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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iden Nov 13. 2022

예쁜 디자인이 사용성도 좋을까?

네이버 / 카카오 웹툰으로 보는 UI 심미성에 대한 이야기

옛말에도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라고 했습니다. 이건 고민할 건덕지도 없는 만고 불변의 진리죠. 그런데 부제를 보니 뭔 헛소리를 늘어놓을지 찝찝하시죠?


2017년 닐슨 노먼 그룹에서 흥미로운 조사를 한 자료가 있더군요, ‘The Aesthetic-Usability Effect’ 해석하면 심미성이 사용성에 미치는 영향 정도가 될까요?


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닐슨 노먼 그룹에 대해서도 미리 알아두면 도움이 될 듯하여 설명을 드리자면 제이콥 닐슨이란 사람과 도널드 노먼이란 사람이 합작해서 만든 일종의 UX 컨설팅 회사입니다.

특히 이 도널드 노먼 선생님은 UX에 있어서는 아버지라 하기엔 거창할지 모르지만 최소 어머니나 삼촌은 될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UX의 어머니 도널드 노먼, 아버지는 누군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서들로는 ‘보이지 않는 컴퓨터 (The Invisible Computer) 1998’와  ‘디자인과 인간 심리 (The Design of Everyday Things) 2013'가 대표 저서로 꼽히는데 UX 기초에 있어서는 바이블과 다름이 없기에 꼭 읽어보세요.


더불어 이분의 약력도 애플에서 어드밴스드 테크놀로지 그룹 부사장으로 재직 당시 User Experience Architect라는 직함을 사용해 UX라는 단어 자체의 확산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럼 이런 분이 세운 회사에서 조사한 결과는 대체 뭘 위한 걸까요? 당연히 UX에 관한 연구로, 특정 웹서비스의 사용성에 대하여 심미성이 미치는 영향을 테스트 결과입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원문 전체를 읽어도 피와 살이 되는 글이기에 권해드리고 싶습니다만 아무래도 서론이 다소 길었기에 요약을 해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해가 쉽도록 의역을 다소 섞었습니다.

'화려한 색감'을 가진다고 해서 디자인 심미성이 높아지는 건 아닙니다.

테스트 결과에서 심미성에 대한 좋은 의견을 받는다고 해서 그게 기능적으로 잘 작동된다는 뜻은 아니고, 테스트 과정에서 사용자가 좋은 의견을 주려는 부담감에서 그저 예쁜 겉모습을 의식적으로 칭찬을 했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 말은 매력적인(심미성이 높은) 디자인은 사용성과는 필연적인 관계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며, 제한된 실험이라는 환경이 사용성에 미치는 심미성을 과장시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UI에 있어 심미성은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사이트(서비스)가 더 정돈되고, 잘 설계되고, 전문적인 것처럼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사용자는 심미성이 높은 서비스를 선호하며 자잘한 문제가 발생해도 더 인내력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심미성의 긍정적인 효과는 서비스의 본질적인 컨텐츠와 기능이 뒷받침되어야만 가장 큰 가치를 발휘하게 됩니다.


결론은 '예쁜 디자인은 좋지만, 본질적인 사용자의 목적보다 우선할 수 없다는 이야기'

이쯤 되면 위에서 예로 들었던 속담을 바꿔야겠네요.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 내재된 가치가 비슷하다면 이쁜 게 낫다는 소리죠.


그렇다면 과연 이 심미성은 어디까지가 타당한 수용범위라고 생각해야 할까요?

요것도 좋은 예시가 있어서 들고 와봤습니다.


좌) 네이버 웹툰 / 우) 카카오 웹툰

제가 요즘 뒤늦게 판타지 무협 만화에 맛을 들려서 웹툰을 자주 보기 시작했는데, 네이버 웹툰은 만화 연재 플랫폼이라면 흔하게 찾을 수 있는 클래식한 UI가 아닐까 싶습니다. 반면 카카오 웹툰은 살아 움직이는 듯한 유려함에 시각을 끊임없이 유혹하는 심미성의 끝에 도달한듯한 UI를 가지고 있습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 카카오 웹툰이 좋은 걸까요?

