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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수의 왕 Jul 31. 2020

다양한 예술 장르 속,  그림자의 표상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코르넬리아 파커


드와 영드가 주도해 온 해외 드라마의 주류 시장에 요즘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과 현대 물리학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독일 드라마 <다크>가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양자역학, 타임 패러독스, 평행세계 등 SF을 좋아하는 팬들의 기호에 딱 들어맞는 소재 등을 사용해 윤회되는 삶 속에 등장한 생의 오류를 차단하고자 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꼭 누가 누구를 낳았는지를 따지는 스타일의 SF팬이 아니더라도 인류사에 등장하는 주요 테마(종교 정치 등 )의 기원에 대한 작가의 해석이 돋보이는 볼 만한 드라마입니다.


독일 드라마이다 보니 각 편마다 첫 화면에서 독일어 제목들이 화면에 등장하는데 그러던 중 갑자기 익숙한 듯한 느낌을 주는 독일어 단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Licht und Schatten> 편 에서 Schatten 이 바로 그 단어였는데,  R.Strauss의 오페라인 <Die Frau ohne Schatten - 그림자 없는 여인> 때문인지, 무의식 중에 Schatten이란 단어가 머릿속에 담겨 있었던 것일까요?


오페라를 좋아하는 덕에, 가끔씩 난데없이 이태리어와 독일어의 단어들이 친숙하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이번에도 그런 경우인 것 같습니다.


한 편의 환상 동화 같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그림자 없는 여인>은 그림자 없는 왕비가 3일 안에 그림자를 찾지 못한다면 큰 일들이 벌어지게 되는 저주를 바탕으로 펼쳐지는 신화와 환상의 세계를 바탕으로 한 상징주의 드라마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6jiSLMavk


환상적이고 상징적인 스토리 전개를 실제 무대에서 구현하기가 만만치 않은 데다가, 바그너의 오페라에 못지않은 힘든 역을 소화해야 할 정상급의 성악가 다수가 필요한 탓에 실제 무대에서 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70년대부터 대략 한 세대(10년 주기) 별로 음반이 출시되는데, R. Strauss의 전문가들인 70년대칼 뵘의 DG 레코딩, 80년대 자발리쉬의 EMI, 90년대 솔티의 DECCA 레코딩등이 대표적입니다.


 



제목에 포함되어 있는 그림자는 인간이 가져야 할 본질적인 요소의 한 가지를 의미합니다. 그렇기에 이 오페라의 극 중에서 그림자가 없는 여인은 아이를 낳을 수 없음을 상징하고 있는데, 다양한 예술이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그림자들은 어떤 상징들을 가지고 예술작품의 소재로 사용되고 있을까요?




미술 작품부터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I don't want it all to be pretty – it's a combination of loss and gain. Things are born, live and hang in limbo. That's what life's about." 

이란 말을 남기고 있는 영국의 설치 미술가 Cornelia Parker입니다



<Cold Dark Matter>


Limbo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캠브리지 사전에 의하면 "an uncertain situation that you can not control"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영화 <인셉션>에서는 꿈의 상태로 들어갔다가 깨어나지 못하고 빠지게 되는 상황을 림보라고 부르고 있죠.


위의 작품을 보면 많은 오브제들이 줄에 매달린 채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만들어지고, 한때 사용되었는데, 더 이상 사용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남겨진 외형이 쉽게 사라지지도 못하는 폐기물들이 매달려 있습니다. 


현실에 존재하지만 아무도 그 존재를 모르는 그래서 각 개체의 입장에서 보면 어떤 선택권도 없이 한자리에서 영원히 녹슬어가고 있는 림보 같은 상황, 작가가 우리 삶의 현실을 보여준다고 믿고 있는 이런 폐기물들의 늘어진 그림자가 여러분의 눈에는 어떻게 들어오나요? 


본질이 변하기 전에는 본질을 담고 있는 외형이 만들어 내는 그림자들은 단지 흔들리는 환영일 뿐인가요? 



다음 소개해 드릴 작품은 파키스탄계 미국 작가인 Anila Quayyum Aghad입니다.

<Crossing Boundaries>


이슬람 문화의 특징인 대칭적인 모자이크 패턴의 사각형 설치물이 공간 전체에 그림자를 통해 이미지를 확장시켜 나가고 있는데요, 경계를 넘어서 교차하고 확장되는 이미지의 중첩들을 통해, 중동 출신의 여성작가가 대면해야 했을 태생적인 정체성 문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미술 비평가인 마틴 가이 포드와 함께 펴낸 책 <A History of pictures>에서 빛과 그림자에 관해서 다양한 아티스트로서  시각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는 일반인은 잘 인지하지 못하는 그림자의 특징을 설명하기 위해 <모나리자>를 예로 들고 있습니다.


 주인공의 목과 턱 사이 그리고 뺨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그 위대한 작품을 완성하는데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설명하는 것을 보면서, 빛의 숨겨진 부분인 그림자가 우리의 시각적 인식을 돕기 위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역할처럼 눈에 안 보이는 숨겨진 능력을 어떻게 발휘하고 있는가를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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