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디자인 포트폴리오의 논리 전개 방식에 대하여
UX 디자인 포트폴리오라고 인터넷에 뒤져보면 흔히 나오는 검색 결과들이 있을 거예요.
데스크 리서치(Desk Research)와 어피니티 다이어그램(Affinity Diagram) 그리고 퍼소나(Persona), 조금 더 열심히 한 친구는 고객 여정지도(User Journey Map 또는 Customer Journey Map)와 IA(Information Architecture)를 그리고 나서 설계(Wireframe)와 디자인 결과물이 줄줄이 이어지는 내용이 나오겠죠.
겉보기엔 그럴싸해 보이고 멋져 보여서 여러분도 금세 정해진 틀에 그대로 내 주제를 빨리 대입시켜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고 싶을 거예요. 그렇게만 한다면 금세 취업이 될 거란 희망이 부풀어 오르면서 말이에요.
하지만 너무 당연하게도 이렇게 급조된 포트폴리오는 서류 단계에서 이미 걸러지고 말 겁니다. 적어도 저는 그런 친구들을 걸러낼 수 있거든요. 그리고 저보다 실력이 좋은 업계의 선배님들은 말할 것도 없을 테구요.
여러분의 평가관, 한 조직의 팀장급 이상의 사람들은 여러분이 어피니티 다이어그램이란 방법론을 아느냐, 퍼소나를 그려본 적 있느냐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어요. 이분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어떻게 해서 저런 결과에 도달하게 된 걸까?', '어떻게 시장을 이해하고 분석하면 저런 대안이 나올 수 있지?', '과연 이 논리가 타당한 개연성이 있는 이야기일까?'입니다.
여러분이 만약 겉멋만 잔뜩 든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냈다면 저런 논리의 구조가 보이지 않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포트폴리오를 펼쳐본 평가관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퀄리티가 높다고 하더라도... 이건 뭔가 그림은 예쁜데 무슨 소릴 하는 건지 모르겠거든요.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요?
저는 회사에서 부하직원이나 다른 사람들과 논의를 할 때 가장 경계하는 멘트가 하나 있어요. 바로 '내 생각엔 그게 좋은 거 같아', 이 마법의 문장은 제한된 시간 내에 결론을 도출해서 성과를 만들어야 하는 회사 내에서는 독약과도 같은 문장이거든요.
아, 오해는 말아요, 저도 자기주장을 하지 말라는 정도의 못돼 먹은 꼰대는 아니니까.
저 문장의 함정에 빠져나오려면 반드시 그 뒤에 한 문장이 더 붙어야만 우리는 난장판이 된 회의실에서 탈출할 수 있습니다. '내 생각엔 그게 좋은 거 같아, 왜냐하면...' 바로 주장의 근거입니다.
가장 의미 없는 논쟁 중에 하나는 주관과 주관의 충돌입니다. 근거도 없이 서로의 생각만을 가지고 대립하는 가치관의 충돌은 결론이 나올 수 없어요. 유일한 탈출구가 있다면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거? 그렇다고 해서 그 큰 목소리가 항상 옳은 것이냐? 천만의 말씀.
그렇기에 우리는 일정한 주제를 놓고 논의를 할 때는 반드시 주장의 근거를 제시하고 상대방을 설득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내 주장이 단순한 주관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현업에서는 각종 지표, 소비자 조사 및 시장 데이터 등을 근거로 상대방을 설득하곤 합니다.
자, 그럼 여기서 다시 여러분의 포폴로 돌아가 볼까요?
겉모양은 여기저기서 벤치마킹해서 그럴싸할 수도 있겠지만 논리는 과연 어떤가요? 철저하게 주제에 대한 문제를 평가관에게 이해시키고 객관화하면서 대안을 결과로써 제시하고 있나요? 그게 아니라면 UX 디자이너에게 가장 기대하는 자질에서 이미 마이너스가 되고 있는 거예요.
아마 여러분이 효율적으로 평가관을 설득하기 위한 프로젝트의 내용 순서는 다음과 같이 될 수 있을 거예요.
1. 데스크 리서치 : 본인의 주제에 대한 시장 현황과 근거를 통한 근본적인 문제 인식
2. 어피니티 다이어그램 : 근본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사용자가 겪는 다양한 파생적인 이슈와 니즈들을 구체화
3. 퍼소나 : 구체화한 아젠다(해결책)들을 누구를 위해 최적화할지를 전략적으로 타겟팅
4. 고객 여정지도 : 자연스러운(Narrative) 서비스 흐름을 가질 수 있도록 사용자의 이용 시나리오를 이해
5. IA : 1~4에서 구체화한 내용을 기반한 서비스의 구조와 규모를 예측, 설계
6. 설계 : 5까지 설계된 구조와 고객 시나리오를 수렴할 수 있는 실질적 기능 설계
7. 디자인 : 여기부터는 우리가 흔히 아는 UI 디자인 결과물, 그리고 디테일
여러분의 프로젝트에서 이 1번부터 7번까지의 내용이 여러분 스스로도 자연스럽게 설명하고 누구라도 듣고 '오! 그럴싸한데?'라는 반응이 나올 수 있는 탄탄한 개연성으로 이어져 있어야만 해요.
이미 그렇게 하고 있는 친구들이라면 축하합니다 분명 남부럽지 않은 회사에 지원해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스스로의 포트폴리오를 돌아보고 나서 자신이 없다면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해요. 여러분의 인생에선 여러분이 주인공이지만, 회사의 입장에선 지원자는 그저 one of them일 뿐이니까요.
아직도 이 논리를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친구들은 아마도 여러분 포트폴리오의 사용자인 평가관이란 사람들과 회사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일 거예요, 이 내용은 다음 글을 기다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