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관의 눈에 쏙 들어오는 데이터 형식
이제 어설프게나마 여러분이 선택한 주제에 대해서 어느 정도 가설과 증명의 시나리오를 잡아가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럼 다음엔 어떻게 효과적으로 평가관을 설득할 수 있는 증거들을 준비하느냐입니다.
데이터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언어와 문장으로 구성된 데이터인 정성 데이터, 이건 쉽게는 주관식이라고 생각하시고... 그리고 수치나 그래프 등 측정 가능한 단위로 제시되는 데이터인 정량 데이터, 이건 객관식이라고 기억해 둡시다.
이 두 데이터 표현 방식에는 큰 차이가 있는데 다음 그림을 보죠
두 데이터는 사실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과거엔 잘 나갔던 아웃도어 시장이 꾸준히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이다가 최근 언택트 운동에 대한 2030 세대의 수요가 대거 유입되면서 성장세를 회복하고 있다.. 블라블라
벌써 글로 표현하려니(정성 데이터) 피곤해지네요.
정성 데이터의 가장 큰 장점은 수치로 측정하기 어려운 비정형 데이터까지 표현하기가 수월하다는 점인데 그에 못지않게 단점도 굉장히 큽니다.
일단 데이터가 객관적으로 보이지 않아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점.
이게 가장 심각한 문제인데 쉬운 예를 들어보면, 제가 대학교에서 공부를 제법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해봅시다, 그리고 여러분한테 제가 "저는 순위권에 꼽힐 정도로 공부를 정말 잘해요!"라고 말했어요, 그럼 여러분은 과연 제가 얼마나 공부를 잘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심지어는 '진짜 공부 잘한 거 맞아?'라는 의심을 품을 수도 있죠
하지만 정량 데이터로 같은 이야기를 해봤다고 해봅시다. "나 이번 학기 학점 평균 4.2*에 학과 내 등수는 3등이야" 이번엔 얼마나 공부를 잘했는지, 그리고 객관적인 지표로 의심의 여지도 확실히 줄여주었죠. (음, 하지만 안타깝게도 전 저런 학점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 학교는 만점이 4.3이었어요!
또한 정성 데이터는 문자를 일일이 판독해서 의미를 해석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피로도도 굉장히 높습니다. 정량 데이터는 이 모든 단점을 극복한 데이터이지만 계측이 어려운 부분에 있어서는 취약점을 가지고 있죠. 하지만 여러분이 조사하는 대부분의 대상은 정량적인 데이터가 존재하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이런 정량 데이터를 수집해서 근거로 활용하라고 권하고 있긴 해요.
단순히 각 데이터 형식의 특수성 때문이 아니라 현업에서는 정량 데이터를 더 신뢰하고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포트폴리오 사용자에 최적화를 해주란 이야기인 거죠.
실제로 현업에 가면 직급이 올라갈수록 KPI 수치 지표에 민감해지는 경향이 생기는 데다 문자로 가득 찬 보고서를 보고 나면 "아우, 야 글자가 너무 많다. 무슨 소리냐?"라고 피곤해하시는 분들이 부지기수예요.
오히려 정성 데이터로 표현 가능한 영역도 표로 데이터를 구조화하거나 뷸렛팅을 해서 정보의 시나리오를 규격화해서 객관화를 어느 정도 해야만 통용될 수 있기까지도 합니다.
그렇게 일을 하고 있는 회사의 평가관에게 건네는 포트폴리오에 정성 데이터가 가득 차 있다면? 굉장히 피곤하고 무례할뿐더러 애당초 사용자를 배려하지 않는 프로덕트(포트폴리오)를 가져오는 사람이 UX를 얼마나 잘하겠어요? 이미 거기서 승부는 난 것이나 다름없죠.
이런 경우가 가끔 있어요 이건 뭐가 문제냐면 크게 몇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1. 시장에 데이터가 별로 없는 새로운 영역의 주제를 선택한 경우
이래서 예전 글에서 채식 운동이나 플로깅 같은 미래지향적 캠페인 소재는 삼가라고 하는 거예요. 데이터가 안 나와요.
이런 경우에는 최악에는 주제 변경도 생각해 보는 게 좋습니다. 아무리 주제에 대한 욕심이나 신념이 있으면 뭐해요, 증명 가능한 데이터가 없어서 평가관을 설득할 수가 없는데. 고집은 백해무익합니다.
2. 여러분이 데이터 자체를 제대로 못 찾은 경우
만약 저처럼 아웃도어 시장의 추이를 보기 위해 검색을 하고 있는데 검색창에 단순히, '등산', '아웃도어', '패딩' 이런 단어들만 넣고 있다면 좋은 데이터가 걸릴 수가 없습니다. 검색을 하는 순간부터 머릿속으로는 조그마한 가설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검증하는 접근이 필요해요.
가설 : 음 등산 시장 몇 년 전에 위축됐었지? 요즘엔 언택트 문화가 확산됐으니 성장세로 돌아섰을까?
검색 : '아웃도어 시장 추이', '아웃도어 브랜드 매출 추이'
증명 : 오.. 데이터 추이를 보니 확실히 그런 거 같은데?
적당한 데이터는 아무 노력 없이 눈앞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UX 실무에서는 이런 가설과 검증 과정의 연속이니 만큼 평가관은 여러분이 스스로 탐구하고 연구하는 사람인지를 면밀히 살필 겁니다. 그러니 요령 피우지 마세요.
3. 그럼에도 도저히 데이터가 안 나온다!
간혹 있긴 해요, 니치 마켓(Niche Market / 틈새시장) 서비스인 경우에는 그럴 수 있어요. 그런 경우에는 아무리 안간힘을 써도 자료가 별로 없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최후의 보루로 여러분이 데이터를 만들어 내는 방법도 있어요.
갑자기 떠오르는 니치 마켓 사례가 없는데, 음.. 예를 들어 제가 집에서 물멍 하는 게 취미니 열대어 관련 주제를 하고 있다고 말이에요. 이게 은근 보편적인 주제 같아 보여도 상당히 매니악해서 자료가 많지는 않거든요.
그럼 저라면 이렇게 할 것 같아요. 그 분야에서 가장 큰 커뮤니티를 가입하거나 무작정 길거리로 나가서 설문조사를 하는 겁니다.
물론 설문 조사라는 것도 논리적으로 여러분이 얻고자 하는 가설에 대한 검증 방식으로 문항 설계가 이뤄져야 제대로 된 데이터를 도출할 수 있지만, 문항 설계 방법까지 이 글에서 적자면 한도 끝도 없으니 그건 또 다른 글에서 찾아올게요.
아무튼 대상의 모수가 크다면.. 아마도 수백명? 이 정도라면 사실 실무에서는 크게 의미를 부여하기는 쉽지 않은 통계적 모수일 수 있어요. 하지만 여러분은 전문 실무과제가 아닌 신입 지원자로의 포트폴리오이고 이런 과정 자체도 많은 노력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다음은 공감력을 높이는 스토리와 문서 구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