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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혁민 Jul 19. 2017

[Get out 겟아웃]

Get out! Get out! You gotta get out!

예고편을 보고 참 많이 기대했던 영화다. 도대체 예고편으로 보여준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했다. 참 간단한 줄거리(흑인 남자가 백인 여자친구의 부모님 집으로 간다...) 같은데 그렇다고해서 어떤 영화인지 감이 잡히지도 않아서 신비로워 보이기 까지 했다.


감독이 조던 필레다.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랬는데 이 사람은 Youtube에서 개그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그냥 코미디언이 아니라 이런 영화를 찍는 감독이라니 사람이 다시보인다.


출처 : 네이버 영화 | 이런 진지한 모습을 가진 감독이라니

African-American의 역사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소재

크게 머리를 쓰지 않고도 줄거리가 이해되고 즐길 수 있었던 영화다. 그렇다고 해서 시시한 영화는 아니다. 예고편만 보고 '인종차별'을 소재로한 영화일거라 예상했었다. 복수가 강조되면 '장고', 진지하고 무겁게 간다면 '노예12년' 같겠지 했다. 보고나니 참 쫄깃쫄깃한 공포도 있으면서 통쾌한 공포영화 아니 코믹호러물이다.


감독이 흔히 이런 소재를 대하는 관객들의 예상과 기대 또는 고정관념을 잘 파악하고 가지고 논 것 같다. 사실 따지고 보면 작품에서는 딱히 흑인이 소외받고 구박받는 장면이 없다. 오히려 차별이 내면화된 크리스와 관객의 시선이 넘겨 짚었을 뿐이다. 사실 그 부분이 오히려 더 씁쓸하긴 했지만..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는 처음부터 '인종차별'이라는 소재를 눈앞에 들이대면서 관객들이 '크리스는 어떤 멸시와 무시를 당하고 극복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진짜 크리스를 기다리고 있던 시련은 마을 노인들의 욕망을 채울 제물로 바쳐지는 것이었다.


이 어르신들의 욕망이 미국에 있어왔던 차별을 살짝 뒤튼다. 흔히 차별이라 함은 등급을 나누어서 한 부류를 열등하게 바라보고 무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오히려 백인이 흑인의 신체적 능력을 부러워하고 가지고싶어 한다. 게다가 자기 뇌를 흑인의 몸에 이식해서 그들의 몸으로 살려고까지 한다. 파티하는 동안 사람들이 크리스의 신체에 그토록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노예로 부려먹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이점이 참 흥미롭고 인상깊었다.


이러한 관점은 아프리카계-미국인(African-American)만의 역사 덕분이라 생각된다. 노예로 끌려와 온갖 무시와 천대를 받아왔지만, 요즘 많은 분야에서 그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대표적으로 음악과 스포츠다. Hiphop과 RnB, 농구, 축구, 달리기 등 그들이 대세다. 심지어 대통령도 나오지 않았는가. 물론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불과 한 세기 전만해도 생각도 할 수 없었던 상황이다. 그래서 감독은 '상황이 이런데도 차별하는 건 뭐야? 이젠 백인우월주의 라기보다는 우리 능력에 대한 질투가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 같다.


두 정신이 따로...

그 외에도 먼저 그 가족들에게 당했던 흑인들의 표정 연기가 참 섬뜩했다. 본래의 정신과 이식된 정신이 따로노는 표정이 정말 난생 처음보는 것이여서 왠만한 귀신이나 괴물을 보는 것보다 무서웠다. 방심한 사이 튀어나오는 자극적인 장면이나 음향효과로 놀래키는 것보다, 괜히 그 알 수 없는 표정에 서서히 클로즈업 되면서 오는 심리적 압박감에 더 쫄렸다.

조지나가 'No, no, no, no, no, no'라고 할 때의 표정이랑 크리스와 첫 인사때 로건의 표정을 보면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이상한 표정을 짓는다. 뇌이식 수술을 하고 나면 본래 정신이 없어지지 않고 Sunken Room에 있게 되는데, 본 정신이 힘은 많이 약하지만 두 정신이 함께 공존하게 된다. 그래서 저 표정은 두 정신이 함께 반응한 것이라고 본다. 우는 표정이 아마 크리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거나 또는 경고를 하는 본래 정신의 반응. 웃는 표정은 일을 그르치지 않기 위해 애써 자연스러운 표정을 지으려는 이식된 정신의 반응이다.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이중인격적인 모습도 감탄사를 부르지만, 이렇게 한 표정에 두 가지 감정을 담는 연기를 보는 것도 이 영화의 별미다.


영화의 또 다른 공신 OST

오프닝에 나오는 'Run Rabbit Run'이라는 발랄하고 귀여운(?) 옛날 노래와 영화의 음산한 분위기와 딱 어울리는 곡 'Sikiliza Kwa Wahenga'라는 곡도 이 영화 얘기를 하면서 빠질 수 없다.


초반에 나오는 'Run Rabbit Run'. 음산한 분위기와 밝은 멜로디가 참 안 어울린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노래도 밝은 멜로디로 '토끼야 도망가 토끼야 도망가'라고 하는 것도 참 아이러니 하다. 토끼 입장에선 여간 무서운일이 아니다. 토끼의 생사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가사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주인공이 맞게될 운명을 노래하는 듯하다.


그리고 영화와 정말 기가막히게 잘 어울리는 OST 'Sikiliza Kwa Wahenga'다. 너무 섬뜩하고 으스스한데 또 기타 멜로디가 묘하게 중독성이 있다. 영어인줄 알고, 영어라면 번역을 해보려고 찾아봤는데 스와힐리어였다. 제목의 Sikiliza는 '듣다'. Kwa는 '~쪽으로'. Wahenga는 위키피디아에서 찾아봤는데 '조상'이라는 뜻이었다. 그래서 '조상에게 귀를 기울여라'는 뜻이다. 영화에서는 '형제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라'라는 의미가 맞겠다. 카메라 플레쉬에 잠깐 제정신을 찾고 로건이 하는 말이 있다.


"Get out. Get out!"

예고편에서는 마치 백인 공동체에 흑인이 있어서 물을 흐리니 악감정을 갖고 '꺼져'라고 하는 것 같았다. 영화를 보니 '꺼져'라는 뉘앙스보다는 '나가!'에서 '나가야되!'로 바뀐다. 결국 크리스를 도와주려는 말이었다. 크리스는 그 때 로건의 말에 귀기울여야 했다.


소재도 신선하고 더 좋은 것은 어렵지 않아 큰 생각을 하지 않고 가볍게 즐기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또 미국만의 독특한 사회 문화적 배경 덕분에 나올 수 있는 소재라 더 특별했다. 눈여겨 볼 만한 요소도 있고 그 동안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많이 보였던 만큼 감독의 재치도 엿보인다. 크게 극찬할 마음은 들지 않지만 추천할 만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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