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iden Nov 10. 2022

사용자의 의견을 맹신하지 마세요

어떤 사용자의 목소리인가가 중요합니다, 편향의 함정

우리는 UX를 하면서 사용자를 이해하고 분석하고 귀 기울이는 모든 방법들을 배워 나갑니다. 그런데 난데없이 사용자의 의견을 믿지 말라니 뭔 헛소리인가 싶으실 수도 있을 거예요.


조금 쉽게 다른 예를 들어드리면, 이탈리아의 속담 중에는 "나쁜 책 보다 더 나쁜 도둑은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독서를 권장하지만 좋은 책과 좋지 못한 책을 구별해 내지 못한다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이 글에서 다루려는 이야기는 사용자의 이야기 속에 좋은 이야기와 나쁜 이야기가 있다는 뜻일까요? 정확하게는 서비스/제품 제공자인 우리(UX설계자)에게 도움이 되는 피드백과 독이 되는 피드백이 있다는 걸로 생각하면 좋을 거 같아요.


실제로 이런 고민은 우리나라는 아직 좌충우돌 UX 정착기를 써 내려갈 무렵인 2017년 이전에도 많은 고민이 이뤄졌던 주제이기도 합니다.

원문을 보자니 영어 울렁증이 도지죠? 저도 친절하게 뉴욕대 추천서를 내미시면서 다녀온 뒤 대학원을 이어하자는 교수님께 영어 하기 싫다고 거절하고 욕을 한 바가지 얻어먹은 사람으로서 여러분의 울렁증에 깊은 동질감을 보내며 쉽게 한번 풀어드릴게요.


세상의 모든 집단은 대부분 표준 분포 곡선으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normal curve / empxtrack.com

자, 여기 우리 서비스 또는 제품을 이용하는 고객의 분포 그래프가 있습니다.

X축은 우리 서비스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사용하는지 숙련도의 여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우리 서비스를 더욱 쉽게 이해하고 잘 활용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Y축은 고객의 수, 아래에서 위로 갈수록 고객의 수가 많아진다고 생각해봅시다.


보통 대부분의 서비스는 고객의 수가 가장 많고 탄탄한 70%의 Average Performers 구간을 핵심 고객으로 끌어안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일 겁니다. 왜냐? 바로 수가 가장 많기 때문에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만약에 Non-Performers 영역을 타겟팅했다고 생각해 보세요, Average Performers 구간의 유저들은 우리 서비스를 시시하거나 흥미를 없어하게 마련입니다, 너무 쉽거든요. 그리고 Top Performers는 더 말할 필요도 없겠죠. 이때 우리가 고객으로 끌어안을 수 있는 건 40%도 채 되지 않을 겁니다.

또 여기서 우리가 Top Performers를 타겟으로 서비스를 구축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이 미만의 모든 집단은 우리 서비스를 어려워서 쓸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이제 우리에겐 20%의 고객만 남게 됩니다.


그러니 상식이 있다면 Average Performers를 타겟팅하는 게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일 겁니다.

이제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점은, '우리에게 목소리 높여 무언가 피드백을 해주는 집단은 과연 어느 집단에 속한 사용자일까?'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 확신컨대 상당 부분 Top Performers 집단에 속한다고 이야기해드릴 수 있어요.


목소리를 높일 용기는 어디서 생길까요? 바로 서비스에 대한 애정과 관심


이제 위의 집단에 대한 이야기도 알았고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그려질 겁니다. 주로 서비스 피드백을 주는 집단이 Top Performers인데 우리가 점점 그 피드백을 무지성으로 수용해서 서비스를 개선한다면 서비스의 난이도와 관점이 어느 집단에 점점 타겟팅되는 형태로 되어가겠는가. 당연히 가장 돈을 벌 수 없는 Top Performers입니다. 이건 너무나 간단한 논리라서 더 설명할 필요도 없겠죠?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가 가진 서비스와 제품에 도움이 되는 피드백과 독이 되는 피드백을 구분해 내야 하는 중요한 숙제를 끌어안게 됩니다. 사실 이게 말이 쉽지 어떻게 수많은 피드백 중에 옥석을 가려낸단 말입니까?

정말 어려운 일이기에 무지성으로 MVP(Minimum Viable Product)를 굴리거나 애자일(Agile) 프로세스로 업무를 밀어붙이던(비판없이 고객의 피드백을 주워담던) 스타트업들이 하나둘씩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이겠죠.


저는 일단 고객의 피드백을 제대로 가려내기 위해서는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비전과 가치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쉽게 생각해 보세요, 우리가 친구를 사귈 때 어떻게 사귀나요? 인간 사회가 복잡하니 만큼 여러 형태의 친구가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형태는 나에게 편안함을 주는 친구와 불편함을 주는 친구로 구분하게 되고, 이 기준은 바로 내가 됩니다.

우리 고객들의 이야기를 구분해야 할 때 여러분은 스스로의 기준을 가지고 있나요? 저는 큰 차이가 여기서 생긴다고 믿습니다.


여러 스타트업을 비롯해 다른 회사 대표님들을 만나다 보면 간혹 수많은 고객의 피드백을 받아보면서 얼른 서비스를 고쳐야 한다, 개선해야 한다 안달복달하시는 분들을 보곤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고객들은 우리 서비스 하나만을 사용하지 않아요. 만약 쇼핑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우리 고객은 과연 네이버 쇼핑을 안 쓸까요? 11번가를 안 쓸까요? 쿠팡을 안 쓸까요? 분명 그 서비스들에서 경험한 연장선상에서 우리 서비스를 비판하고 개선을 요구하기는 너무나 쉬운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과연 네이버, 11번가, 쿠팡과 같은 과정을 거쳐 그들과 같은 길을 따라야만 하는 걸까요? 심지어 이 세 가지 서비스조차도 서로 간의 철학과 전략이 판이하게 다른데, 수없이 쏟아지는 고객의 피드백을 모두 수용해 버린다면 우리 서비스는 대체 어떻게 될까요?


어? 이 키메라는 나름 마음에 드는데...?

서비스가 어려워지기 이전에 어설픈 키메라가 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언제나 나, 우리 서비스를 기준으로 고객의 피드백이 과연 타당할까 아닐까를 고민하는 질문이 필요합니다. '왜?'라는 질문, UX 설계자들에게는 평생을 따라다닐 이 질문이 곧 여러분의 서비스를 구해줄 유일한 해답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함께 읽으면 좋은 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