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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iden Sep 11. 2022

#09 가설과 증명, Desk Research (1)

데스크 리서치, 아는 만큼 깊이가 더해지는 UX 디자인 프로세스의 시작

이제부터 사설은 조금 줄이고 본격적인 UX 디자인 프로젝트를 시작해 봅시다.

여러분의 머릿속엔 뭔가 만들어 봐야겠다는 프로젝트 주제 하나는 있을 거예요. 아쉽게도 아직 없다면 이 글을 읽으면서 방향을 어느 정도 예측하고 주제를 선정하는데 도움을 얻었으면 해요.


본격적인 데스크 리서치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프로젝트 주제의 사이즈를 점검해 보세요.



주제의 범위는 너무 커서도, 너무 작아서도 안됩니다

이건 무슨 말이냐, 만약 주제를 '헬스케어'로 잡았다고 생각해 봅시다.

노년 인구도 늘어나고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과 산업도 커져가니 아주 좋은 주제예요. 그런데 헬스케어의 문제를 찾아야 하는데 대체 어떻게 문제를 찾고 들어가야 할까요? 건강 관리가 힘든 게 문제일까요, 아니면 의료비 문제가 큰 걸까요, 의료 접근성이 문제인 걸까요? 저 역시 감도 안 잡힙니다. 

이런 게 주제의 범위가 너무 큰 경우에 속합니다.


그럼 주제가 너무 작은 경우라면, '등산 중의 안전관리 서비스'라고 해봅시다.

등산을 하다 보면 각종 안전사고에 기상 이변으로 겪는 문제부터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하죠. 거기에 가을철엔 맹독성 유해생물들이 도사리고 있어서 뭔가 문제가 제법 손에 잡히는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문제가 너무 좁은 단위에 몰려있다 보니 자칫하다간 단순한 안전정보를 시의 적절하게 안내해 주는 서비스로 끝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생깁니다. 물론 이것도 굉장히 좋은 UX가 될 수는 있어요. 다른 예를 들어볼까요?


여러분이 계산기 어플에 디테일한 UX를 가미해 개선했다고 해보죠. 기존 계산기는 분수 표현이 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고 가정하고 이를 해결했다고 말이에요. 분명 효과적인 대안임에는 틀림없어요. 하지만 뭔가 '오, 이런 식의 분석으로 대안을 도출해 낼 수도 있구나! 시장을 그래도 깊게 바라보는 친구야!'라는 감탄이 나올 정도의 개선이 될까요?

사실 전 이렇게 지나치게 협소한 주제를 다루게 되면 전달하는 임팩트(또는 감동)는 현격이 저하된다고 생각해요.


그럼 적정한 수준의 주제 범위는 무엇이냐!

'요즘 2~30대의 등산 문화는 이전 세대와는 다른 거 같아, 기존 등산 시장과의 괴리에서 생기는 불편이 있지 않을까?'

헬스케어보다는 확실히 좁아졌고, 등산 중의 안전관리 서비스보다는 넓은 개념이죠? 이렇게 되면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문화적인 문제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쓸모가 생기는 서비스를 제안할 거 같은 냄새가 물씬 풍겨옵니다. 벌써 흥미진진해 보입니다.


바로 이렇게 합리적인 주제의 범위를 적절히 설정하는 것부터가 효과적인 데스크 리서치의 시작이 됩니다.



적당한 주제와 범위 설정이 너무 어려워요

책상 앞에 앉아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사를 수행하는 데스크 리서치


이건 저도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가장 힘든 부분 중에 하나입니다. 앞에서 제가 설정했던 주제를 다시 한번 볼까요?


'요즘 2~30대의 등산 문화는 이전 세대와는 다른 거 같아, 기존 등산 시장과의 괴리에서 생기는 불편이 있지 않을까?'

밑줄 친 부분은 주제에 대한 가설을 의미합니다. 합리적인 가설을 수립하는 건 사실 시장에 대한 다양한 인사이트를 지속적으로 축적해온 사람이 아니라면 사실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고로 적당한 주제와 범위 설정은 당연히 어려운 일이죠.


하지만 이를 해내야만 하는 이유는 데스크 리서치 때문이기도 합니다.

데스크 리서치는 기본적으로 책상 앞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사 행위를 뜻합니다. 회사에서는 내부 아이디어 회의부터, 경쟁사 관련 조사자료, 외부 미디어사들의 애뉴얼 리포트, 뉴스 기사, 운영부서에서 정리돼서 들어온 VOC(Voice of Customer), 내부 서비스 테스트 결과 등등 수없이 다양한 소스들을 분석하게 됩니다.


그런데 주제의 범위 설정이 모호하게 되면 대체 뭘 어디서 어떤 식으로 조사하란 말일까요? 그냥 우연히 '등산'까지 범위를 좁혔다고 해봅시다. 등산에 관한 자료는 대체 세상에 얼마나 많이 존재할까요? 뭘 어떻게 조사하면 우리가 해결할 만한 핵심 문제라는 걸 정의할 수 있게 되는 걸까요?


