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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iden Sep 08. 2022

#04 내 포트폴리오의 사용자

평가관이, 그리고 회사가 기대하는 UX가 대체 뭐야?

제가 20대에 처음 한 소개팅엔 부끄러움만이 가득합니다. 분명 어디 가서도 붙임성이 없다는 소릴 듣지 않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애프터 하나 해보지 못했거든요. 앗, 그렇다고 제가 크게 뭐가 하자가 있거나 그런 사람은 아닙니다? 그 뒤에 연애도 꾸준히 잘 해왔거든요.


사실 소개팅에 나가기 전에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었어요. 갑작스럽게 나가게 된 거라 뭐 하나 준비할 시간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어느 정도 상대와 익숙해질 수 있는 대학교 내의 연애는 나름 타율이 나쁘지 않았는데, 이건 나름 상대를 파악하고 커뮤니케이션할 기회가 충분히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갑자기 웬 소개팅 이야기냐 생각하실 수 있을 텐데, 사실 여러분의 취업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평가관, 더 크게는 회사를 소개팅 상대자라고 생각해 보자고요. 그럼 이 사람에게 호감을 심어주기 위해 여러분은 얼마나 준비했나요? 그리고 포트폴리오라는 이름의 메시지에 얼마나 상대방을 이해하고 준비한 멘트가 담겨 있나요? 나아가 이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얼마나 해봤을까요?


다시 말해 회사가 만나고 싶어 하는 인재가 되려면 먼저 회사가 어떤 곳인지를 알아야만 해요. 그리고 특히 여러분이 지원하는 UX 필드에 있어서의 회사는 어떤 상황인지, 어떤 사람들이 여러분의 포트폴리오를 기대하며 펼쳐보고 있는지를 알아야만 하는 거죠.



다 같은 UX 아닌가요, 회사라고 뭐 달라요?

사실 아직 우리나라엔 UX라는 개념이 또렷하게 정착된 회사는 많지 않아요. 계속 발전하는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 UX라는 녀석이 우리나라에 제대로 들어온 지가 이제 채 13살도 되지 않았거든요 (2022년 기준)


UX의 개념과 방법론은 일부 기업에서는 그 이전에도 체험적인 연구들로 이미 들어오고 있긴 했습니다만 제대로 실무에 활용하는 정도는 아니었어요, 이게 본격적으로 국내에 확산된건 제 개인적인 시각에는 하나의 계기가 결정적이었던 거 같아요.


아마 그 전환점은 2009~2010년 정도였을 거예요.

2009 삼성 옴니아

2009년에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 제 주식 보유 종목에서 항상 시퍼런 눈물을 머금고 있는 그 삼성의 옴니아가 세상에 선보였던 해입니다. 갤럭시의 조상과도 같은 스마트폰이죠. 광고만 봐도 뭔가 께름칙하죠? 이런 삼성의 주식을 제가 왜 샀을까요...


각설하고 설명을 해드리면 저 삼성의 옴니아의 광고는 사실 고객이 얻을 수 있는 가치보다는 자기네가 가진 제품의 특장점에 대해서 늘어놓는 방식이에요. 어떻게 보면 그동안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기업이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데 있어서 그대로 적용되어 왔던 자세와도 같은 표본이죠.


다시 말해 고객에겐 관심이 없어요, 그저 우리가 가진 장점과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일, 지금의 UX 기반의 흐름과는 대척점에 있는 형태라고 생각하면 쉬워요.


2009 iPhone 3GS

하지만 아이폰 광고를 볼까요? 

같은 해에 나왔던 애플의 아이폰 3GS, 광고의 세련미를 떠나서 두 광고의 차이가 고객을 대하는 방향성의 큰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기도 해요.

일단 광고의 메시지는 제품의 특장점보다는 제품을 소유했을 때 고객/사용자가 가질 수 있는 경험적 가치를 소개하는데 중심을 둡니다. 어디서 많이 본 뉘앙스죠? 네, UX가 지향하고 있는 그것과 같아요.


애플은 놀랍게도 이런 메시지를 마케팅적인 수사(Rhetoric)로만 활용한 것이 아니라 제품의 설계 근본부터 안에 담긴 OS와 플랫폼 서비스 모든 곳에 동일한 가치관으로 일관했어요. 그리고 결과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아이폰은 세계적인 대성공을 거뒀죠. 심지어 스마트폰 앱 Biz에 있어서도 iOS의 트렌드를 답습한 어플들이 안드로이드 진영보다 빠르게 이슈화 되고 승승장구했어요.


이때부터 옴니아 같은 제품과 서비스만을 생산하던 전통적인 기업들도 위기감을 갖기 시작합니다. 

바로 저렇게 승승장구하면서 새롭게 치고 올라간 서비스가 지금의 카카오와 배달의민족, 그리고 빠르게 기업의 스탠스를 전환했던 네이버 같은 기업들이었으니까요. 이렇게 UX라는 녀석을 조금이라도 실천한 기업은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죠.


그렇게 우리나라에도 UX는 이제 필수적인 존재가 되었습니다.. 만! 사실 뭐 UX란 걸 제대로 해본 적이 있나요. 지금도 현업에 가서 5~7년 차 친구들에게 "UX가 뭐라고 생각하니?"라고 물어도 속 시원하게 대답하는 친구들을 본 적이 없는 지경인걸요.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이기도 한데, 이게 평가관들의 마음을 더움 심난하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죠.

이건 다음 글인 우리나라는  UX 힘들었는지로 다시 찾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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