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이렇다 할 경력도 없이 그저 6년이나 사용해 온 일본어를 이용한 직업이 없을까.. 하며 구인구직을 알아보던 때에 한자 전문 학습지 교사를 구한다는 광고에 이끌려 학습지 교사의 길에 접어들었습니다. 아이 외에는 가르쳐 본 경험은 없었지만, 같은 학습지 과목에 일본어와 중국어가 있어서 나름 잘하는 것을 아이에게 가르치고 새로운 언어도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학습지 계(?)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 후로는 더 많은 아이들과 만나고자 하는 마음에 이직까지 하면서 약 10년 정도 "학습지 선생님"이라고 불리며 살았습니다.
처음에는 정말이지 먹고 살기 위한 생계수단으로 학습지 교사를 했지만, 하루 이틀 <선생님>이라는 호칭으로 아이들을 만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학부모님들과 함께 이인삼각으로 한 아이에게 같은 목소리를 내며 열심히 물을 주면서 경험한 그 많은 것들은 어디에서도 감히 얻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직업이 있지만, 학습지 교사만큼 정말 다양한 일들이 섞여 있는 직업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 선생님도 아닌 학습지 교사는 단지 아이들을 좀 더 밀접히 가르치는 일뿐 아니라, 요즘의 교육 트렌드에 맞춘 교재 연구, 가르치는 스킬 공부, 영업, 홍보, 마케팅 등 전반적인 일을 하지 않으면 실제적으로 계속 이어나갈 수 없는 직업이기도 하죠.
급여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영업압박 속에서도 내가 아프면 대신할 수 없는 매일의 수업. 그 자체만으로는 매우 힘들고 고되지만 엘리베이터까지 버선발로 마중 나와주고, 때때로 긴~ 장문의 편지를 써주는 아이들이 들이 있기에 중심을 잡고 누구보다 건강한 가르침을 주기 위해 마음을 다잡게 됩니다.
학습지 일을 즐겁게 하고 있었을 때, 어떤 선배는 저에게 말했습니다. "깽이야. 나는 네가 좀 더 나이 먹기 전에 학습지 말고 다른 것을 더 많이 해 보았으면 좋겠어. 너는 지금 네 나이가 많은 것처럼 느껴질지 몰라도, 아직 내가 보기에 너는 이거 말고 더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어. 학습지는 나이를 더 많이 먹고도 할 수 있는 일이야." 직업으로만 보았을 때 어쩌면 그 선배의 말이 맞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의 저는 그때 학습지 선생님이 되어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첫째, 내 아이의 발달 과정에 좀 더 객관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둘째, 앞으로 내가 겪을 육아에서의 다양한 문제점에 대해 간접적인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셋째, 다양한 업무들을 보기 때문에 퇴사 후 다른 직업에서의 두려움이 적어집니다. 넷째,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이 익숙해집니다.
그러한 경험들은 제가 다른 일을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고, 좀 더 깊이 생각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제가 생각이 깊다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그러한 생각들이 나를 움직여 더욱 성장하고자 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매우 긍정적인 효과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써 나가는 제 글은 현재 학습지 교사로 활동하시는 선생님들께는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오늘 만나러 가는 아이들과 좀 더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다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학부모님이시라면, 현재 가장 가깝게 아이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학습지 선생님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생기실 수 있을 것이고, 엄마에게는 보이지 않는 우리 아이의 멋진 모습을 떠오르게 할 것입니다. 아이의 작은 행동 뒤에 숨어있는 커다란 마음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취업준비를 하는 분들이 시라면 그 선택지에 "학습지 선생님"을 넣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
아이들에게 에너지를 받고, 아이들에게 배우며 그런 아이들을 보며 세상이 어쩌면 이 아이들로 인해 밝게 빛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가슴이 설레던 그런 10년이었습니다. 학교 선생님은 아니지만 아이들의 가장 가까이에서 엄마 다음으로 가장 오래 만나게 되는 학습지 선생님으로서 제가 배우고 느낀 것들을 함께 공유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