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UX 디자이너인 여러분이 필요한 평가관
앞선 글에 이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UX는 좌충우돌입니다. 어느 한 구석에선 이제야 애자일(Agile)을 이야기하고 있고, 어느 한 구석에선 이미 애자일은 구호뿐인 형식론이라는 애자일 무용론에 도달하고 있는 기업들도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더욱이 회사라는 조직을 잘 들여다보면, 의사결정을 내리는 머리 굵직한 사람들은 알고 보면 나이 든 양반들이에요. 여러분의 평가관인 팀장, 부서장들 위로는 본부장이란 사람이 있을 거고 조직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실장이나 이사 등 여러 지휘체계가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높이 올라간 분들은 대부분 40대 후반에서 50대를 넘어선 분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이건 무얼 말하느냐, 이분들이 실무에서 활약하던 시기는 이미 우리나라 기업들이 옴니아와 같은 기조로 일하고 있을 시절이란 말이에요? 고객보다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이런 식으로 한평생을 일해 오고 성과를 내신 분들이죠.
자 그럼 다시 평가관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위로는 오래된 업무 패턴을 가지고 있는 상사들이 기침을 해대고 있죠, 그리고 시장에서는 이제 한껏 눈높이가 높아져 UX냄새도 풍기지 않는 제품과 서비스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소비자들이 있습니다.
여러분의 평가관은 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하는 걸까요? 너무 힘들어요. 그렇기에 누구보다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바로 그분들이에요. 물론 과거엔 저도 그랬으니까요.
그렇게 도움이 절실한데 왜 늘 나의 지원서는 허공을 맴돌 뿐이냐고 질문할 친구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확실한 사실은 도움이 필요하다 해서 아무 손이나 잡을 수는 없다는 거예요. 쉽게 설명하자면 무턱대고 사람을 뽑았는데 제 몫도 다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자! 이제 평가관에게는 상사와 시장의 눈높이에 더불어 늘 밥까지 떠먹여 줘야 하는 신입사원까지 생겨버렸습니다. 심신이 지쳐가다 못해 이제 눈물이 나올지도 몰라요.
이쯤 되면 자조적으로 나오는 목소리는, "아니 신입인데 제 몫을 어떻게 다 해요,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경력 있는 신입이 말이 돼요?" 뭐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맞는 이야기도 아니에요.
어떠한 평가관도 신입이 들어오자마자 한 사람의 몫을 해내는 걸 기대하진 않아요. 물론 모든 일에 예외는 있듯이 가끔, 아주 가끔 신입인데도 경력직 같은 실무 역량을 가진 친구들이 있긴 해요. 하지만 이건 정말 드문 일이고 대부분은 그런 기대조차 하지 않아요. '어? 도움이 필요하다며, 위에 이야기랑 다른데?'라고 생각이 들어도 조금만 더 제 말을 들어보세요.
조직의 관리자라고 할 정도면 못해도 경력이 10년 이상이 대부분이에요. 그렇게 오랜 기간 조직생활을 하다 보면 별의별 사람을 겪게 되고, 본인의 인생의 경험 통해 축적한 빅데이터로 사람들을 카테고리화 하기 시작할 겁니다.
'이런이런 사람은 스스로 노력도 할 줄 알고 앞으로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커', '이런 사람은 늘 제자리걸음에 불만만 많아' 같은...
그럼 이제 평가관은 퇴근길에 속앓이와 눈물을 덜어내기 위해 여러분의 포트폴리오에서 바로 이걸 보려고 할 겁니다. '과연 이 친구는 성장할 가능성이 있을까?'
여기서 다시 의문을 품는 친구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건 그냥 평가관의 편견 아니에요?" 뭐 저도 100% 아니라고는 못하겠어요. 하지만 회사라는 조직의 특수성을 생각해 봅시다.
회사는 성과를 통해 수익을 창출해 내야 하는 조직이에요.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방식에는 수천수만 가지의 방식이 있겠지만 성장하는 조직에는 방법론에도 일정한 공통분모들이 생겨나는 게 일반적이에요.
그리고 그런 조직에서 10년 이상 경력의 평가관들이 쌓아온 빅데이터로 평가하는 영역이라면, 개인의 편견이라 치부할 수 있는 정도는 통계상의 오류 수준에 지나지 않아요, 그 이외의 오차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영역은 그 조직이 바라는 인재상이라고 생각해도 무리는 없을 거예요.
그럼 다음 글은 평가관이 볼 때 성장 가능성이 보이는 포트폴리오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