전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아니라고 봅니다. 만약 우리나라가 다음, 네이버 웹툰을 비롯해 기존 웹툰 시장이 정착하지 못했고 웹툰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의 플랫폼이 등장하는 상황이라면 카카오의 손을 들어줄지 모르겠어요. 마치 일본의 픽코마처럼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웹툰의 성장을 이끈 견인 세대는 단연 8-90년대생입니다. 이들의 소비형태가 어느 정도 웹툰이라는 서비스 프레임웍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이 연장선상에 현재의 웹툰 시장이 발달해 이르렀다고 생각해도 무리는 아닐 겁니다.


이들의 주요한 소비형태는 바로 일정한 주기에 새로운 컨텐츠가 올라온다는 사실이었어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저도 80년대생이니 만큼 잘 알고 있습니다만 '라떼'의 만화라고 해봐야 보통 단행본 아니면 월간 점프 같은 월간지를 통해서 접하는 게 전부였거든요.

그러다 슬슬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인터넷에서 만화를 본다는 경험이 시작되고 이 비즈니스가 정착되면서 일정 주기별 업데이트를 특징으로 성장해 왔거든요. 마치 일요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늦잠을 깨우던 디즈니 만화동산처럼요.


80-90년대생은 이 노래만 들어도 일요일 아침인 줄 알아챘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네이버 웹툰은 그런 기본적인 소비자 경험을 무너뜨리지 않는 선에서 발전해 왔습니다만, 카카오 웹툰은 소비자 경험을 송두리째 흔들 정도의 과감한 개편, 그것도 심미성을 기준으로 단행한 형태죠.


사실 카카오 웹툰의 전신인 다음 웹툰 시절에는 네이버 웹툰이나 기본적인 UX는 크게 다를 게 없었어요. 하지만 현재의 카카오 웹툰은 주기적인 업데이트라는 기본적인 소비경험보다는 과감한 애니메이션과 레이아웃으로 소비자의 시선을 유혹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죠. 바로 심미성을 중심으로 한 UI 개편이나 다름이 없어요.


하지만 결과는? 카카오 웹툰 개편 단행 일인 2021.08.01 직후 안드로이드/애플 마켓에서 웹툰 1위로 오를 만큼 인기몰이를 하는 듯...? 했으나 그로부터 수일 뒤 마켓 평점 2.X대의 처참한 평가로 추락했습니다. 동 시기 네이버 웹툰의 평점은 3.9

심지어 2022.11월 현재에 이르러서는 저 살아 움직이는 애니메이션 효과도 일부 만화에만 적용되고 상당수는 단순한 패럴럭스 스크롤(Parallax Scroll)*로 대체될 만큼 위축된 모양새입니다.

*온전한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스크롤 방향에 따라 고정된 레이어층의 움직임만 주어 역동적인 효과를 주는 형태


사실 저런 애니메이션 효과야 처음 보는 사람에게야 우와 하는 와우 팩터(Wow Factor)로 작동될 뿐이지 루틴 하게 서비스를 방문하는 고객들에게는 쓸데없는 노이즈가 되기 십상이기도 하고, 신규로 연재가 등록되는 작가들에게도 불필요한 리소스 지출로 이어져 가뜩이나 열약한 웹툰 시장 근무환경에 고생만 얹어주는 격이기도 하니 당연한 일이겠죠.


네이버 웹툰 개편 전/후, 2022.08.18

그동안 네이버 웹툰도 개편을 안 한건 아닙니다만, 기본적인 사용자의 소비형태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제한적인 심미성의 극대화만을 노린 점에서는 카카오 웹툰의 개편과는 궤를 달리합니다. 단조로운 썸네일에서 벗어나 더 주제 전달이 명확한 영화 포스터를 보는 듯한 넷플릭스 스타일의 썸네일로 변화했죠?


저는 UI에 있어서의 심미성은 이런 정도가 적당한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용자의 본질적인 소비형태를 무너뜨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하는 UI 디자인, 반면에 카카오 웹툰은 그게 주객전도된 모양으로 심미성이 목적 그 자체가 된 형태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 이야기는 사용자의 소비형태가 다를 수 있는 외국에서는 달라질 수도 있는 이야기입니다?

일본에서는 지금 네이버보다 카카오니까요. 이건 네이버가 현지의 소비경험을 너무 단편적으로 접근한 이유도 있기는 하지만 글이 너무 길어지니 이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따로 설명드리기로 하고...


우리가 알아야 할 건

예쁜 디자인은 사용성도 좋습니다.
하지만 예쁘기만 한 디자인은
사용성을 악화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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