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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수의 왕 Jul 18. 2020

Mirror와 Glass

본다는 행위와 그에 관한 인식 - 2

<거울의 성과 그 안에 숨겨진 명품>에 이어, Mirror와 Glass들로 이루어진 건축, 아트 등에 대해서 좀 더 살펴볼까요?


대자연의 한가운데 전면 유리의 건물이 홀로 서 있습니다.



Norwegian wild reindeer centre pavilion in hjerkinn, dovre, norway


전면


내부


후면


아름다운 곡선을 가진 목조 조각을 유리로 둘러싸고 있는 형태의 이 단순한 건축물은 

전면의 창이 빛의 밝기에 따라서 마치 거울처럼 주변을 비쳐주기도 하고, 

유리창이 되어 빛을 투과시켜 건축물의 내부를 드러내기도 합니다.


그리고 비치는 빛의 반은 통과시키고 반은 반사시켜서 아주 독특한 효과를 가져오기도 하죠.



이 건축물은 '본다는 행위'와 그 행위를 통한 '우리의 시각적 인식의 과정'에 대한 

좋은 본보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빛에 따라 우리의 시각적 경험이 달라지고 시야의 폭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은

사진작품을 보는 데 있어서도 많은 도움을 주리라 생각됩니다.



사실 시각을 통한 인식의 과정은 우리의 사고 형성에 가장 중요한 행위인데.




분명 안전한 구조물 위에 서 있건만, 발아래 끝없이 내려다 보이는 협곡을 시각적으로 인지하는 순간

우리의 사고 구조는 안전하다는 인식에서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떨어지는 듯한 환영 등으로 

혼란스럽게 변해가게 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빛의 반사와 투과 효과 등을 통해 우리의 인식 체계와 사고 구조를 드러내려고 하는 

예술작품들도 많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아니쉬 카푸어와



야요이 쿠사마



그리고 이불




아니쉬 카푸어가 곡면을 통해 뒤틀리게 반사된 이미지들과  

본래의 대상물 사이에서 발생하는 차이들을 보여주는데 집중한다면, 


야요이 쿠사마는 지속적으로 확대 반복되어 무한히 확장되어 가는 이미지들이 

더 중요하게 부각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불은 그 두 가지를 모두 실험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Phillip K. Smith 역시 이러한 빛이 가진 성질과 유리가 가진 성질을 이용해 

우리들에게 '본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데요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작가의 이 <1/4 Mile Arc, 2016>라는 작품은 

빛의 변화에 따라 생성되는 이미지들의 연결이, 

파도타기 응원에서 보는 것 같이 연속적으로 이어져 나가서 빛이

 마치 파도의 파동과 같이 느껴지게 되는 효과를 불러옵니다.





마지막으로 거울이 갖는 의미를 통해 미술과 음악의 만남이 이루어졌던

게르하르트 리히터와 아보 패르트의 맨체스터 콜라보 전시회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유리 뒷면에 칠해진 색의 명암 차이에 의해 하나는 좀 더 안이 들여다 보이는 느낌을 주고,

하나는 훨씬 거울처럼 주변을 반사하고 있는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Doppelgrau>입니다.




사진기 이전에도 이처럼 우리는 이미 거울이라는 장치를 통해 

무한히 복제 반복되는 이미지에 대한 경험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끝없이 확장되는 이미지는 허영과 자만이라는 

마치 <바벨>과 같은 기호로도 읽힐 수 있겠지만

동시에 나의 내부 속으로 끊임없이 가라앉는 명상의 느낌도 발견할 수 있을 터인데,


소리로 이런 인식 현상을 구현했던 아보 패르트와의 콜라보를 위해 

게르하르트 리히터가 위의 작품을 고른 것은 그저 우연은 아닐 듯싶습니다.


아보 패르트의  <거울 속의 거울>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Ze3mXlnf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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