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llow 편에 이어 오늘은 Blue 테마로 뽑힌 4 작품을 한번 살펴보도록 하죠.
(Yellow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milanku205/414
첫 번째 작품은 Yellow에도 선정되었던 야요이 쿠사마의 <Infinity Mirror Room>입니다.
호박과 마찬가지로 Mirrored Room 역시 작가의 주된 작업 소재입니다. 검색을 해보니 총 12개의 Mirrored Room이 있다고 하며, 잡지에서 블루의 대표 작품으로 꼽은 이미지는 2008년 작품입니다.
천정과 4면 벽은 거울로 되어있고, 바닥은 물이 흘러서 이미지들을 반사할 수 있게 했다고 하며, 천정에서 내려오는 탁구공 모양의 원형 램프들은 일정한 리듬과 진동에 맞춰 색이 변해 나간다고 합니다.
19세기 영국의 문예 비평가인 Walter Pater의 "All art constantly aspires towards the condition of music"이라는 표현에 아주 딱 들어맞는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관람객들은 영혼을 스쳐 지나가는 소리 같은 시적인 감성을 경험하게 된다고 하네요.
시각적 감각에 의존해야 하는 미술에서 reflection과 illusion이 가져오는 효과는 음악이 우리에게 주는 느낌처럼 이성이 아닌 감성적인 느낌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치 다음 사진처럼 빗물에 반사된 풍경을 보노라면, 원 풍경을 보는 것과는 왠지 다른 감성적 느낌이 훨씬 강해 지는 것을 알 수 있죠.
반사된 이미지는 우선 스푸마토 처리가 된 것처럼 배경과 사물 사이의 윤곽선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본래의 대상물과 반사된 이미지가 서로 대칭을 이루는 효과가 생기기 때문에 뭔가 다른 세상(다른 차원)의 느낌 또는 우리의 이성이 생각해 내는 상상 너머의 세계를 연상시켜 줍니다.
이런 내용은 야요이 쿠사마의 작품에도 적용될 듯한데요, 거울에 반사된 램프의 모습은 계속된 중첩으로 점점 원근의 느낌을 갖게 하고, 멀어지는 램프들의 광량은 점차 줄어들면서 아련하고 희미한 옛 추억 들을 회상시켜 줄듯 합니다. (스탠드 램프에 dimming 기능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공간에 서 있는 나의 형상 역시 거울에 반사되며 흐려지고 희미해지면서, 순간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고 있는 독특한 감정이 생길 것도 같고요.
꼭 야요이 쿠사마의 작품이 아니더라도 놀이동산의 거울의 방 같은 곳에서 한 번쯤은 다들 유사한 경험을 해 보셨을 것 같네요.
두 번째로 선택된 작품은 Yves Klein의 <Blue Rain>입니다.
사실 이브 클랭은 원래 블루로 대표되는 작가이죠. 진한 청색을 무척이나 좋아했다고 알려진 작가는 심지어
자신이 주로 사용하는 색에 <인터내셔널 클라인 블루(International Klein Blue:IKB)>라는 이름을 붙이고 1960년 5월 자신이 만들어 낸 고유한 색으로 프랑스 특허청에 등록을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가 이 이 진한 매트 느낌의 청색과 사랑에 빠진 계기는 프랑스 니스의 파란 하늘빛이라고 하네요. 너무도 진한 하늘빛이기에 바다와 하늘 사이의 경계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그래서 무한히 계속되는 파란색의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브 클랭의 퍼포먼스도 아주 유명한데, 전라의 여성 모델들이 이브 클랭의 블루를 몸에 묻혀서 캔버스 위에 이미지를 남기고 있습니다.
이 퍼포먼스가 행해진 60년대 기준으로도 여성 비하에 대한 많은 이슈가 있었다고 하는데, 어째껀 이 퍼포먼스와 퍼포먼스를 통해 남겨진 이미지들은 이후 세대의 작가들 뿐 아니라, 패션 디자이너들에게도 많은 영감을 불러일으킨 작품입니다.
