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관의 눈에 쏙 들어오는 스토리 구성하기
이제 주제를 정하고 범위를 설정하고 데이터도 찾았을 겁니다. 그럼 이걸 어떻게 시나리오를 구성해서 평가관에게 내가 하고자 하는 주제에 대한 문제를 공감시키느냐.
아무리 맛있는 요리를 해도 플레이팅에 실패하면 그저 그런 식사가 되는 것처럼 여러분이 정성스레 조사를 하고 논리를 구성했어도 효율적으로 전달하지 못한다면 그 빛은 바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래서 준비한 샘플!
보통 포트폴리오에 담기는 데스크 리서치 장표는 한 장이면 충분합니다. 오히려 지원 기업에 따라서는 장표 제한이 더 엄격한 경우가 있으니 때로는 이보다도 줄일 생각을 할 수는 있어도 더 늘어나게 될 경우 내용 구성에도 실패할뿐더러 양식에서도 불리합니다.
참고로 위에 제시한 샘플은 어디까지나 권고 양식일 뿐 더 좋은 형태가 있다면 얼마든지 수정해도 괜찮아요! 동일한 목적만 달성된다면 말이에요.
일단 ❶ 한 줄 요약 부분은 여러분이 제기하는 문제를 하나의 문장으로 요약해 주세요.
예전에도 평가관은 자리에 앉아있지 못할 정도로 바쁜 사람들이라고 이야기를 드렸죠? 최악에는 저 문장 하나만 읽고도 여러분이 주제에 대한 문제를 어떻게 정의한 건지를 이해할 수 있게 구성하는 게 최선입니다.
보통 이걸 우리는 두괄식 문장 구성으로 부르는데 쉽게 말하면 결론을 앞에 말하고 뒤에 근거를 대는 방식입니다. '제가 하려는 건 이겁니다, 왜냐하면요.. 블라블라'
두괄식은 실무에서는 가장 많이 쓰이는 커뮤니케이션 및 문서작성 방법이기도 합니다. 실제 글로벌 컨설팅 그룹에서도 이와 유사한 양식들을 차용해서 하는 경우들이 많은데 보통 컨설팅 문서를 작성하면 짧게는 수십 장에서 수백 장의 장표를 작성하기도 합니다. 솔직히 그걸 누가 다 읽어요?
그럼 그 문서를 받아보는 높으신 양반들은 문서 매 장에 배치된 가장 윗줄의 주요 문장(Main Sentence)들만 읽으면서 전체 내용을 먼저 이해하게 됩니다. '흐음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구먼? 말이 좀 되는데?' 이렇게 되면 나머지 다른 데이터를 프레젠테이션 할 시간이 허락되는 거죠. 하지만 매 장표의 주요 문장들을 읽었는데 뭔가 말이 안 되는 거 같다 '야, 이거 제대로 조사한 거 맞어?'
그래서 가끔 욕심 있는 친구들은 일부러 미괄식으로 문서를 구성하기도 해요. '아니 근거(evidence)도 제대로 안 읽어보고 뭔 헛소리야, 그러니 일단 근거부터 들어 '저는 이러저러해서 블라블라, 그래서 이걸 하고 싶습니다!'
이제 회의 분위기는 개판이 되었습니다.
‘바쁜 사람 붙잡고 네가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미괄식은 크게 두 가지 잘못이 있는데요, 첫째는 바쁜 사용자들의 시간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오랜 경험을 통해 쌓인 사용자들의 통찰력을 무시한 점.
여러분이 잊어서는 안 되는 점은 여러분의 포트폴리오의 사용자는 평가관이고 이분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일하고 호흡하고 있는지입니다.
전 만약 등산 주제였다면 주요 문장을 이렇게 쓸 거 같아요.
'2~30대의 유입으로 새로운 등산 문화가 형성되고 있으며, 기존의 등산 문화는 2030세대의 요구를 수용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여기서는 문제를 아주 구체적으로 드러낼 필요는 없어요, 적어도 내가 어떤 주제를 하고 있고 가장 핵심적인 문제를 포괄하는 형태로 문장이 구성되어도 상식이 있는 평가관은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음 그래 기존 등산이야 뭐 좀 나이 있는 분들이 가는 운동이긴 했는데, 최근엔 그게 달라지고 있다고? 그럼 문화 충돌 현상이 있겠지 그럼 거기에 문제가 있긴 하겠네'
여기까지 공감을 끌어내면 여러분의 장표를 더 읽게 만들 기회가 생기게 될 겁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저라면 그냥 포트폴리오 파일을 닫아버릴 겁니다. 냉정하게 들리겠지만 가능성이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할애할 정도로 관리자들이 한가하지는 않거든요.
