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런던의 소설 [마틴 에덴]
김미옥 작가님의 책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쓰다]에서 처음으로 [마틴 에덴]을 만났다.
그녀의 책 (p241~243)에 미국 작가 ‘잭 런던’이 쓴 자전적 소설에 대해 언급했는데,
나는 그 길로 도서관에 달려가 [마틴 에덴]을 빌려왔다.
마틴 에덴은 하층민으로 태어나 스무 살이 될 때까지
막노동과 해양 무역선의 선원으로 떠돌며 거칠게 살아왔다.
싸움판에서는 상대를 이길 때까지,
자신이 죽을지언정 절대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집념으로 그를 빛나게 했고
잘 생긴 외모와 다부진 몸매로 뭇 여성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다.
가난했지만 주변에 자신보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 데 주저하지 않을 만큼 선량했다.
우연한 기회에 곤경에 빠진 상류층의 한 남자를 구해주었고
도움을 받은 보답으로 그 남자는 ’마틴‘을 저녁식사에 초대했는데
그곳에서 난생처음으로 마틴을 설레게 하는 한 여인과 마주치며
그의 인생이 180도 달라지는 계기가 된다.
그녀의 이름은 ’루스‘
한눈에 반한 마틴에게 루스는 범접할 수 없는 성녀였고 아름다움의 대명사였다.
그가 꿈도 꾸지 못했던 온화하고 경이로운 아름다움이 여기에 있었다.(p25)
꿈이 환상의 틈바구니에서 걸어 나와 실제가 되는 것이 보이는, 드물고도 더없이 행복한 상태였다.(p34)
루스에게 다가가기 위해 마틴은 책에서나 접할 수 있었던
상류층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교양인이 되고 싶었다.
그들의 언어로 지금 당장은 말할 수 없지만 머지않아 그럴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그렇게 되고야 말겠다고 단단히 마음먹었다.(p38)
루스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세계에서 불쑥 걸어 나온 듯한 이 거친 사내에게 자신도 모르게 빨려 들어갔고
그 둘은 마침내 연인이 되어 결혼을 약속하기까지에 이른다.
그러고 보면 미인은 나쁜(?) 남자에게 끌린다는 우스갯소리가 괜히 나온 게 아닌가 보다.
남들이 몇 년에 걸쳐 정규 과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지식들을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마틴은 수개월 동안 도서관에서 그야말로 책을 씹어 삼키듯 탐독했고
마침내 그의 머릿속은 온통 철학과 문학에 대한 경이로움으로 가득 찼다.
과연 보통 사람을 넘어서는 천재다.
그리고 그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식음도 전폐하며 글을 써서 여러 잡지사에 보냈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는다.
하지만 그가 누구인가.
싸움판에서도 죽을지언정 포기란 없던 그에게
문학 또한 그렇게 도전, 또 도전으로 삶은 점점 더 피폐해져갔다.
그런데 그가 지식인의 반열에 올라서 보니
그동안 상류층 사람들이 모두 다 훌륭하고 눈부시리라 생각했는데
그들 대부분이 멍청이인데다 지루하게 느껴졌다.
마틴은 그가 목표로 삼았던, 아득바득 기어올라 함께 하고자 했던 사람들에게 실망했다.(p41)
그럼에도 그가 글쓰기를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오직 아름다운 루스와 격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루스는 마틴이 되지도 않는 글 나부랭이를 쓰는 걸 그만두고
그 좋은 머리로 번듯한 직업인이 되기를 바랐다.
그 둘의 바람은 결코 합일점을 찾을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고
마침내 루스는 마틴에게 파혼을 선언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뒤 마틴의 글은 미친 듯이 팔려나가
급기야 세계적인 유명 작가가 되고 엄청난 돈이 들어오자
그동안 자신을 비하했던 상류층 사람들이 그를 앞다투어 만찬에 초대하고
루스마저 다시 시작하자고 애원하지만
정작 마틴은 생의 목적지를 잃고 마음의 병을 앓다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그가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그렇게 다다르고 싶었던 상류층의 속물근성에 대한 실망감과
맹목적인 군중 심리에 대한 혐오감,
다시 돌아갈 수 없게 된 하층민 세계 사이에서
그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그 무엇으로도 채워질 수 없는 외로움으로
더 이상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다는 점이었다.
그는 어쩌면 천상에서 말 안 듣는 말썽꾸러기에 고집불통으로 지내다가
신의 노여움을 사 지상으로 떨어지는 벌을 받은 신의 아들일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현실에서 누가 그렇게까지 순수한 사랑, 오염되지 않은 아름다움에 목을 맬 것인가.
게다가 그의 이름에 들어 있는 '에덴'은 태초에 아담과 이브가 살았던 낙원을 뜻한다.
작가 '잭 런던'이 자신의 아바타 '마틴 에덴'을 천상에서 지상으로 데려와 그를 혹독하게 담금질했다.
가슴 아픈 결말에 이른 이 책 때문에 나는 이틀 밤을 잠들지 못하고 끙끙 앓았다.
그만큼 감정이입과 공감으로 숨 쉴 틈 없이 읽히는 소설이다.
이 책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가 있다고 하니 어떻게 표현했을지 몹시 궁금해진다.
유려하고 매력적인 문장들로 가득한 이 책을 읽으며
문득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답을 얻은 듯하다.
그것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사랑' 그 자체다.
도 서 : 마틴 에덴 1,2.
저 자 : 잭 런던
출 판 : 녹색광선
발 행 : 2022.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