만약에 회사에서 이렇게 일을 시킨다면 조직원들은 순식간에 번아웃(Burn Out)에 빠져 퇴사 날만을 기다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가장 많은 인사이트를 가진 실력 있는 리더가 이끌어 주겠지만 아쉽게도 여러분은 혼자군요. 축하드립니다.



합리적인 가설 수립은 경험과 지식에서 태어납니다

좋은 데스크 리서치는 가설을 근거 자료를 통해 증명하고, 실제로 주제에 대한 시장의 문제점이 확실히 존재한다고 평가관이 공감하게 만드는 작업입니다. 그리고 이 가설이란 건 결국 '여러 자료를 볼 때 시장의 데이터는 이러한데 사용자들은 이걸 불편해하지 않을까?'라는 상상력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이 상상력은 인간의 과학적이고 심리적인 행동 메커니즘을 얼마나 이해하느냐에 따라 깊이가 달라지게 되죠.


학원 수강생 같은 경우에는 선생님들이 멘토링을 하면서 적당한 주제 선정이 되도록 학생들에게 조언과 도움을 줄 겁니다. 선생님들은 못해도 경력 10년 이상의 관리자급 이상의 사람들이기 때문에 다양한 분석능력과 경험을 겸비하고 있으니 충분한 멘토가 되어줄 수 있죠.


역으로 그 정도의 경험이 되지 못하면 사실 자연스럽게 가설을 수립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 수 있어요. 물론 인간의 이해를 높이는 방법은 따로 있지만 좀 더 깊은 이야기이므로 다른 글에서 찾아뵙기로 하고, 지금은 그렇다고 당장 수업을 들을 수 없는 친구들은 손 놓고 죽으란 법은 없잖아요? 그러니 이렇게라도 해보자고요.


1. 마음먹은 큰 주제에 대하여 닥치는 대로 자료를 찾아보고 인사이트를 찾아낸다.

2. 주변의 전문가 및 멘토(선배든 친구든)를 찾아 끊임없이 괴롭히며 인사이트를 뽑아먹는다.

3. 내가 관심 있거나 아주 잘 아는 주제를 중심으로 범위를 넓혀가며 인사이트를 찾아낸다.


제가 수백 명의 친구들을 가르쳐 본 결과 보통 저 방법들을 통하면 주제를 어느 정도 선정하는 게 가능했습니다. 여러분도 할 수 있어요. 적어도 조사 자료를 열댓 개 보고 나서 '아,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라는 나태한 마음만 가지지 않는다면요.


일단 자료는 가급적 네◯가 아니라 구◯에서 찾도록 합시다. 이유는 아래 그림을 볼까요?


등산 시장에 대한 두 검색 결과의 차이


같은 '등산 시장'이라는 검색어에 대한 이미지 검색 결과입니다. 

저는 빠르게 정보를 찾고자 할 때는 데이터 차트 같은 것들 위주로 찾기에 이미지 검색을 주로 하는데 네◯버는 가십성 컨텐츠를 선호하는 플랫폼 사용자 특성상 즐길거리 위주의 가벼운 컨텐츠를 뱉어냅니다. 반면 구◯ 같은 경우에는 제대로 된 시장 기사나 리서치 자료들을 보여줄 때가 많기 때문에 제대로 뭘 조사할 생각이라면 구◯로 갑시다.


그리고 가급적 자료를 많이, 아주 많이 찾으세요. 수백수천 가지의 자료를 찾아 어느 정도의 규칙을 통해 생기는 인사이트를 정리하고, 그리고 다시 검색어를 수정해가며 나오는 추가 자료들을 통해 머릿속에 몇 가지 가설들을 그려보도록 해봅시다. 경험이 없다면 노력으로 커버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예로 등산 장비, 등산 장소, 등산 코스 등등 찾다 보면 분명 이런 규칙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등산 장비 : 잉? 레깅스 사진이 많이 올라오네? 이런걸 입고 산에 간다고?

등산 장소 : 작정하고 설악산 종주나 그런게 아니라 가벼운 뒷산이나 올라가는 문화가 많아진다고?

등산 코스 : 장소가 캐주얼해진 만큼 주변의 카페나 사진 핫스팟 같은 정보 소비가 많아진다고?


단순한 세 키워드의 결과를 조합하기만 해도 새롭게 변하고 있는 등산 문화를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변화하는 문화는 분명 정체된 기존의 문화와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 이건 새로운 흐름에 대해서는 일종의 시장 문제, 우리가 극복해야 하는 훌륭한 UX 주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지는 주제에 부합하는 자료는 무조건 스크랩해서 저장해 두세요, 그건 모두 여러분의 가설을 증명하는 근거가 될 테니까요. 이것만 제대로 성공하면 평가관은 여러분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 공감하고 여러분이 제시하려는 해결 방안에 대해서 기대를 품게 될 겁니다.


그럼 이제부터 죽을힘을 다해 자료 조사를 하고 주변 사람을 괴롭히세요.

그게 여러분이 살 길입니다.



다음은 데스크 리서치에서 가장 합리적인 데이터 방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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