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춘의 빛은 사라져도
함창역(咸昌驛)
간이역
경상북도 상주시 함창읍 가야로 2
주변 관광지 : 함창 마을
길게 뻗은 노후된 철로 위에 서서 바람의 냄새를 맡는다. 폐 안으로 향긋한 바람이 들어온다. 자꾸만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한다. 살 것 같다. 숨통이 트인다. 뭐가 그리도 빡빡하게 내 숨통을 쥐고 있었을까.
사는 게, 다 쉽지가 않다. 이 철길도, 한때는 얼마나 많은 짐들을 싣고 지나갔겠는가. 이제 그 힘듦이 지나 한가로워지니, 세상은 벌써 저만치 가 있는 것을.
함창역은 1924. 12. 1일 목조건물로 신축 준공하여 보통 역으로 영업을 시작하였다. 당시 무연탄, 쌀, 원목 등의 수송을 주 업무로 왕성히 달렸으나 인근 탄광의 폐광으로, 찬란했던 한 때의 분주했던 영광은 사라지고, 현재는 여객 수송만을 주 업무로 하고 있다. 그나마 이용객이 많지 않아 하루에 부산과 영주를 운행하는 무궁화 몇 편 만이, 아직도 나 살아있어요 하듯 얕은 숨을 내 쉰다.
함창역, 역무원이 없는 무인역이다. 역사 앞에는 어르신을 위함인가, '무인역'이란 단어로도 충분할 텐데, 굳이 풀어서 '직원 없는 역'이라 친절하게 안내해 놓았다. 풀어서 적어놓은 문장이 이상하게 정이 간다.
역사 안에는 빨간 우체통도 있다. 1년에 두 번만 배달되는 편지를 넣을 수 있는 곳이다. <<이 우체통에 넣은 편지는 매년 6월 30일 우체국에서 수거하여 주소지로 배달해 드립니다.><이 우체통에 넣은 편지는 매년 12월 31일 우체국에서 수거하여 주소지로 배달해 드립니다.>>
정말 낭만적이지 않는가? 누가 이런 외진, 머지않아 폐역으로 사라져야 할 존재에 낭만을 남겼을까. 굳이 최백호 씨가 아니라도 낭만에 대하여 생각해 봤다.
驛舍앞 정자에 마을 어르신들이 앉아 담소를 나누고 계신다. 낯선 객이 허한 역 앞을 하릴없이 거니는 모습에, 호기심 어린 눈길이 내 발길을 따라다닌다.
방문일 : 2017년 8월
석불역(石佛驛)
간이역
경기 양평군 지평면 망미리 1319-2
주변 관광지 : 지평 향교
황량한 들판 같은 곳에
뜬금없이
빨간색 지붕, 파란색의 집을
이쁘다고 해야 하나? 촌스럽다고 해야 하나?
집만큼의 부피로 달려있는
석불역 (石佛歷) 간판.
한자가 주는 이미지만으로도 석불이 이곳에 있었다는 뜻인데..
완전히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가
구사일생으로 새로운 몸으로 다시 태어난 역이다.
그래서일까,
몇 세기를 훌쩍 뛰어넘은 듯한
모던한 자태로 나타나
생소한 그 모습에 경악,
누구세요?
그러나.............
그 뒷모습...
아.....
거기에는 그래도 옛 친구가 세월과 함께 늙어간 그 모습이 있었다.
황량한 들판의 철로길.
축축한 흙내가 코 속으로 들어 온다.
심호흡을 해 본다.
숨이 편안하다.
방문일 : 2018년 11월