에 사랑을 품고 산다는 생각이 든다. 그 사랑이 상대에 의해 상황에 의해 점점 불어나 상대에게 표현하게 되는데, 그렇게 불어나는 사랑에는 제방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냇물이 불어나 물이 넘쳐흐른 나의 산책로는 그저 물로만 가득했던 것은 아니다. 불어난 물은 냇물 바닥에 잠잠했던 흙들을 뒤섞었고, 누군가 몰래 버렸던 냇가 주변의 식물들 속의 쓰레기와 죽은 풀들을 띄웠다. 그러한 물들이 넘쳐흘러서 매우 지저분하고 보기 싫었다.
사랑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도 마음속에서 불어나 넘쳐흘렀을 때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게 되는데, 사람에 따라 질투, 집착, 구속 등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분명히 내가 가까이 있지 않았을 때는 아름다웠다. 사랑스러웠고, 자유로웠으며 행복해 보였다. 내가 함께 하면 분명 더 행복할 것이고, 더 아름다울 것이라며 조금씩 조금씩 자신이 세워두었던 바리케이드를 치우고 가까이 갔지만, 그로 인해 오히려 상대가, 내가 힘들어하는 것을 보게 된다.
그 이유는 사랑이 흘러넘쳤기 때문이다. 그것도 내 마음에 조용히 가라앉아있던 질투와 시기.. 그리고 누군가 버려둔 집착과 구속이 한꺼번에 흘러넘쳤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마음이 불어나는 것이 느껴진다면, 한꺼번에 흘러넘치지 않도록 재방을 쌓고 조금씩 흘려보내는 연습을 하자. 나도 모르게 내 안에 있는 질투와 시기들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조금씩 흘려보내자. 나의 사랑에 상대가 짓눌려 힘겹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