메인 이슈를 주요 문장으로 공감시켰다면 이제 확신을 심어줄 차례입니다.
❷❸❹로 구성되는 데이터 덩어리를 최소 3~4개로 구성하여 여러분의 논리를 전개하는 세부 데이터로 활용하는 겁니다. ❷는 자료의 타이틀 또는 세부 자료를 요약하는 문장 정도로 구성하면 좋겠고, ❸은 실제적인 주요 데이터(가급적 정량 데이터로), 마지막 ❹는 데이터에 대한 약간의 해설 정도만 붙으면 완벽합니다.
이 3~4 덩어리의 데이터를 통해 여러분의 주제를 충분히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주제에 대한 문제는 가급적이면 핵심 문제 하나만을 명확하게 증명하도록 노력하세요. 사실 한 주제에 파생되는 문제는 수십 가지도 될 겁니다만 이런 모든 걸 늘어놔 봐야 평가관은 무슨 소릴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그럴 바엔 가장 핵심인 문제 하나만을 제대로 증명하는 게 낫겠죠.
이 역시도 저라면 이렇게 구성하지 않을까 싶어요
데이터 1 : 앞선 글에서 보여드렸던 아웃도어 시장의 성장률 / 이는 2030 세대의 시장 유입 효과와 규모를 짐작케 하겠죠.
데이터 2 : 새로운 2030 세대의 등산문화에 대한 자료, 예를 들어 레깅스를 입고 등산하여 인증샷을 남기는 등의 현상을 대변할 수 있는 관련 소셜 미디어의 상승 지표 등 / 이는 새로운 등산 문화에 대한 현상을 인식시킬 거고
데이터 3 : 기존 주요 등산 비즈니스의 현황 분석 / 새로운 등산 문화를 수용하기보다는 엄홍길 패키지를 제안하는 구세대적인 형태에 머물러 있는 현상을 제시
데이터 4 : 2030 세대의 기존 등산 문화/시장에 대한 불편함 또는 문제점 수요조사 / 진짜 이 세대는 시장과의 괴리가 있어서 이런 형태의 불편함이 실재하는구나!
이렇게 되었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럼 이 자료를 통해서 위에 메인 주장에서 제기했던 새로이 유입되는 2030세대의 등산 문화를 현재 수용해 주고 있지 못하는 현상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습니다.
오 그래 2030세대 유입이 등산/아웃도어 시장의 하향세를 회복시켜줄 만큼 대단하네? 그리고 소셜 지표도 이런 현상들이 생기는 걸 보니 재밌네? 이런 건 기존 등산엔 없던 문화나 다름없는데, 근데 이게 뭐야 현재 Biz는 너무 고리타분하잖아 이런저런 불편을 겪고 있잖아! 분명 문제가 있네
데스크 리서치는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합니다.
뭔가 아쉽다고요?
여러분이 발견한 문제는 이보다 더 많을 거예요. 하지만 현재의 핵심 문제에 명확하게 상하관계에 놓인 이슈들이라면 이제 어피니티 다이어그램으로 넘겨도 상관없습니다.
평가관은 등산 시장의 문제점에 공감했고, 여러분의 포트폴리오를 다음 장으로 넘겨보고 싶은 동기를 얻었으니까요. 그럼 이제 더 많은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겁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너무 많은 정보를 동시에 소비할 수 없는 뇌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적절한 수준의 정보를 전달해 주는 건 정말 중요한 일이에요!
만약 많은 욕심으로 모든 문제를 데스크 리서치에 풀어놓았다면! 저는 오히려 횡설수설해 보이고 무슨 말을 하는지 짧은 시간에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 될 거라 생각해요. 더욱이 평가관은 여러분의 포트폴리오를 생각보다 정독할 시간이 없습니다.
아! 그리고 참고로 ❻에 여러분이 찾은 데이터의 출처를 명시해 준다면 보다 신뢰를 높일 수 있다는 사실!
다음은 겉모양 핥기가 아닌 내용이 담긴 어피니티 다이어그램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