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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iden Sep 13. 2022

#12 생각의 디테일, Affinity Diagram

분석력의 디테일이 보이는 연구의 과정, 어피니티 다이어그램

데스크 리서치는 여러분이 시장을 바라보는 큰 통찰력을 증명하는 단계라면, 어피니티 다이어그램부터는 좀 더 디테일한 문제를 분석하고 정리하는 단계라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어피니티 다이어그램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

어피니티 다이어그램, 우리말 표현으로는 친화도 기법 정도가 되긴 할 텐데 직업병 때문인 건지 너무 손에 익질 않아 이후에도 어피니티 다이어그램(이하 어피니티)으로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어피니티는 디테일을 파고드는 단계입니다. 실제 현업에서도 이 과정을 통해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상세히 정의하거나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디테일한 방법론까지도 도출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어피니티에서 도출된 인사이트, 또는 이슈들을 가지고 설계 작업까지 이어져 갈 겁니다.


방식은 여러 데이터들을 통해 유사성 있는 데이터들의 그룹화를 통해 인사이트를 도출해 내는 작업인데... 사실 이렇게 이야기해도 학생들은 잘 이해를 못 하더군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결제 서비스 개선에 대한 raw data


이번에 한 회사에서 결제 서비스를 개편하기로 설정하고 데이터를 수집해 봤습니다. 

데이터 출처는 지금까지 했던 데스크 리서치를 통해 얻어지는 것도 있을 거고, 필드 테스트나 내부 인사이트 등 다양한 매체가 소스가 될 겁니다.

거기서 얻어지는 주요한 이슈들을 포스트잇에 붙여 이렇게 벽에 붙여보도록 하죠. 그리고 우린 이걸 미가공 데이터(Raw Data)라고 합니다.


이 raw data에 나올 수 있는 것들은 단어일 수도 있고, 사용자의 의견이 담긴 목소리가 될 수도 있고, 시장에서 도출된 인사이트 문장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형식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양은 많을수록 좋지만 저는 예시이기도 하고 게으른 사람인지라 저것만 가지고 작업을 해볼게요.


data grouping


먼저 raw data들을 가지고 뭔가 비슷한 냄새를 풍기는 메시지를 담은 친구들을 모아서 그룹 이름을 지어줍니다.


사실 이게 말이 쉽지 정말 어려운 작업이에요. 우리는 주변의 사람들도 카테고리화 하지 못해서 혈액형이나 MBTI라는 번거로운 조사가 유행씩이나 되면서 카테고리화 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그저 이제 막 조사하기 시작한 낯선 데이터를 이름까지 붙여주라뇨?


이 무질서함 속에서 비슷한 친구들을 모아주는 작업은 거의 반 직관적인 경험에 의존한 작업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현업에 가게 되면 신입에게 여기까지는 기대하지 않기는 해요. 'raw data 조사하고 유사성 있는 애들끼리는 한번 모아봐' 정도는 맡기기는 해도 정작 그 뒤는 어지간한 경험이 없고서는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다음에 이어질 인사이트 도출은 더더욱이요.


하지만 여러분은 30년 뒤의 인생의 행복을 위해 취업에 뛰어드는 입장이니, 어설프더라도 노력은 해 봐야겠죠? 그러니 저도 이다음으로 일단 진행시켜 보겠습니다.


insight 도출


자, 각 그룹에서 인사이트를 도출해 내봤습니다. 

참고로 저는 편의를 위해 엘리먼트 3~5개 가지고 인사이트를 도출했지만 이렇게 적은 raw data를 가지고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여러분은 적어도 5개 이상의 데이터가 묶일 수 있도록 조사를 풍부히 해주는 게 좋아요.


먼저 '결제 편의' 그룹의 내용들을 이어보니 뭔가 이상한걸(?) 설치하고 생체인식 같은 건 지원도 못하는 전통적인 PG사들이 제공하는 결제 모듈은 못쓰겠다는 인사이트가 먼저 나왔어요. 적어도 이걸 가지고 우리는 결제를 개편할 때 이제는 좀 더 최신의 간편 결제를 필요로 하겠구나라는 기본적인 방법론을 도출해 낼 수 있을 겁니다.


다음은 '결제 호환성' 이건 가만 보니 특정한 플랫폼에 제한이 있거나 다른 서비스 간 호출을 하면서 충돌(Crash)이 터지는 불안정성에 대한 불만인 거 같아요. 간편 결제 중에도 쇼핑몰 앱 쓰다가 굳이 지들 앱을 띄워서 결제를 마치고 나서 다시 쇼핑몰 앱으로 돌려보내는 것들이 있잖아요? 이런 건 못써먹겠다고 해석이 됩니다.


마지막은 '혜택/리워드' 이건 좀 마이너 하니 예시 그대로 보셔도 될 거 같고...


여기까지만 해도 일단 우리는 결제를 개편하면서 '더 이상 전통 PG서비스만을 제공하는 구닥다리 결제 모듈로는 한계가 왔구나, 이제는 간편 결제를 지원 검토하되 추가 앱 호출이 없는 완전 내장형(Embedded module) 서비스를 검토해 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 수 있게 됩니다.

만약 데스크 리서치가 우리 회사 결제 서비스에 문제점을 지적했었다면, 이 어피니티를 통해 가야 할 방향을 구체적으로 알게 될 수 있겠죠.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닙니다!


