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건국 이후 여러 차례의 중동 전쟁을 겪으며 주변국들과 군사적 대립을 지속해왔습니다.
특히 전차 전력에서 시리아 등과 비교해 불리한 위치에 있었기에, 자체적인 전차 개발과 개량 작업이 필수적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노획한 T-55 전차를 개량한 티란(Tiran) 전차를 운용했고, 이후 메르카바(Merkava) 전차를 개발하며 자국산 전차를 늘려갔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보유 수량이 부족했기에 기존 전차를 개량하는 방식으로 전력 보강을 시도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 M60 전차의 개량형, 마가크(Magach) 전차였습니다.
마가크 전차는 M60의 기본 구조를 유지하면서 장갑과 사격통제장치를 개선하고, 주포에 105mm 강선포를 장착하여 성능을 향상시킨 모델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이스라엘은 한층 강력한 전차 전력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튀르키예 역시 냉전 시기부터 M60 전차를 운용해왔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이 전차의 성능이 시대에 뒤처진다고 판단하고 개량을 결정했습니다.
튀르키예 군은 전차를 NATO 표준에 맞추고, 서방 무기 체계와의 호환성을 유지하면서도 최신 사격통제장치를 적용해 주행 중 사격 능력을 향상시키기를 원했습니다.
또한 기존 105mm 강선포 대신 120mm 활강포로 교체를 요구했습니다.
이 요구를 받은 이스라엘의 방산업체 IMI(이스라엘 군수산업, Israel Military Industries)는 개량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며, 이를 ‘사브라(Sabra)’라고 명명했습니다.
사브라는 기존 M60 전차의 기본 골격을 유지하면서도 튀르키예군의 요구에 맞춰 개량된 모델이었습니다.
사브라 전차는 다음과 같은 주요 개량을 거쳤습니다.
주포 교체 : 기존 M60 전차에 장착된 105mm 강선포 대신, 이스라엘이 개발한 120mm 활강포를 장착했습니다. 이는 메르카바 전차에서도 사용된 IMI MG253 포로, 더 강력한 화력을 제공합니다.
사격통제장치 개선 : 최신 사통 시스템이 적용되어 이동 중에도 정확한 사격이 가능해졌습니다.
장갑 강화 : 포탑과 차체에 반응 장갑을 추가하여 대전차 무기에 대한 방어력을 높였습니다.
탑재 장비 개량 : 자동 화재 진압 시스템을 장착해 전투 중 생존성을 높였으며, 7.62mm 및 12.7mm 기관총, 60mm 박격포를 추가해 보조 화력도 강화했습니다.
사브라 전차는 미국 제너럴 다이내믹스(General Dynamics)의 M60-2000 전차와 경쟁하게 되었습니다.
M60-2000은 M60 전차에 M1 에이브럼스(Abrams) 전차의 포탑을 결합한 모델로, 사브라와 마찬가지로 120mm 활강포를 탑재한 개량형 전차였습니다.
2002년, 튀르키예 정부는 두 개량안을 비교 검토한 끝에 IMI의 사브라를 선택했습니다. 계약 규모는 약 6억 8,800만 달러로, 170대의 M60T(사브라 마크 2) 개량이 포함되었습니다.
개량 작업은 이스라엘에서 진행되었으나, 튀르키예 측이 일정 부분 면허 생산을 담당하는 형태로 이루어졌습니다.
사브라 전차는 2010년대부터 튀르키예 군에서 본격적으로 운용되었습니다. 특히 시리아 내전과 이라크 방어 작전에서 다수의 사브라 전차가 투입되었습니다.
튀르키예 군은 이 전차가 전장에서 우수한 성능을 발휘하고 있다고 발표했으나.
러시아 언론에서는 튀르키예군이 시리아군의 T-90 전차에 의해 20대 이상의 사브라를 손실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사브라 전차는 현재까지 튀르키예에만 수출되었으며, 2022년 기준으로 튀르키예 군이 169대를 운용 중입니다.
이후 IMI는 사브라 마크 3 개량안을 제시했지만, 튀르키예는 자체 개발한 알타이(Altay) 전차 도입을 추진하면서 이를 채택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2020년 필리핀이 경전차 도입 사업을 추진하면서 IMI를 인수한 Elbit Systems가 사브라 마크 2를 제안했습니다.
필리핀 국방부는 한국의 한화디펜스가 제안한 K21-105 경전차와 함께 최종 후보로 올려 검토한 끝에, 2020년 10월 Elbit Systems와 3천만 달러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필리핀군의 요청에 따라 자동 장전 장치가 추가되는 등의 개량이 이루어졌습니다.
사브라 전차는 기존 M60 전차의 골격을 유지하면서도 현대 전장에서 요구하는 성능을 갖추도록 개량된 모델입니다.
튀르키예는 이를 통해 기존 전차 전력을 보완할 수 있었으며, 필리핀도 사브라 마크 2 도입을 결정하며 그 성능을 인정받았습니다.
이스라엘의 전차 개량 기술과 튀르키예의 요구가 결합된 사브라는, M60 계열 전차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성공적인 개량 사례로 평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