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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수의 왕 Jul 26. 2020

바그너 파르지팔 세계 초연

바그너의 마지막 오페라인 <파르지팔>은 1882년 7월 26일, 바이로이트에서 세상에 첫 선을 보였습니다.



12세기 독일의 음유시인인 볼프람 폰 에센바흐가 남긴 성배의 전설 <Parzival>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작곡된 이 오페라는 1903년까지 바이로이트에서만 공연되도록 허락되었던 아주 독특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유명한 성배를 찾는 기사들에 근거를 두고 있는 이 오페라는, 작품이 가지고 있는 거대한 알레고리 덕택에 다양한 문학과 예술의 소재로 재탄생하기도 하는데요,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움베르토 에코의 <푸코의 진자>에서 이 오페라에 묘사된 암포르타스 왕의 상처가 방사능에 피폭된 것과 비슷하다는 음모론의 소재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조선의 정조대왕이 겪었다고 알려진 피부병도 암포르타스 왕의 상처와 비슷한 증세를 가지고 있던데,  재미있는 SF소설의 소재가 될 것 같지 않은가요?





다시 파르지팔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MyGEQPkQYk

(가장 유명한 파르지팔 연주중 하나인, 한스 크나퍼츠부쉬의 1954년 바이로이트 실황 공연 중 1악장입니다)


오페라의 스토리는 성배와 성창을 지키는 암포르타스 왕이 악의 유혹에 넘어가 성창에 찔려 상처를 입고 성배도 빼앗긴 상태에서 시작됩니다. 왕의 치료와 세상의 구원을 위해 성배를 다시 찾기 위한 많은 시도들이 실패로 돌아가는데, 갑자기 예언에 나온 성배를 구할 기사가 등장합니다. 

 

'순진한 바보'가 바로 바그너가 정의하고 있는 세상을 구할 영웅의 자질입니다. 어딘지 엉뚱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이런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함(순수함)으로 인해 주인공 파르지팔은 극 중에서 자신을 향해 뻗어오는 악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주어진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합니다.


갑자기 넷플릭스에서 한참 인기를 끌고 있는 독일의 드라마 <Dark>에서 이런 대사가 나오는 것이 떠오르네요.

"사람은 3번 죽는다. 순진함을 잃어버렸을 때, 천진난만함을 잃어버렸을 때, 그리고 마지막 순간"


순수함 또는 순진함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독일 정신>이라고 불리는 독일 문화의 원형적 요소중 하나인 것일까요? 


바그너의 다른 오페라들처럼 음악적으로 도발적이거나 선동적이지 않고 우리를 마음속의 깊은 무의식의 내면으로 잠겨들게 만드는 고요함과 거대함이 가장 큰 특징인 파르지팔을 들을때면, 인식의 범위를 넘어서는 거대한 이미지를 창조해 내는 사진작가 안드레아스 구르스키가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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