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문화강좌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훈수의 왕 Jan 21. 2021

'혼자'라는 단어가 불러온 감정

한동안 한국 사회를 지배했던 사고의 한 가지는 바로 관계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사회적인 관계, 가족관의 관계 등등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기에, 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그렇기에 우리 인간은 관계를 통해 성장하고 발전한다고,


사실 우리들은 그 관계라는 말의 정확한 의미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관성적으로 이 단어를 입으로 되뇌었던 것은 아닐까 고민하게 되는데, 이젠 이런 현상들이 코로나라는 불가사의한 공포 속에 일시에 사라져 버린 것 같은 느낌입니다.


어떻게 보면 더 이상 관계가 아니라 '혼자(Solitude)'를 외치는, 외쳐야만 하는 시간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중인데, 이렇듯 '혼자'(Solitude는 단순한 외로움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타인과의 관계를 끊고 홀로 됨을 선택하는 그런 고독한 상황이라고 하죠. 그래서 저는 단순히 고독이라고 말하기보다는 '혼자'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있는 순간에 저를 둘러싸는 감정들은 어느덧 제 눈 앞에 쟈코메티의 조각 같은 이미지를 밀어 올리고 있습니다. 


과연 '혼자'의 느낌은 어떤 것일까요?



 


홀로 시간과 맞서고 있는 인간, 모든 것이 끊어진, 그런 고립된 상태가 한 인간을 자신의 생명력이 담긴 체내의 모든 수분을 빼앗기고 이제는 거죽만 남은 채 돌처럼 굳어져 가게 만드는 그 애절한 '혼자됨'의 고독과 외로움.


무언가 간절함, 기다림, 저항할 수 없는 무기력함 


너무도 가늘어져서 그림자 조차 만들어지지 않을 것 같은 느낌.


인고의 세월이 만들어 낸 거꾸로 달린 종유석(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닌 땅에서 자라 올라가는)



이런 쟈코메티의 작품들을 떠올리다 보면 저도 모르게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또 다른 이미지들이 있습니다.





바로 모딜리아니인데요, 



  왠지 모르게 모딜리아니의 조각과 그림에서도 홀로 되고자 하는 은둔자의 의지와 감성이 느껴집니다. 


동네를 보다가 발견한 

이 나무들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영겁의 세월을 홀로 사막 한가운데 서있었던 이 나무와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을까요?




저 유명한 제임스 딘의 사진 속 모습이 쟈코메티가 창조한 인물상처럼 느껴지는 것은 저만의 생각인가요?



트레이시 에민이 <My Bed>를 통해 보여주려고 했던 감정들도 결국 '혼자됨'의 솔직한 모습은 아니었을까요?


 홀로 남겨진 방 그리고 흐트러진 침대에서 조금 전까지 사랑을 나누던  누군가의 자취를 발견할 수 있지만 그 또는 그녀는 더 이상 우리의 곁에 없는 그런 감정.


밀란 쿤데라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이런 상황에서 느끼게 되는 감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랑은 정사를 나누고 싶다는 욕망이 아니라 동반 수면의 욕망으로 발현되는 것이다" 


그렇습니다. 정사를 나누고 떠나간 사람의 자취를 느끼며 홀로 남은 누군가에게 흐트러진 침대는 '혼자'의 감정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아픈 증거일 뿐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ze4NxCOjg0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의 마지막 곡 "거리의 악사(Der Leiermann)"는 음악을 통해 혼자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갈피를 잃고 헤매는 지금 이 순간 우리의 감정을 정확하게 울려 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lKVG-R4OKk

말러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 2번째 곡 "아침 들판을 거닐면"에서는 홀로 된 주인공이 이른 아침 들판을 걸으며 숲과 자연을 벗 삼아 자신의 불행을 벗어나려고 애쓰지만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는 "혼자"됨을 두려워하는 염세적인 감상을 느낄 수 있습니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Louise Gluck이 이야기하는 '혼자'라는 것은 어떤 감정일까요?



     Solitude


It’s very dark today; through the rain,
the mountain isn’t visible. The only sound
is rain, driving life underground.
And with the rain, cold comes.
There will be no moon tonight, no stars.

The wind rose at night;
all morning it lashed against the wheat –
at noon it ended. But the storm went on,
soaking the dry fields, then flooding them –

The earth has vanished.
There’s nothing to see, only the rain
gleaming against the dark windows.
This is the resting place, where nothing moves –

Now we return to what we were,
animals living in darkness
without language or vision –

Nothing proves I’m alive.
There is only the rain, the rain is endless.



이 시를 읽고 나니, 음악 2곡이 더 듣고 싶어 집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k7luHRYclg

루이스 글룩의 귀를 덮고 있는 빗소리도 이렇듯 그녀의 마음속을 울리는 눈물의 소리는 아니었을까요?


https://www.youtube.com/watch?v=cUuD8BUmvvU 


듀크 엘링턴이 작곡한 유명한 <Solitude>입니다. 아마도 이 노래는 시와 제목이 같아서 떠오른 것 같습니다. 엘라의 노래도 좋지만 빌리 홀리데이가 가장 유명할 테죠. 레코드 위를 바늘이 스쳐가는 소음이 빗소리를 떠오르게 하네요.

매거진의 이전글 다양한 예술 장르 속,  그림자의 표상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