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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수의 왕 Jan 31. 2021

조성진- 모차르트 세계 초연

지난 1월 27일 모차르트의 탄생지인 잘츠부르크에서는 모차르트의 생일을 기념하는 연주회가 열렸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무관중으로 열린 이번 연주회는 특히 1773년 작곡된 '알레그로 D장조'라는 짧은 피아노 소품이 세계 최초로 연주되었는데요, 이 세계 초연의 주인공은 바로 한국의 피아니스트 조성진이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mxZVMU1Gpg


한국의 많은 언론들은 모차르트가 젊은 시기에 작곡한 곡이라 아직은 젊은 느낌이 많다고 하지만, 사실 이 작품이 완성된 1773년까지 모차르트는 이미 25곡 이상의 교향곡을 작곡한 당대의 누구보다도 뛰어난 작곡가였습니다.


영화 아마데우스에 삽입되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한 교향곡 25번 G단조 (교향곡 40번과 더불어 유일한 모차르트의 단조 교향곡)이 바로 같은 해에 작곡된 대표적인 곡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yNi19dceMo

모차르트 교향곡 25번 G단조


2011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3위 입상을 거쳐 2015년 대망의 쇼팽 콩쿠르 우승을 한국인 최초로 이루어낸 조성진은 이번 세계 초연을 통해 그간 그가 보여준 많은 성취를 세계 음악계에 증명해 내고 있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조성진의 음반이나 영상물을 감상하면서 그의 모차르트 연주가 가장 만족스러웠는데, 이번 모차르트의 미발표곡을 세계 초연한 것을 보며 아주 뿌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래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실황)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bxtDrhXpY



협연을 이끌고 있는 지휘자의 곡해석이 러시아 지휘자들이 종종 보여주는 전형적인 모습인 과장된 다이내믹의 대비와 감상적인 템포 등으로 모차르트의 음악이 가지고 있는 명쾌하고 리드미컬한 템포 그리고 청명한 소리 등을 조금 흐릿하게 만들고 있는 탓에, 이 연주에 붙은 댓글 중에 연주 스타일이 쇼팽스럽다고 하는 지적들이 있는데, 아무래도 젊은 연주자가 콩쿠르 상황에서 자신의 개성을 전면에 드러내기 힘들었던 탓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이런 댓글들은 쇼팽 콩쿠르에서 조성진이 우승한 후광으로 인한 선입견들이 투영된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조성진의 연주 자체를 보면 그가 가진 장점인 완벽한 터치에서 만들어지는 맑은 소리와 정확한 템포 등이 덜 드러나보여 안타깝습니다.


1악장의 전개부에서 특히 오케스트라의 약간은 과장된 연주로 인해 카덴차의 시작부터 조성진의 터치가 깔끔해야 할 모차르트의 아티큘레이션을 왠지 약간 흐릿하게 뭉개버린다는 느낌이 들고, 오히려 좀 더 감성적이어야 할 2악장에서는 훨씬 더 명징한 소리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조성진은 같은 곡을 뉴욕 메트 오페라의 음악감독인 야니크 네제 세갱과 협연한 DG의 노란 레이블 음반으로 출시했는데요 


https://www.youtube.com/watch?v=W44aZnSW1TU


1악장 카덴차가 위의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실황보다는 훨씬 안정적인 톤과 더 완벽한 아티큘레이션을 보여주는데, 이 음반에서도 아쉬운 점은 세갱과 같은 빅 스케일에 익숙한 지휘자가 아닌 실내악과 모차르트 전문 지휘자를 만나면 훨씬 더 차분하고 아름다운 성숙한 조성진만의 소리를 들려줄 것 같은 기대를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음반을 통해서 개인적으로 아직까지 조성진이 연주한 쇼팽이나 리스트 드뷔시 보다는 그의 모차르트가 훨씬 적합해 보인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맑은 소리의 질, 정교한 다이내믹의 조절, 완벽한 터치 등은 모차르트 전문가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미치코 우치다의 연주를 뛰어넘어 훨씬 더 완벽한 모차르트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주고 있습니다.


