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일로 살아가는 일

< 오수영 작가 에세이 >

by 밀밭여우

최근에 딸이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쳤다.

회사에서는 퇴사를 만류했지만 본인의 의지에 따라

말 그대로 때려치웠다.

요즘 애들은 너무 인내심이 없다고 내 속으로만 한탄하면서도,

회사를 계속 다니다가는 정신병원 신세를 져야할 지도 모르겠다는 딸의 하소연에

"그래~ 그 정도로 다니기 싫으면 그만 둬야지, 일단 쉬어~."

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 이 책을 만났다.

[사랑하는 일로 살아가는 일]

대체 그 사랑하는 일이라는 게 뭘까? 궁금하기도 했다.


평소 내 소견은,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만 삼아야지 그걸 직업화하면

그때부터 그 일은 그냥 노동이 된다는 주의였다.


<저자 소개>


오수영 작가는 10년 째 항공사 승무원으로 근무하면서

[진부한 에세이], [우리는 서로를 모르고], [아무 날의 비행 일지] 등

그동안 총 9편의 책을 출간할 만큼 글쓰기에 진심이다.


<사랑하는 일로 살아가는 일>


이 책은 2024년에 나온 에세이로

그동안 이메일 구독 서비스로 만나던 독자들에게 보낸

서른 한 통의 편지글을 모은 책이다.


글쓰는 일과 승무원이라는 직업 사이에서

두 가지 모두 잘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못해 흘러 넘쳐

어느 날 갑자기 번아웃이 왔고

정신과 상담을 거쳐 휴직과 퇴사를 고민하게 된 경위를

생활일지로 세밀하게 적어 보낸 편지다.


자신의 일상과 더불어 육체적, 정신적, 심리적 변화를

차분하게 적은 편지들을 읽다 보면

참으로 내면의 결이 고운 사람이란 걸 알게 된다.


잦은 해외 비행으로 몸의 시차 적응도 힘든데다

다양한 승객들의 요구에 맞추어 서비스해야하는 직업 특성 상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다고 한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돈 벌면서 해외 여행 자주 다녀 참 좋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직업이

그야말로 육체 노동을 너머 감정 노동까지 해야하는

이중고의 생활이었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편으론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그 좋아하는 일을 멈출 수 없어

잠을 설쳐가며 글을 쓰고 책을 출간했다니

참으로 대단한 의지력을 갖고 있는건 분명하다.


그럼에도 생각지 못한 호흡 곤란과 몽롱한 의식으로

몸이 먼저 이상 증세를 나타낸걸 보면

우리의 의지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삶의 한계가 있는 것이다.


작가가 그동안 어느 한 쪽을 선택할 수 없었던 이유는,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기엔 삶의 의미가 없어 보였고

직업으로 입는 유니폼을 벗기엔 불투명한 미래가 불안했기 때문이라고 고백한다.


상담 선생님의 권유로 휴직을 하고

이제는 숲 속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하고

독자들과 만나는 북토크도 열면서

조금씩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발걸음을 내딛다가

마침내 그는 결심한다.

어느 한 쪽을 선택하기로!


오수영 작가의 에세이에는 철학이 담겨 있다.

그의 생각들이 나를 포함해

또 다른 누군가의 심장을 건드린다면

바로 아래의 문장 같은 것들일 것이다.



점프를 할 때, 어짜피 뛰어내릴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지만

마음의 준비와 각오를 다져야만 스스로 직접 뛰어내릴 수 있습니다.

만약 점프대에서 여전히 망설이고 있는데 누군가 강제로 떠밀어서 뛰게 된다면

그건 점프가 아니라 추락이 되겠죠.

p112



불투명한 미래만큼 사람을 불안에 떨게 하는 것도 없는데

그들은 그 불안을 떠안고서라도 꿈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 청춘이라는

시간을 온통 들이붓고 있는 겁니다.


그런 삶의 태도를 우리는 용기라고 부르죠.

때로 용기는 무모해 보이기도 하고 심지어 미련해 보이기도 합니다만,

용기가 아니라면 우리는 어떻게 삶을 조금이라도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p273



한숨 대신 심호흡에 익숙해집니다.

한숨이 불안을 토로하는 방식이라면 심호흡은 내면을 정화하는 방식이 아닐까요.

맑은 기운이 온몸을 순환하며 불안과 걱정의 잔여물을 세척하면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집니다.

<책 뒷날개 표지글>


작가가 직접 운영한다는 독립 출판사 이름을 보니 '고어라운드' 다.

고어라운드는 비행기가 착륙을 시도할 때

불안정하거나 위험한 상태를 만나면 착륙을 미루고 다시 떠올랐다가

재착륙을 시도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오수영 작가는 현재 그 의미 그대로 '고어라운드 상태'인 것이다.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 책이 부디

삶의 전환점에 서있거나

혹은 미래의 불안으로 현재를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는

내 딸같은 청년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안겨줄 수 있기 바란다.






제 목 : 사랑하는 일로 살아가는 일

저 자 : 오 수 영

출 판 : 고어라운드

발 행 : 2024.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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