2차 insight 도출


그룹핑되어 인사이트를 도출한 어젠다들끼리도 묶어서 2차 인사이트도 뽑아볼 수 있습니다.

일단 각 카드사의 간편 결제, 신◯ 페◯판이니 K◯P◯y이니 이런 것들 보면 꼭 자기들 앱을 호출하라고 합니다, 그러니 탈락. 

그리고 흔하게 보급되는 간편 결제 모듈 중에 카◯오◯이와 네◯버◯이가 있는데, 이 둘 중에는 카◯오 놈들은 페이 앱이 없어도 카◯오톡이라도 호출하는 끈기를 보여주기 때문에 다시 탈락. 그리고 네◯버 서비스만이 웹 전용 모듈로 완전 내장형을 지원하기에 우리 요건에 충분히 충족됩니다.


이렇게 시작은 단순히 '우리 결제 서비스를 개편해야 해'로 시작했지만 어피니티를 통해 어떤 결제 서비스를 붙여야 할지까지 결론이 도출된 겁니다. 얼마나 행복해요? 이제 이걸 가지고 행복하게 전략 짜고 설계하면 되는 겁니다. 


참 쉽죠?



형식뿐인 최악의 어피니티 다이어그램

여러분이 막상 해보면 정말 막막할 거예요, 자신 있게 문서를 쓰다가도 '아 그 양반이 그래서 신입한테 여기까지는 안 시킨다고 하는구나' 싶을 겁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상당수는 이런 어려운 과제를 너무 멋들어지게 포폴에 담으려다 보니 치명적인 실수를 한 가지 저지르고 맙니다. 다음 그림을 볼까요?

어피니티 다이어그램의 기본 구성


흔히 어피니티 다이어그램이라 검색하면 나오는 기본 모형입니다. 

여러분이 실컷 연구하고 준비해서 딱 이런 모습으로 가지런히 정리해 포트폴리오에 담아오는 친구들이 종종, 아니 매우 높은 확률로 있습니다.


물론 저것보다 양(Volume)은 훨씬 많을 거예요, 그룹도 7~10개는 될 정도로 정말 열심히 했을 겁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런 모양만 보고 나면 그다지 점수를 주기가 힘들어요.


가장 큰 이유는 이걸 통해 뭘 도출했는지 인사이트를 알 수가 없어요. 상당수가 인터넷에서 어피니티를 찾아보고 그냥 모양대로 형식만 취해오다 보니 정작 인사이트를 도출해서 그걸 활용해야 하는 본질에서 멀어져 버립니다.


그나마 그룹 상단 또는 하단에 인사이트를 잘 써왔다고 칩시다. 그래도 별로입니다. 

왜냐하면 이번엔 인사이트를 제대로 읽을 수가 없어요. 앞서 데스크 리서치에는 두괄식으로 쓰는 요령까지 알려드렸습니다. 그런데 어피니티 와서는 중요한 인사이트를 조막만 한 글자들을 평가관한테 일일이 읽으라뇨? 눈에 들어오지도 않아요.


그리고 실제 실무에선 저렇게 예쁜 모양으로 어피니티가 떨어지지도 않습니다.


출처 acquity group


현업에서 벌어지는 어피니티는 이것보다 더 지저분할 확률이 높아요. 

포스트잇 몇 개 깨작대며 옮겨 붙이고 우아하게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게 아니라 그 주변에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 남게 됩니다. 그러고 나서 최종적으로 확정되면 싹 다 정리하고 여러분이 흔히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얻는 어피니티 같은 결과물로 정리를 할 뿐인 거죠.


그런데 여러분의 어피니티가 그렇게 정교하거나 숙련되지도 않았는데 이런 고민의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아름다운 결과만을 보여주려고 한다면 노련한 평가관들은 한숨을 짓게 될 겁니다. 어떻게 생각하는 친구인지를 알고 싶었는데 생각의 과정을 없애버린 격이니까요.



연구하고 노력한 티 좀 내보자고요

잠깐 다른 이야기지만 저는 어릴 적에 수학 경시대회를 나간 적이 있었어요. (제가 머리 좋다고 말했었나요? ㅎㅎ) 그런데 여기서는 채점하는 방식이 조금 특이한 게 아무리 정답을 맞혀도 한 가지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만점을 주지 않았어요.

그건 바로 문제 해답에 도달하는 풀이 방식을 남겨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방식이 채점자가 수긍할만한 논리적인 전개여야 한다는 것. 사실 여러분도 제가 풀었던 수학 문제와 같은 문제를 풀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 권하는 방법 중에 하나는 '최대한 저렇게 지저분하더라도 열심히 연구한 흔적을 그대로 남겨서 장표에 담아라, 대신 저걸 배경으로 삼고 오버레이 해서 위에 도출된 인사이트만 평가관들이 읽기 편하도록 잘 정돈해서 넣어주자. 이걸로 노력한 흔적과 도출한 인사이트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거다.'라고요.


양식은 어디까지나 권장이지 목적만 같다면 얼마든지 변형은 상관없어요


혼자서는 더더욱 힘들 거예요. 그러니 최대한 멘토와 같은 주변의 도움도 활용하시고 아니면 친구들이나 가족들 누구든 상관없어요. 끊임없는 토론과 논쟁을 통해 여러분의 논리를 검증하고 다듬으세요. 그것만이 살 길입니다.




다음 글은 실제적인 세부 전략을 위한 코어 타겟 고객을 설정하는 퍼소나(Perso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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