그러한 느낌은 또 다른 모차르트 연주인 Rondo in A Minor, K. 511의 음반을 통해서 더욱더 굳어지는데요


https://www.youtube.com/watch?v=qeEJtifzuL0


A-B-A-C-A의 전형적인 론도 형식에서 주제인 A는 전체 곡의 조성인 A단조로 그리고 에피소드 부분인 B와 C는 각각 F장조와 A장조로 지속적으로 장단조가 오가며 만들어내는 모차르트의 감성과 특징적인 리듬감을 아주 정확하고 섬세하게 연주하는데, 특히 쇼팽이나 리스트의 연주 시에는 너무 내성적이고 적극성이 조금 부족해 보이는 그의 다이내믹도 모차르트에서는 아주 적당해서 낭랑하고 맑은 소리들이 적절한 크기로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조성진의 드뷔시는 물론 그가 가진 장기인 정확한 소리 그리고 아름다운 소리를 들려주지만, 다채로운 색깔이 약간은 부족한 뭐랄까 조금은 평면적인 느낌이라고 할까요


https://www.youtube.com/watch?v=97_VJve7UVc


당연히 기술적으로 흠잡을 때가 없지만 너무 소리를 아름답게만 만들려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되고, 그래서인지 드뷔시가 드러내는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감정 표현이 약간 부족한 조금은 무개성적인 느낌도 듭니다. 


아무래도 기대가 너무 크다 보니 완벽에 가깝게 연주되는 드뷔시임에도 괜한 아쉬움이 남는 듯싶습니다.



기술적으로 상당히 고난도인 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도 상당히 편하게 연주를 이끌고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6SDx8bue08 


하지만 아직은 어딘가 모르게 약간은 수줍고 내성적인 소리로 들려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04GkRTC_Lo


아르게리히의 연주와 비교하면, 조성진의 세기는 결코 아르게리히의 연주에 뒤처지지 않지만 (즉 누가 더 악보에 충실한지를 논한다면 조성진의 연주는 아르게리히보다 훨씬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럼에도 약간은 거친듯한 아르게리히가 보여주는 다이내믹의 대비와 좀 더 자유로운 템포 설정을 통해 묻어 나오는 감정 등은 아직은 조성진에게 다양한 인생 경험이 필요하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아마도 그런 경험들이 쌓여서 이 젊고 뛰어난 피아니스트가 진정으로 위대한 개성을 가진 연주자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슈베르트의 피아노 곡 중에 가장 연주가 어렵다는 <Fantasy in C Major, Op. 15, D. 760 "Wanderer"> 중 2악장  Adagio입니다. 슈베르트 전문가로 유명한 브렌델과 한번 비교해 보았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Vd3ZHipNiU



https://www.youtube.com/watch?v=d8PDRvF6i5g


조성진의 연주는 자신을 잃고 방황하는 혼돈의 주인공이라기보다는,  쓸쓸히 떠나는 누군가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가진 아름다움을 연주하는 듯한 관조적인 느낌이 강합니다. 브렌델의 연주가 주는 느낌은 담담하게 시간의 뒤안길에서 젊은 날 자신의 방황을 되새기는 듯한 쓸쓸함이 묻어 나옵니다.


이 Wanderer Fantasy는 4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악장이 모두 슈베르트 자신이 작곡한 가곡 "Der Wanderer"의 주제로 시작하며 다양한 변주를 이루어 내고 있는데, 위에서 비교해서 들어 보신 2번째 Adagio 악장은 가곡의 주제를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며 이를 통해 슈베르트가 보여주고 한 이 곡의 성격을 가장 극명하게 묘사하고 있는 악장이죠. 그렇다면 동일한 제목의 가곡도 한번 들어 보시는 게 어떨까요?


https://www.youtube.com/watch?v=BR8_n-B8qu0 


가장 교과서적으로 슈베르트의 가곡을 해석하는 바리톤 디스카우가 그의 완벽한 파트너인 피아니스트 무어와 함께 뛰어난 표현을 보여줍니다. 



사실 조성진은 아직도 많은 발전이 남아 있는 성장하고 있는 피아니스트입니다. 그렇기에 리스트나 슈베르트의 스페셜리스트로 한 시대를 풍미한 연주자들과 1:1로 비교하면 뭔가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나 그런 점이 그의 성장에 대한 의심을 낳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그저 맹목적으로 그가 어떤 연주를 하더라도 무조건적인 찬사를 보내는 것보다는 팬들이 좀 더 건설적인 비판을 통해 조성진을 진정한 우리 시대의 거장으로 커가게 도와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의 연주들을 기존의 거장들과 비교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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