Celine 2017 S/S 컬렉션
이브 클랭은 사실 그의 작업 스타일 등이 불러일으킨 센세이션과 달리 동양 사상 등에 심취했고 그런 사상적 배경을 이미지로 나타내고자 했다고 알려지고 있는데, 이런 의미에서 블루는 그에게는 가장 순수하고 무한하며 ‘사물의 무(無)’에 근접한 색채였다고 알려지며, 이와 연계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작가가 좋아했다고 알려진 프랑스의 철학가이자 비평가인 가스통 바슐라르의 다음과 같은 문장을 “First there is nothing, then there is a deep nothing, then there is a blue depth.” 안트워프의 한 전시회에서 청중들에게 소리 높여 외친 그는, 당신의 작품은 어디 있나요 라고 묻는 전시회 담당자에게, 내가 방금 전 소리 내어 발표한 그 순간이 바로 나의 작품이다라고 했다는군요.
세 번째로 선정된 Blue를 대표하는 작품은 Larry Bell의 <Bay Area Blues>입니다.
박스 형태로 된 유리 재질의 오브제와 빛을 사용해서 공간과 빛이 만들어 내는 투영과 잔상 그리고 그로 인한 환영 등을 작품의 주된 표현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2018년 작품으로 블루와 foggy white 처리된 유리가 겹쳐져서 만들어진 글라스 박스를 안과 밖에 설치하여, 박스와 박스 사이 그리고 각 박스 안의 색들이 서로 겹치고 퍼지고 하면서 관찰자의 위치에 따라 그 색을 바꿔가는 느낌을 준다고 합니다.
저에게는 파도가 치는 미국 서부 해안의 바닷속에 들어간 서퍼의 눈에 바다의 위와 바다의 아래가 파도를 따라 물 위로 그리고 물아래로 잠기면서 겹쳐지는 환영의 느낌이 표현된 것 같이 보입니다.
숙련된 서퍼에게는 물과 하늘 사이의 경계를 자신이 주도적으로 점유해 나간다는 자신감이 발견되는 지점일 테고, 초보 서퍼에게는 물과 하늘이 만드는 혼돈 속에서 자칫 삶과 죽음의 경계가 보이는 지점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마지막 작품으로는 Roger Hiorns의 <Seizure>입니다.
런던 Southwark에 위치한 공공주택단지의 한 가구 내부에 황산구리 용액을 주입해서 황산구리 결정을 만들어 냅니다. 아름다운 황산구리 결정이 아파트를 점령하게 된 것이죠.
원래는 용도가 다된 폐엔진을 베이스 삼아서 그 위에 황산구리 결정이 만들어진 작품들을 선보였다고 하는데, Artangel이라는 영국의 예술재단의 의뢰로 <Seizure> 작업이 실현되게 됩니다.
뭔가 폐허가 된 잔여물에 이끼가 끼면서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 내는 듯한 이미지로 보이는데요, 우리 삶의 가장 기본이 되는 하우스를 이용해 아주 고요하고 어두운 그러면서 치명적인 반짝임이 보이는 무엇인가 영적인 그런 공간이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의 종말 이후를 그리고 있는 디스토피아 영화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인간이 떠난 또는 원 소유자가 떠난 빈자리를 새로이 채워 나가는, 완전히 새로운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그것이 순환되는 그런 우리가 미처 모르는 자연의 모습이나 능력이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블루에 관련된 4 작품을 살펴보았는데요, 미술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블루 하면 또 떠오르는 작가들이 있죠.
바로 김환기와 피카소입니다.
먼저 떠오르는 작품으로는 국내 최고가를 경신했던 김환기 작가의 <우주>입니다.
( 이 <우주>와 관련해서 올렸던 이전 글을 보시려면 아래 링크를)
https://brunch.co.kr/@milanku205/252
그리고 또 하나 머리에 금방 떠오르는 푸른색이 인상적인 작품은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이 있네요.
이 그림에 영감을 받아 만든 노래도 있습니다. Don Mclean의 Vincent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xHnRfhDm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