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노벨 문학상 소식을 접하며

Louise Gluck

by 훈수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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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노벨문학상이 발표되었습니다. 미국의 시인 Louise Gluck이 바로 2020년의 주인공인데요,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들은 한국에서 많이 소개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이번에도 처음 들어본 이름이어서, 그녀의 시를 구글에서 몇 편 검색해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A Fantasy> 란 시가 특히 눈에 들어옵니다.


I'll tell you something: every day

people are dying. And that's just the beginning.

Every day, in funeral homes, new widows are born,

new orphans. They sit with their hands folded,

trying to decide about this new life.


Then they're in the cemetery, some of them

for the first time. They're frightened of crying,

sometimes of not crying. Someone leans over,

tells them what to do next, which might mean

saying a few words, sometimes

throwing dirt in the open grave.


And after that, everyone goes back to the house,

which is suddenly full of visitors.

The widow sits on the couch, very stately,

so people line up to approach her,

sometimes take her hand, sometimes embrace her.

She finds something to say to everbody,

thanks them, thanks them for coming.


In her heart, she wants them to go away.

She wants to be back in the cemetery,

back in the sickroom, the hospital. She knows

it isn't possible. But it's her only hope,

the wish to move backward. And just a little,

not so far as the marriage, the first kiss.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이제 막 처음으로 (인생의 많은 일들은 당사자들에게는 생전 처음 겪게 되는 어려움인 경우가 많죠) 미망인이 된 누군가의 모습을 그린 시입니다.


4연으로 이루어진 짧은 시의 네 번째 연 시귀들이 제 메마른 감수성을 다시 촉촉하게 적셔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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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한편에서, 그녀는 그들이 떠나길 원한다.

그녀는 묘지앞으로 되돌아가고 싶다,

그 병실 앞으로, 그 병원의. 그녀도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유일한 바람은,

뒤로 되돌리고픈 희망. 그저 조금만,

저 멀리 지나온 결혼식, 그 첫키스까진 아닐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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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보낸 슬픔을 미처 느끼지도 못한 사이에, 장례식장에서 묘지로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조문을 온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미망인이 점차 자신을 엄습하는 현실을 자각하기 시작하며, 무엇인가를 간절히 바라게 되는 그 지점을 아주 예민하고 감수성 넘치는 하지만 담백한 시적 언어로 표현하는 장면입니다.


"Move backward. And just a little"


그들의 가장 찬란한 순간까지는 차마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저 사랑하는 그가 마지막까지 숨을 쉬고 있던 병원의 그 순간으로라도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


몇 번을 곱씹어 읽었는지 모릅니다...


같은 여류 시인이지만 96년 수상자인 심보르스카의 재치 넘치는 그래서 머리를 탁 치게 만드는 시구들과는 결이 많이 다른 시였던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우연의 일치인지, 시인의 성인 Gluck에서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를 작곡한 독일의 뛰어난 오페라의 선구자 Christoph Willibald Gluck이 연상됩니다.


이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에서도 시에서 표현하고 있는 감성과 유사한 장면이 등장하는데요


아내를 잃은 오르페오는 신들의 도움으로 지하세계 하데스에서 아내인 에우리디체를 구해 지상으로 올라오지만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신의 명령을 어겨 사랑하는 아내를 다시 잃게 됩니다.


오페라의 3막에 나오는 이 장면에서 오르페오는 유명한 아리아 "Che faro senza euridice?" (사랑하는 에우리디체 없이 어떻게 하나)를 부르고 있습니다


원곡은 카스트라토나 테너가 부르게 되어 있는데, 오늘은 카스트라토와 바리톤의 목소리로 각각 들어 보시죠.


https://www.youtube.com/watch?v=Z8dIevs0VlU





https://www.youtube.com/watch?v=OvfrECGj3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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