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계발서보다 소설을 더 좋아하는 이유

by 밀밭여우

지극히 개인적인 내 생각을 말하자면,

자기 계발서는 필요한 영양소만 뽑아서 응축시켜 놓은 영양제 같다.


일에 대한 성공이든, 부자가 되기 위한 경제 공부든, 정신 건강을 위한 철학서든, 인간관계를 위한 심리학이든 각자 어떤 목적을 가지고 찾는 책들의 공통점은, 저자가 만들어 놓은 이론과 틀을 독자에게 직접적으로 가르친다는 점이다.


우리가 그동안 학교에서 배워온 주입식​ 교육처럼 이 철학자, 저 심리학자, 또는 어떤 성공한 사업가, 종교인 등등 다양한 계층의 ​조언을 엑기스로 떠먹여 주는 식이다.

반면에 소설은 잘 차려진 푸짐한 밥상 같다.

일상적으로 먹는 밥과 반찬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내 뼈와 살과 피를 만들어 내 육체를 건강하게 만들 듯, 소설은 읽는 것만으로도 내 안에 무어라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인생의 복잡한 면을 펼쳐 놓고 생각하게 만든다.

주입식이 아닌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주는 것이다.

우리 육체에 꼭 필요한 모든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있는 밥과 반찬을 잘 먹으면 따로 영양제를 먹을 필요가 없다는 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밥을 제때,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영양제가 큰 도움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오히려 과다한 영양 불균형으로 위와 간에 부담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밥이 보약이란 말도 생겨난 듯하다.

그렇다고 내가 자기 계발서를 폄하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건 어쩌면 각자의 취향에 달린 문제이지, 어느 것은 옳고 어느 것은 그르다는 뜻이 아니다.

인생의 마디마디 다른 시점에서 더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는 각자의 판단에 따라 다를 뿐이다.

돌이켜보면 나도 한창 일할 나이였던 3~40대 때엔 자기 계발서에 저절로 손이 갔었다.

불투명한 미래에 자꾸만 생각이 앞질러서, 나보다 앞서간 이들의 조언이 필요했던 것 같다.

마치 열이 날 때 해열제를 먹으면 일시적으로 열이 떨어지듯, 훌륭한 조언은 내 정신의 불안함을 달래주고 으쌰~으쌰~ 응원하곤 했었다.

이제 중년을 넘어서 인생의 후반전으로 들어선 지금의 나는 자기 계발서보다 인생을 관조할 수 있는 소설이 더 좋다.


당장 성취할 수 있는 어떤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지렛대 역할은 할 수 없지만, 보다 넉넉한 마음과 여유로 내 주변을 돌아보게 하고, 타인을 이해하게 하고, 내 내면의 거울을 들여다보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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