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그려내는 이미지

Like Rain it sounded by Emily Dickinson

by 훈수의 왕

테드 휴스의 <Poetry in the making> (국내에는 시작법으로 출판되었습니다)을 읽는 중에 Emily Dickinson이라는 미국 시인을 알게 되었습니다.


주변에 시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물어봤다가 '이런 무식한 XX'하는 눈총을 받았는데, 저 역시도 이 시인의 작품을 좀 더 찾아서 읽다 보니 내가 왜 여태 몰랐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들더군요.


테드 휴스는 그의 책에서 '바람과 기후'에 관한 시를 예를 들어 설명하기 위해서 에밀리 디킨슨의 시를 인용하고 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시가 만들어 내는 이미지가 점점 더 선명해집니다.




청하출판사에서 번역된 책으로 읽고 있는데, 국역된 시의 느낌이 테드 휴스의 설명에 부합하지 않은 것 같아서 제 느낌을 옮겨 봅니다.




Like Rain it sounded till it curved

And then I new 'twas Wind-

It walked as wet as any Wave

But swept as dry as sand-

When it had pushed itself away

To some remotest Plain

A coming as of Hosts was heard

It filled the Wells, it pleased the Pools

It warbled in the Road-

It pulled the spigot from the Hills

And let the Floods abroad-

It loosened acres, lifted seas

The sites of Centres stirred

Then like Elijah rode away

Upon a Wheel of Cloud.


굽이질 때까진 빗소리처럼 들리더니

지난 다음에야 바람인 줄 알았다-

여느 파도처럼 젖은 걸음으로 다가오다가

마른 모래처럼 쓸려가 버린다-

스스로 밀쳐내며

가장 먼 평원에 도달하자

무리들이 도착하는 소리가 들린다

우물들을 채웠고, 연못들을 만족시켰고

길 위에서 재잘거렸다-

언덕들의 마개를 뽑아

홍수가 퍼져나가게 두었다-

평야를 흐뜨러트렸고 바다를 들어 올렸고

마을 한가운데를 휘저어버렸다

그러곤 선지자 엘리야 마냥

뭉쳐있는 구름 사이로 승천해 버렸다




1~2 행에서는 집안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시적 화자가 자신이 인지한 비구름이 몰려오는 순간을 소리를 이용해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시인이 살았을 19세기 미국 동부의 외딴 교외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 나무들이 무성한 들판에 오두막집이 그려집니다. 세찬 바람에 오두막 주변의 나뭇가지와 잎들이 흔들리는 소리가 처음엔 마치 빗물처럼 들렸다가 이윽고 오두막이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바람소리임을 알게 되는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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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행은 무섭게 몰아치는 바람을 처음엔 물에 젖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간신히 걸음을 옮기는 동작처럼 비유해서 그 거대한 무게감을 느끼게 하고 있으며, 점차 바람에 휩쓸려 많은 것들이 날려가는 모습을 가벼운 마른 모래들이 땅 위를 휘감으며 빠르게 쓸려 올라가는 장면처럼 비유해서 속도감이 몰고 오는 거센 바람의 세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5~7행에서는 폭풍우와 번개가 몰아치는 모습을 신의 등장처럼 그려내고 있습니다. Hosts는 성경에서 여호와를 보필하는 많은 천사들을 묘사할 때 사용되곤 하는데요, 번역하신 분이 주인이라고 번역하셨더군요.

바람이 이리저리 휩쓸고 다니는 광경을 무엇엔가 취해서 비틀거리는 그래서 그렇게 제어할 수 없는 무작위적인 취한 동작이 자신의 몸을 예측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는 모습처럼 묘사하고 있고 (pushed itsef away), 가장 먼 평원 즉 시선이 미치는 모든 곳을 바람이 채우고 나자 곧이어 천둥번개와 소나기가 몰려오는 것을 하느님(시인이 살던 시기와 장소를 생각해 보면 상당히 종교적이었을 것임을 상상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죠)이 후광을 등지고 좌우에 천사들을 거느리고 내려오는 모습으로 상상하고 있습니다.


8~9행은 그런 천둥번개와 소나기가 무섭게 느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신의 재림처럼 생각하고 있는 시인의 감정을 드러내고 있는데, 마른땅에 은혜를 내려주는 장면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빈 우물이 가득 차고 메마른 연못이 제 모습을 찾아나가고 길 위를 흘러가는 물줄기의 소리를 새들의 지저귐으로 표현하고 있네요.


10~13행은 언덕을 술통(물통)들이 늘어선 모습으로 비유해서 술통의 마개를 열고 그 안의 액체들이 콸콸 쏟아져 나오는 그래서 그 많은 물들이 들판을 헤쳐놓고 바다에 파도가 일고, 그리고 마을의 많은 건물들 주변을 휩쓸고 가는 모습을 시간의 순서에 따라 연속적으로 벌어지는 일을 찍은 동영상처럼 보여주고 있습니다


14~15행은 폭풍우가 지나간 뒤 구름 여기저기 틈새로 햇살이 드러내는 광채를 성경 속 신의 기적과 비교해서 자연의 위대함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있는데, 찾아보니 선지자 엘리아는 가뭄과 관련한 기적을 행했던 이야기가 있더군요. 그리고 최후의 순간에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하늘로 승천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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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디킨스는 이 시에서, 짧고 간결한 문체를 가지고 비와 바람이라는 자연현상의 시간적 변화에 대한 세심한 묘사를 통해 오랜 가뭄을 해결해 준 폭풍우를 신의 위대함과 은혜로 귀결시키고 있으며 이를 아주 성공적으로 시각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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