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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수의 왕 Mar 20. 2022

Emotion Insights 7 - 간절함 혹은 갈망

무엇인가를 이루고자 하는 절실한 마음,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느낌이죠,  그 옛날 히브리인의 전설에도 등장하는 이런 인간의 보편적 느낌들이 위대한 작곡가의 손을 통해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의 소리로 바뀌고 있습니다.   


바빌로니아의 왕 나부코의 공격으로 예루살렘이 함락되고 히브리인들은 노예로 끌려가 바빌로니아에서 강제 노역에 시달리고 있는데, 하지만 이들의 마음속에는 늘 자유를 되찾아 그리운 고향으로 돌아가리라는 간절한 소망이 있었습니다.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에서는 이런 히브리인들의 간절한 염원과 갈망을 “가라 내 마음이여 황금빛 날개를 타고”란 합창곡을 통해 현대의 우리들에게 전달해 주고 있는데,  내일을 향한 희망과 승리의 염원이 담긴 모두의 마음을 우아한 멜로디에 실어 점점 더 힘차고 거대하게 발전해가는 베르디의 음악은 이처럼 모든 이의 마음속에 간절함과 희망이 메아리치며 울리게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2VejTwFjwVI



한 명 한 명의 감정이 합쳐져서 마치 파도가 치는 것처럼 커다란 에너지를 지닌 소리로 바뀌어 나가는 절정 부분에서 베르디가 지향하는 거대한 갈망과 희망의 감정이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왠지 간절함이란 감정은 마치 파도처럼 굽이지며 그 에너지를 이어나가나 봅니다. 


파도가 이는 바다는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죠. 바다와 하늘이 구분이 안 가는 끝없이 펼쳐지는 잔잔한 지중해로부터 거친 바람 때문에 높은 파도가 계속해서 휘몰아치는 대서양까지, 많은 특징과 모습을 지니고 있고, 그런 다양한 모습의 바다에서 우리는 각자 자신의 취향에 맞는 바다를 하나씩 가슴에 품고 있을 텐데요, 지금부터 약 200여 년 전, 태풍이 몰려오는 바다를 바라보던 누군가의 가슴속으로 거센 파도를 일으키던 바다가 밀려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호쿠사이 <가나가와의 거대한 파도>



잦은 태풍에 시달려온 일본의 어부들이 거대한 파도가 만들어 내는 운명의 순간과 맞닥뜨려진 장면에서 우리는 이들이 갖는 삶에 대한 간절함과 갈망을 느낄 수 있는데 거센 파도를 뚫고 육지로 돌아가야만 하는 보트 속의 이들만큼 간절하게 자신들의 귀환을 열망하는 경우가 또 있을까요? 


그 간절한 삶에 대한 의지를 한번 살펴보죠.


멀리 보이는 후지산과 그림 좌측 하단에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는 작은 파도의 형상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파도의 끝에서 만들어지는 포말들은 그 아래를 지나는 배를 잡아채려는 손처럼 그 손가락을 한껏 벌려 아래를 노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마치 커다란 파도의 그림자인 듯 그림의 배경에 그려진 희미한 구름의 모습까지, 조화를 이루는 구성, 그리고 세밀한 묘사와 대담한 푸른 색상이 아주 매력적입니다.


우키요예, 에도시대 말기에 유행했던 목판화를 일컫는 이름인데, 호쿠사이는 이 우키요예의 대가였습니다. 우키요예는 당시 아시아에 많은 관심을 갖던 유럽인들에게 독특하고 이국적인 매력을 지닌 문화상품으로 인기가 높았고 특히 인상파 화가들 사이에서 유행을 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많은 유럽인들은 이런 목판화 작품을 통해 거칠고, 파괴적인, 그리고 한 없이 높이 솟아오르는 파도를 만들어 내는 엄청난 힘과 그에 굴하지 않는 작은 아시아인들을 보며, 새롭고 신기한 눈으로 아시아를 바라보게 되는 계기를 발견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현대를 살고 있는 한국의 작가에게는 이 갈망이란 감정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고 있을까요? 현대를 살아가는 개인 속에 내재된 갈망의 감정이 형상화된 작품을 한번 보시죠.


이불 1988년 무제(갈망 Cravings White), 테이트 소장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 많은 인정을 받고 있는 작가 이불의 '소프트 조각' 작품입니다.


그녀는 작업을 시작한 초기부터 자신의 신체를 작품의 도구로 선택하고 있었고, 그와 같은 실험을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선보여 왔습니다. 여성인 자신의 신체를 바탕으로 하는 작업은 당시엔 미처 중요하게 인식되지 못하던  여성을 향한 억압과 차별의 사회적 구조를 폭로하고 있었는데,  


 인간의 신체는 단순히 생물학적인 육체라는 한계를 넘어,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정치, 사회, 문화 등 사회활동의 주체이기 때문에 해당 신체가 존재하고 있는 시간과 공간 속에선 그 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회적 그리고 문화의 문제들을 실제로 경험하게 되는 물리적 주체가 되게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불의 무제(갈망) 소프트 조각은 당시 시대가 만들어 놓은 여성으로서의 태생적 한계를 뛰어넘어 진정한 한 개인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작가의 강렬한 갈망이 담겨 있다고 보입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으로서의 역할과 예술가로서 그 사회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자아의 충돌, 무척이나 힘들었을 사회적 분위기와 억압, 하지만 작가는 자신에게 내재된 뛰어난 예술혼을 통해 자신의 내면 속 감정을 충격적인 형태를 통해 분출해 내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내면에도 무엇인가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갈망들이 존재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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