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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칠십 살 김순남 May 04. 2024

만찬

가까운 횟집으로 갔다. 적당히, 제일 싼 잡어로 작은 접시 한 접시와 매운탕과 공깃밥에 소주 한 병 곁들여 두 늙은이 저녁 겸으로 식사를 했다. 옆 테이블에는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40대에서 50대 사이로 보이는 중년 남녀가 마주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먹기 좋게 잘라놓은 대게 몇 조각과 얼핏 보기에도 꽤나 질 좋은 생선회가 큰 접시로 놓여있고, 그에 따른 여러 가지 밑반찬도 있는 비교적 좋은 상차림이었다. 조용한 분위기로 식사를 하셔서 우리도 덩달아 조용히 식사를 했다.      


그런데.. 먹다가 생각했다.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시다. 분명 부모님이신 것은 맞는데, 앞에 앉은 중년은 아들과 딸일까? 부부 같아 보이기는 했다. 어떤 대화도 없어서 알아차릴 수가 없다. 부모님은 우리보다 나이가 훨씬 많아 보이셨다. 팔십에서 구십으로 넘어가시는 그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었다.      


어르신 두 분의 차림은 수수하셨고 체형도 왜소하셨다. 저 분위기는 뭘까? 상차림으로 봐서 부모님 생일로 마련한 자리가 아닐까 그냥 미루어 짐작만 했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앞에 앉은 중년이 부부라면 자식이 없나? 이럴 때 손주라도 끼어 앉아 있으면 분명 분위기가 좋았을 텐데.. 어르신들이 입이 무거우셔도 손주를 보면 좋아서 덕담 같은 거라도 몇 마디 하시면서 분위기가 훨씬 좋아질 텐데.. 그런 생각까지 하며 식사를 마쳤다.     


우리가 식사를 다 마치고 나올 때까지 옆 테이블에서는 일어나지 않았다. 횟집을 나서면서 영감에게 한 마디 했다.      


“앞에 앉은 사람이 자식 부부 같으지요? 어르신들이 너무 점잖으시네. 어째 그리 말 한마디 안 하노. 부모님이 늙어서 말 주변이 없으면 자기들이라도 말을 좀 하지. 내가 숨 막혀 죽는 줄 알았다.”     


“서로 통할 말이 있겠나.”     


저 나이가 되면 부모와 자식 간에 공통 화젯거리가 없어지긴 하겠다. 문득 씁쓸해진다. '그냥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 비단결 같은 문장이 생각나 피식 웃었다. 그런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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