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화되니
워치 알림 사이로 보이는 엄마의 카톡.
주말 자유수영을 나서던 참이었던 발걸음을 멈추고,
엄마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짧은 수화음 사이로 심장박동이 둥둥 울리는 게 느껴졌다.
다행히 들려오는 '여보세요'라는 목소리는 어둡지 않았다.
"블랙박스를 좀 봐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모르겠네"
사고가 난 것인가 싶어 빠르게 확인하는 이유를 물었고,
돌아오는 대답은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나도 기기를 봐야 알 것 같으니까, 영상통화로 걸게"
블랙박스 기계는 메인메뉴가 뜨지 않고, 계속 로고만 나오는 채였다.
아무래도 고장이 난 것 같다.
그리고 잠시 전화를 끊고 유튜브로 사용방법을 검색해보고 있던 찰나,
폭포수 같은 카톡이 밀려온다.
-유료결제가 되어버린 거 같은데.
아뿔싸,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보던 유튜브를 덮어두고 카톡을 확인했다.
블랙박스와는 전혀 상관없는 앱에 들어가, 아무렇게나 인증번호를 입력하고
블랙박스 분석 서비스에 가입을 해버렸다.
시계는 벌써 30분이나 지나 있었고,
진전은 없는 상황과 오히려 더 해결해야 하는 일이 추가됐다.
중간중간 티브이를 보며 웃고 있는 남편의 얼굴도
나의 짜증에 기름을 부었다.
왜 도대체, 전혀 관련도 없는 앱을 실행하고 친히 인증번호까지 입력을 한 걸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지만 엄마에겐 화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결국, 먹통이던 블랙박스는 선을 뺐다 꽂으니 언제 그랬냐는 듯 팽팽 잘 돌아간단다.
"6월 9일 이후로 녹화된 게 하나도 없네! 아이고,
지금이라도 알게 되려고 그런 일이 생겼나 보다.
좋게 생각해야겠다."
라는 엄마와의 오늘의 마지막 통화 내용이 계속 머릿속에 둥둥 떠 올랐다.
결국 가지 못한 자유수영과 짜증 나던 이 기분이 묘하게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 엄마가 다치지 않았고, 블랙박스 사용방법을 확실히 더 배운 거니까 괜찮아.'
'그런 의미로 골프 연습장이나 가볼까?'
'운동량이 부족한 거 같으니 인터벌 달리기나 하러 가볼까?'
내가 하고자 하던 일을 하지 못했을 때, 다른 할 일도 만들 수 있다는 일.
그건 꽤나 내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기도 한다는 일.
나도 지금이라도 알게 되려고 오늘 같은 일을 겪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