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일상
신발이 많은 편(대략 30켤레 정도?)이다. 이유는 우선, 구매 시 신고 벗기가 번거롭지 않고 TPO에 따라 신발도 갖춰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세상이 각기 달라 보인데 있다. 산은 산이고 들은 들이며 도시는 도시이기 때문에 각각 적합한 도구를 착장해야 할 것 같았다.
출근시 플랫슈즈, 포멀한 장소 용 정장 구두, 출장 용 캐주얼화, 주말 여행시 아웃도어 슈즈, 아이와 놀 때 운동화 또는 슬리퍼 등등..또한 산의 규모와 강도에 따라 등산화 종류가 달랐고, 바다나 강을 위한 워터 슈즈도 장만했다.
그 신발들은 나에게 어디로 가는지 묻지 않았지만, 각자의 장소와 역할을 정해주었다.
하지만 지금은 도시의 화려한 빌딩 숲도, 산의 고요한 정경도 모두 거친 황야로 보일 뿐이다.
사무실에 있을 때, 밖을 나와 거리를 걸을 때, 공원을 산책할 때, 발 밑의 땅은 늘 까칠하고 거칠고 불안전한 듯하다. 심지어 거리를 걷는 일조차 하나의 도전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 변화는 나의 마음속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신체적으로 느끼는 변화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로, 발목을 단단히 잡아주고, 거친 황야 위에서도 발을 안전하게 보호해 줄 수 있는 또 다른 신발이 필요해졌다.
험한 큰 파도 위로 나를 태우고 돌아다닌 작은 배, 바람 속 비 속 이 진흙 바다,
나를 세상으로 이끄는 화엄경 같은 신발 / 이성선의 시, <신발>에서 편집
이런 신발을 신고 나면, 험한 황야를 안전하게 디딜 수 있는 무언가를 손에 쥔 듯한 기분이 들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신발만으로는 발 밑의 버거운 무게를 완전히 없애진 못한다.
이유는 발꿈치 각질과 발톱 무좀 때문이다.
지상과 발 사이에는 항상 발꿈치 각질이 존재했다.
여기서 잠깐,
각질이란 피부가 정상적으로 분화되는 과정에서 떨어져 나온 죽은 세포를 말한다. 보통 ±28일 주기로 성장과 분화를 거치는데 이를 각화주기라고 한다. 신체 중 발은 물리적 자극을 가장 많이 받고 수분이 부족해 각질이 쉽게 그리고 많이 생긴다.
사우나에서 뜨거운 물에 불리거나 거친 이태리 타월과 바닥의 마찰로 밀어내고, 손톱깎이 칼로 제거하는 등의 방법으로 발꿈치 각질을 없애고자 한다. 하지만 이미 두꺼워진 각질을 무리하게 제거하면 더 두꺼운 각질이 생긴다. 따라서 발꿈치 각질을 제거할 때는 가볍게 여러 번 제거하는 것이 안전하다.
발 각질을 제거한 후에는 발을 보습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풋 전용 크림과 베이비 오일을 섞어 바른 다음, 양말을 신은 채 자고 나면 한결 촉촉해진 발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발톱 무좀. 이 놈의 치료 기간은 상당히 길다. 때문에 치료 중간에 중단하거나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발톱 무좀 치료기간이 긴 이유는 발톱의 성장 속도와 관련 있다. 성장 속도가 매우 느리기 때문에 치료에 대한 반응도 느려진다. 그러므로 되도록 증상 초기에 치료해야 한다. 피부과 처방 약 또는 약국에서 국소 도포용 항진균제를 사서 사용한다. 에피나코나졸, 클로트리마졸 계열의 성분이 효과가 좋다 한다.
여름철에도 슬리퍼나 쪼리 신기를 주저할 때가 있다. 그저 마음과 발을 편히 내놓고 싶을 때, 슬리퍼는 가장 쉬운 선택이다. 그러나 슬리퍼를 신으면 맨 먼저 마주하게 되는 것은 그 거친 각질과 무좀이다.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기도 하고, 어떻게 그 현실을 마주하고 극복해 나갈지에 대한 선택이기도 하다.
어디에 있든 간에, 항상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회사에서나, 문밖을 나설 때는 그 험난한 황야를 마주할 태세를 갖춰야 한다. 인생에서 편안하고 매끄러운 길은 드물다. 오히려 까칠하고 불확실하다. 그러나 어떻게든 지나가야만 하고 지나갈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여, 이 모든 과정 속에서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
세상은 거칠고 때로는 무서운 곳이지만, 그 속에서 나만의 방법으로 그 길을 이미 디뎌 나가고 있다.
우리에겐 거친 파도와 황야에도 안전하게 태워 줄 신과 발, 신발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