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당시 나의 모습에서, 소년의 머릿속 상상의 히틀러가 말하는
"You can do it"과 나이키의 "Just do it"이 주는 느낌이 묘하게 교차되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Heil Hitler"를 외치라며, 조조를 흥분시키고 있습니다.
드디어 서서히 달아오르던 조조는 자신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를 잊어버리고,
순진한 10살 남자아이답게 집을 나서며 신이 나서 흥겨운 노래에 맞춰 또래들이 기다리고 있을 유스캠프를 향해 춤을 추며 뛰어가고 있습니다.
바로, 60년대 비틀스가 선봉에 서서 만들어낸 British Invasion이란 문화 현상이 순식간에 전 세계를 강타한 모습을 차용해서, 히틀러의 영향력이 얼마나 맹목적으로 독일 내에서 호응을 얻으며 퍼져나갔는지를 풍자하고 있는 것이죠. ( "Komm Gib Mir Deine Hand"는 Come, Give me your hand
즉, 너의 손을 나에게 내밀어 달라는 의미이니, 나치가 heil Hitler를 손을 뻗치며 외치는 모습까지
연상되게 하려는 의도였을까요?)
이렇듯 영화는 Absurdity와 surrealism적인 요소를 초반부와 중간부로 넘어가는 지점까지
지속적으로 사용해 가며, 블랙코미디적인 느낌을 주도적으로 보여 주고 있습니다.
토끼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려놓고 차마 하지 못하는 순진한 조조를 겁쟁이 래빗이라고 부르는
장면에 등장한 '아돌프'덕(?)에 흥분한 조조가 훈련 캠프에서 교관이 들고 있던 수류탄을 낚아채서 앞으로 던지다가 나무에 부딪혀 되돌아온 수류탄이 터지는 장면은 황당한 만화영화 장면을 연상케 하죠.
이런 모습은 조조가 자신의 집 벽 속에 숨어 있던 유태인 소녀 '엘사'를 만나는 순간까지 이어집니다.
갑자기 벽의 틈을 발견하고 숨겨진 공간을 찾아낸 조조, 하지만 난데없이 나타난 소녀에게 겁을 먹고 도망치다가 잡히고 마는데요, "누구세요?"라고 물어보는 조조에게 엘사는 유태인 "A Jew"라고 대답하며,
이에 깜짝 놀란 조조가 "Gesundheit"라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립니다.
Gesundheit는 독일어로 '건강'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인데, 영어를 사용하는 영어권 사회에서
재채기를 하는 사람에게 "God bless you"라고 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용되는 외래어가 되어 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나 유태인이야"라는 말을 듣는 순간, 조조는 그 단어들이 마치 자신에게
감기를 옮게 하는 바이러스라도 되는 것처럼 반응하고 있는 것이죠.
이렇게 아돌프와 조조가 블랙 코미디적인 요소로 끌고 가던 영화에서
조조 엄마(스칼렛 요한슨 분)와 엘사의 등장을 기점으로 전체 서사 구조가 묘하게 틀어집니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보여주던 감동적인 드라마 요소가 끼어들기 시작하죠.
그러면서 영화는 조금씩 방향을 잃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런 흔들림 탓에 영화는 중반부 이후 엘사와 조조 사이의 관계 형성과 그들에게 찾아오는
위기감을 자연스럽게 끌어내지 못하며, 초반에 재치 있게 보여주던 풍자도 조금씩 무뎌져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춤이라는 독특한 재료를 통해, 영화의 내러티브가 두 갈래로 나눠지는 문제점을
적절하게 봉합해 내며, 재미있는 영화로 끝을 내고 있습니다.
시작 부분에 등장하는 신나는 리듬의 "Komm Gib Mir Deine Hand" (비틀스가 독일어로 개작해 부르고 있는 "I want to hold you hand")를 통해 우리의 감정을 조조의 리드믹컬 한 막춤 동작과 함께 한껏
흥분으로 끌어올렸다가, 중간부에 등장하는 조금은 부자연스러운 엄마와 아들 사이의 춤을 통해
"뭘까?" 하는 궁금함을 유발시키고, 마지막 엔딩에서 조조와 엘사의 차분하지만
조금씩 자신들의 상황과 감정에 대한 깨달음을 느끼게 해주는 춤을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더구나,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영화의 서사를 이어가는 도구가 블랙코미디와 드라마로 나눠지는
바람에 영화의 스탠스가 약간 어정쩡한 상태여서, 블랙코미디 스타일로 Anti-hate라는 감독이 의도한
풍자극으로 결말을 내야 할지, 또는 중반부 이후 등장하기 시작하는 훈훈한 감동 드라마 모드를 지속해서
눈물 나는 감동 스토리로 닫힌 결말을 내야 할지가 애매모호한데
(더군다나 눈물 나는 감동적 결말은 이미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사용된 방법이기도 해서)
감독은 대사 없이 보이는 엔딩 장면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춤을 통해,
관객들에게 자신들이 느끼는(또는 원하는) 방식으로 영화의 결론을 맺게 하는 자유를 부여하면서
동시에 관객의 감정선을 영화의 중간부 이후와 이어지게 해서, 관객들의 감정이입을 유도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고 있습니다.
'자유'라는 새로운 출발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순진한 (사실 무지했던) 세상의 무지를 이용해 세상을 지배하려던 독재의
위협을 , 10살 소년의 무지함이 점차 엘사와의 대화를 통해, 맹목과 오류에서
벗어나며, 진정한 Man으로서 참된 지성을 갖춤으로써 벗어나게 된다는 유태인 감독의
철학을 엿볼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oaktW-Lu38
이렇게 감독은 자신의 영화 속에, 다양한 패러디와 풍자 그리고 드라마를 집어넣으려고 시도했고
절반은 성공을 절반은 실패를 거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 비평가들의 낮은 점수처럼 볼만한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있으며 (주인공 조조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조조의 상대역을 맡은 토마신 맥킨지, 엄마로 나온 스칼렛 요한슨 그리고 독일 나치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보여주던, 샘 록웰과 레벨 윌슨까지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춤을 통해 영화의 시작과 전개 그리고 마무리를 해내고 있는 감독의 재치도 엿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극장을 찾기는 쉽지 않겠지만, 이후라도 기회가 생긴다면,
기회가 없다면 만들어서라도 꼭 보시길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조조라는 이름의 비밀을 하나 알려 드리면,
영화는 원작 소설의 주인공 Johannes를 줄여서 조조라고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